이 더운 날에 웬 골프를 치자고 마지못해 따라나서는 남편이 얄밉기도 하고 미안 하기도 했다. 오늘 따라 8시에 예약을 해 놓아서 서둘러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갈려니 짜증도 났다. 같이 치기로 한 친구도 아프다고 못 온다니 가기도 전에 기운이 빠진다.
그렇다고 골프광이나 되면 말을 안하겠지만 겨우 배우는 주제에 하필 이렇게 더운 날 치기로 했냐고 불평을 털어 놓는 남편이 일리가 있기도 하다. 2주전에 예약 할 땐 이렇게 더운 날인 줄 몰랐으니깐 하고 나는 목멘 소리로 작게 말했다.
그래도 나오니 기분이 좋아서 처음 몇 홀은 잘나갔다. 같이 치는 두명의 젊은 미국 인들은 너무 잘쳐 그들 에게 미안 했다. 그러나 매너가 좋아 기분이 상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잘 친다고 'NICE SHOT' 도 외쳐주어서 눈치 볼 필요는 없었다. 8홀에 왔는데 물이 앞에 있었다. 나는 물만 보면 끌려 들어가나보다. 두번이나 공을 물에 퐁당 빠드리고 8홀 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화장실에 갔다가 10분 정도 쉬고 있었다. 쉬니깐 너무 편하고 좋았다. 갑자기 난 왜 이 골프를 치고 있지 하는 질문을 나 혼자 해 본다. 남편도 즐기지 않고 나도 힘들어 하면서 누굴 위해서 이 힘든 노동을 하나 싶어 오늘로써 공치는 것 포기 하기로 맘 먹고 왔다.
83세 되는 큰 언니가 늙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은 골프 뿐이야 하길래 집어 넣었던 골프 채를 다시 꺼낸지 한달이다. 노력 해 보고도 않되면 포기 해야지 했는데 오늘 마음을 먹었다. 한국서 손님이나 오면 대접용으로 칠까 내가 소일 걸이로 치긴 너무 힘든 운동이다.
집에 오니 지쳐서 점심먹고 잠을 자고나니 온몸이 다 아프다. 골프는 내가 즐길 운동이 아니다.
첫댓글 규련샘의 도전 정신을 존경합니다.
시원해지면 다시 해 보심이 ㅎㅎ
김규련 선생님은 악기도 다루시고 골프도 치시고 다재다능하시네요.
그래고 골프는 놓지 마세요.
나이 들어도 남편이랑 설렁설렁 걸으며 하루를 보내기엔
너무 좋아요. 운동도 되고.
더운 여름 한 철만 피하면 최고의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