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한 달 남았다.
오늘 오른 손에 댄 부목을 풀 기대에 부풀어 병원에를 갔지만 의사는 앞으로 약 열흘을 더 유지하란다.
이문열의 소설 '황제를 위하여'를 읽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 흥분된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할아버지의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의 제왕으로서의 꿈이 나온다.
읽으면서 허황된 이야기에 조금 지겨웠지만 나 역시 그를 따랐던 추종자들과 같이 순수하고 이타적인 황제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울러 반 세기를 두고 그를 목숨을 바쳐 보필하고 죽기전 미망에서 깨어나는 그의 신하들의 변함없는 사랑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누구에게나 이런 과대망상은 있다. 나도 한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으니까...
서울 서초구의 평균수명은 86세이고 강원도 양양군의 그것은 71세로 무려 15년이 차이가 난단다. 영양상태와 병원 접근성등이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의류시장에는 일본발 Uniqlo 가구시장에는 이케아가 히트를 치더니 가전시장에 중국발 샤오미가 각광을 받는단다. 모든 판매를 인터넷으로 하고 품질은 좋고 가격은 저렴하게 잡으며 SNS등을 통한 입소문의 마케팅을 사용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걱정이 다시 등장을 한다. 베이징등에서는 난방으로 석탄을 때는 시절이 시작되면서 한 낮에도 시야가 약 10미터 밖에 안 될 정도로 공포의 수준이다.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어오면 단 하루만에 한국은 그 영향을 받는다.
어제는 한국에 조선업계가 수조대의 적자로 위기라고 하고 대규모 부동산개발이 과도한 PF식 대출로 이루어져서 만약에 요즘의 반짝 경기가 사라지면 다가 올 부도사태를 걱정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는 햄, 쏘시지같은 가공육이 안팔려 난리다. 얼마전 세계보건기구가 일급발암물질이 모든 가공육에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한 때문이다.
이번 여행동안 국내소설가중에 박완서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면 외국소설로는 서머싯 몸에 빠졌다. 지금은 Of Human Bondage를 읽는데 그 잔잔하고 세밀한 19세기 말 영국 청년의 성장기가 읽을만 하다.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을 전공한 이동환교수의 장에 관련한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다. 장은 엄격히 말해 신체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경계이며 그 면적을 평평하게 펴면 무려 테니스장의 두 배 정도가 된다.
사람이 병에 걸린 상태와 건강의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는데 쉽게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기등에 자주 걸리면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을 의심한다.
장에는 약 600-1000조의 세균이 우글거리는데 나쁜 세균이 창궐하면 음식물이나 환경에서 들어오는 독성물질이 장의 점막을 뚫고 혈관에 침투하여 온 몸을 돌아다니며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심지어는 암을 발생하게도 한다.
결론만 이야기를 하면 나쁜 세균을 배양하는 당분, 녹말, 가공식품, 커피, 튀김, 구운고기등을 삼가고 현미, 과일, 야채, 견과류, 생선, 두부, 다시마, 삶은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아울러 하루에도 수십번을 아 이라는 발성을 되풀이 하여 웃음의 효과를 유도한다.
결국 한국에서는 뚜렷이 할 일을 찾지는 못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가장 큰 수확은 모국에서의 삶은 재미있고 긍정적일 것이라는 확신이다. 지난 일곱 달은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잃어버렸던 과거와의 연결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 핵심이다.
이제는 살던 곳이 또한 그립다. 이번 겨울은 옛동네에서 오랜 친구들 그리고 아이들과 포근하고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모국여행에서 얻은 또 하나의 보너스인 셈이다. 이제 막이 닫히고 다시 열리면 인생 삼막이 시작된다.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