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역 역명 제정 배경
아산역이냐? 천안역이냐?
참 진통이 많았다.
2003년 봄.
역이름 문제로 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복잡했다.

역이름에 관한 두 지역(천안-아산)간의 첨예한 갈등은 결국 두 지역 이름을 함께 넣은 긴 이름을 낳고 말았다.
1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갈등 속에 국토교통부의 역이름 제정 위원들은 호되게 곤혹을 치렀다.
위원의 한 사람인 나도 지금까지 그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2002년 초부터 충남 아산-천안에 신도시가 생기고 여기에 고속철도역이 생긴다는 소식이 나돌자,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해당 지자체는 개발 기대감으로 잔뜩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역이 개통되려면 그 이전에 역이름을 확정해 놓아야 한다.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고속철도 역명 제정위원회.
한국땅이름학회의 배우리 회장도 이 위원회의 한 사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천안과 아산 사이의 역이름을 두고 두 지역에서 서로 대립하기 시작하였다.

당국으로부터는 이름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연다는 공문이 학회로 계속 날아오고...

회의 중에서는 천안시와 아산시가 서로 자기 지역 이름이 들어간 역이름이 되어야 주장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산시에서 '아산역'을 주장하는 이유는 역사(驛舍)가 있는 지역이 아산 땅이라는 것이고, 천안시에서 '천안역'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분분 서울과 천안을 왕복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논의 과정에서 역이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에 있어 충청남도에서 주장한 '장재역'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인물이 많이 난 아산 고을을 생각해 '충의역'이나 '이순신역'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천안시쪽에서는 '천안역'이 안 된다면 '신천안역'이나 '천안아산역'으로 하자고 했다.
위원들 중에서는 두 지역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천산역', '아천역', '아안역' 중의 하나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모두 어감이 좋지 않아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회의석상에는 천안과 아산 양측에서 각각 대표가 나와 위원들에게 설명을 했는데, 제정위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천안'쪽으로 흘러갔다. 이에 아산시쪽의 대표는 회의 중에 퇴장해 버리기도 했다.

논의가 끊이지 않자 위원회측에서는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 보기도...

2003년 3월 25일 경부고속철도역 명칭 관련 주요 경위를 밝힌 공문이 왔는데...
새로 생기는 광명, 대구, 경주역은 별 문제가 없었으나 '천안-아산'건만은 쉽지 않는 것으로 설명해 왔다.

결국 '천안역' 또는 '천안아산역'으로 이름이 거의 확정되는 단계에까지 이르자, 2003년 4월 말, 아산시측에서는 역이름이 꼭 '아산역'이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광고를 올리기도 했다.

그 이유는 역 건물이 위치한 곳이 아산 땅이기도 하지만, 아산에는 유적지도 많고, 역사적인 인물도 많아 역이름에 '천안'을 달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역이 들어사는 곳 인근에는 아산신도시가 생겨 새로 생기는 역이 큰 구실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아산시측에서는 의회까지 동원해 위원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역 예정지가 아산땅이라는 것을 지도를 통해 강조하기도...

하필 천안역의 위치가 아산과 천언의 중간 지점이라 이런 일이 생겼다.

'아산역'을 고수하는 아산시측에서 준비한 자료는 실로 엄청났다.
이러한 자료는 회의가 열릴 때마다 위원들에게 배포되었다.

천안시측에서도 뒤질쎄라 자료를 계속 돌리고...

그러나 결괴는 천안아산역.
이름 결정 후에도 아산시측은 이를 반대하고 주요 기관에 이에 부당함을 알리는 등 '아산역'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등 대대적인 운동을 폈다.
그러자, 아산시의 입장을 일부 고려해 부역명으로 '온양온천'을 ( ) 안에 넣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도 이 곳의 역이름을 보면 ( ) 안에 '온양온천'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산시를 배려한 조치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식의 이름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뒤로도 또 이런 식의 이름이 나왔다. (김천구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