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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지 않는 장미, 그 색은
오프닝
새로운 문
요츠바 여대 교문 앞
유키나
....하아
린코
수고 많으셨어요.... 방금 강의는 어떠셨나요....?
유키나
....역시 초보적인 내용이었어.
린코
그렇군요.... 이 강의는 다른 학과 분들도
들을 수 있는 강의니까요.
진행이 느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유키나
....그렇네. 2교시 강의는 조금 더
어려워진 내용이었으니까.
그래서 린코가 듣던 수업은 어땠어?
존경하는 강사의 강의라고 했지.
린코
네, 매번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에요....
곡 해설이나 연주 기법 등
납득 가는 것들 뿐이라서....
유키나
후후, 린코는 만족한 모양이네.
....어라, 리사한테 메시지가 와 있어.
캠퍼스 거리
리사
유키나, 린코! 여기야 여기~☆
유키나
리사.... 어?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리사
아, 이거? 국제학부 교수님이
선물로 주신 열쇠고리야!
뭔가 모로코에 여행 갔다 오셨나 봐~
린코
모로코에....?
리사
응, 젊었을 때 배낭 여행하던 사람이라서
인기많은 관광지는 다 가봤대.
유키나
학생에게 선물 주는 건
음악학부에서는 상상 못 할 일이야.
리사
아, 그래?
린코
음악학부 교수님은 뭔가....
엄격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리사
과연, 국제학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구나~
우리 교수님들은 모두 활기 넘치셔서
먼저 말 걸어주시거든.
유키나
잘됐네, 리사.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미 씨가 부른 건 역시
그 이야기에 관한 건가?
린코
글쎄요.... 전에 하루미 씨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정리된 걸 수도 있어요....
리사
분명 그럴 거야! 지각하지 않게 슬슬 가자☆
음악 사무소 스태프실
사요
....그래서, 이건 아까 알려준 공식을 써서....
아코
아까 공식~....? 으음, 몇 페이지였더라~....!
리사
둘 다 안녕~♪ 뭐야 뭐야?
아코, 공부하고 있어?
아코
응, 수학 숙제인데 2학년 됐더니
너무 어려워졌어~....
유키나
사요, 오늘은 일찍 왔네.
사요
네, 민법 강의가 휴강이 됐거든요.
하루미
안녕하세요, 여러분. 벌써 다 모였네요.
아, 혹시 오래 기다리게 했나요?
린코
아뇨, 저희도 방금 막 왔어요....
유키나
하루미 씨, 저번에 상담받은 얘기,
아는 기타리스트한테 전해뒀어.
하루미
그 얘기 말이죠! 감사합니다!
유키나
아직 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소식이 전해지면 다시 연락할게.
사요
하나조노 씨, 받아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하루미
유키나 씨, 감사합니다.
또 진전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전에 얘기했던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정식으로 계약이 마무리됐습니다!
아코
신난다~! 아코, 엄청 기대하고 있었어!
리사
협업이라~....! 이런 의뢰가 오니까
뭔가 프로로서 인정받은 느낌이 들어!
하루미
좋아해 주셔서 저도 기뻐요!
근데 조금 의외였어요. Roselia 분들은
이런 안건에 대해서
별로 안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유키나
확실히 예전의 우리였다면 거절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Roselia는 프로가 된 후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프로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다 같이 얘기하던 참이었거든.
하루미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협업 내용을 간단히 설명할게요.
Roselia 분들께서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신곡을 만들어 주셔야 해요.
그리고 그 신곡은 기간 한정으로
오픈하는 팝업 스토어의
매장 BGM으로 사용됩니다!
사요
옷 파는 가게에 저희 노래가 나온다는 건가요.
린코
지금까지 Roselia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저희의 곡이 닿는다는 거군요....
아코
더 많은 사람에게 Roselia의 멋을
알릴 수 있는 기회야!
유키나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어.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야 해.
리사
그래서 협업하는 패션 브랜드는 어디야?
하루미
『엘데』라는 브랜드인데 다들 아시나요?
린코
아.... 고딕계 옷을 내는 곳이죠....?
리사
나도 알아! 장미 모티브 악세사리가
꽤 많아서 가게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버려~ 대학에서도 쓰는 애들 자주 봐.
아코
혹시 저번에 린린이랑
쇼핑 갔을 때 들어간 가게?
린코
응.... 시크한 분위기의 멋진
옷들이 많이 있었지....
유키나
나는 처음 들어 보는데.... 사요는?
사요
저도 미나토 씨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만 들어본 정도예요.
하루미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곧 출시 예정인
좀 더 캐주얼 성향인 신 브랜드
『엘데 • 트리쉬』와 협업하게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자료를 보면서 진행할까요?
우선 첫 페이지를 봐주세요....
린코
.......
유키나
린코, 왠지 기뻐하는 것 같네.
린코
아.... 죄송합니다, 일 얘기 중인데....
근데.... Roselia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멋진 옷 브랜드와 협업하게 돼서 기뻐서....
유키나
그래. 이 도전을 꼭 성공시키자.
린코
네....
제1화
걸 마음
쇼핑몰 스토어
리사
찾았다! 엘데 팝업 스토어 여기야 얘들아!
사요
과연.... 생각보다 크네요.
린코
저희가 협업하는.... 엘데 • 트리쉬
팝업 스토어도 이곳과 넓이가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었죠.
아코
와아, 손님 엄청 많아! 자료는 봤는데
막상 손님 있는 거 보니까
생각했던 거랑 좀 인상이 다른 것 같아!
사요
그런 것 같네요. 매장의 공기나
쇼핑하러 온 사람들의 분위기는
역시 직접 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다 같이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유키나
......
린코
유키나 씨....? 무슨 일 있나요....?
유키나
아니.... 지금 흐르는 곡과 마찬가지로
우리 곡이 이 공간에 흐를 거라는 생각에.
....어렵네. 소리를 너무 강하게 가면
BGM이 눈에 띄게 되고
너무 녹아드는 건 의미가 없어.
리사
응. 평소에 라이브로 연주하는 곡을
만드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어.
아코
근데 근데, 의뢰받은 건
『Roselia다운 악곡』이었죠?
그럼 평소대로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사요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브랜드 분위기와 맞지 않는
곡으로는 상대도 납득 못 할 것 같아요.
아코
음~ 확실히 그렇긴 하네....
린코
반대로 브랜드 이미지만 생각하면서
작곡하는 것도.... 분명 어긋나겠죠....
유키나
그러게. 의뢰는 어디까지나
『Roselia다운 악곡』....
리사
기껏 하는 협업이니까 Roselia와
엘데 • 트리쉬 양쪽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지.
유키나
엘데 • 트리쉬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우리다움도 느껴지는 악곡으로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조금이라도
브랜드의 이미지를 잡고 돌아가자.
아코
즉 오늘은 철저히 이 브랜드와
마주하는 날이라는 거죠!
사요
브랜드와 마주한다....
아직 막연하지만 할 수 밖에 없어요.
유키나
맞아, 그러기 위해서는....
아코
그럼 그럼! 실제로 옷을 입어보는 건 어떤가요?
아까 유키나 씨와 어울릴 만한 옷이....
사요
우다가와 씨, 저희는 놀러 온 게 아니에요.
리사
아하하☆ 근데 의외로 그럴 듯하지 않아?
알바든 라이브든 손님의 마음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때가 있잖아?
사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린코
확실히.... 이 브랜드는 여기 옷만
입는다고 하는 팬도 많다고 하니까....
브랜드를 향한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처럼 곡을 만들게 됐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실망시킬 만한
곡은 하고 싶지 않아요....
아코
과연~ 그럼 엘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리사
음~ 그게 제일 빠를 것 같긴 한데
쇼핑하다 갑자기 말 걸면 깜짝 놀라겠지~
유키나
....쇼핑 중에 미안한데
잠깐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리사
....잠깐 유키나!?
유키나
괜찮다면 이 브랜드의 좋은 점에
관해서 말해줄 수 있어?
여성 손님
조, 좋은 점이요? 글쎄요....
분위기나 디자인이 좋은 것도 물론 있지만....
가장 좋은 건 스탠스? 같은 부분인 것 같아요.
유키나
스탠스....?
여성 손님
엘데는 계속 변함없이 같은 취향의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서....
변함없는 게 올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점이 멋있어요.
이번에 나온 새로운 브랜드는
캐주얼한 느낌이지만 확실히 엘데만의 포인트는
남아있어서 그런 점도 역시 굉장해요....!
유키나
후후, 그렇구나.... 고마워, 참고가 됐어.
여성 손님
혹시 언니, 엘데에 대해서 궁금하세요?
유키나
? 맞아, 정말 궁금해.
여성 손님
그럼, 저번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원피스가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 장미 헤어 악세사리도....
리사
....왠지 모르겠지만 들떠 있어....
유키나
미안, 오래 기다렸어?
리사
아니, 딱히 괜찮은데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유키나
『엘데』에 관해서 이것저것 듣고 있었어.
『엘데 • 트리쉬』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사요
과연.... 그래서 곡의 방향성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유키나
글쎄, 아까 그 애가『엘데 • 트리쉬』에서
『엘데』라는 브랜드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했었어.
그러니까 이 두 브랜드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그리고, 이번 신곡을 들은 사람이
Roselia의 다른 곡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만한 그런 곡을 만들고 싶어.
리사
오오....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친근한 느낌이 들도록 멜로디를 가볍게
한다는 거지? 나는 좋은 건 같아☆
아코
지금까지와는 다른 곡이
될 것 같아서 기대돼! 아코도 찬성~!
린코
후후.... 아코 짱, 더 많은 사람들이
Roselia에 대해 알게 될 기회라고 했었지....
사요
그렇다고는 해도『Roselia다움』이
제대로 느껴지는 곡으로 만들어야 해요.
유키나
맞아,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그만큼 얻는 게 있을 거야.
아코
유키나 씨, 혹시 도중에 고민되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여러운 건
모를 수도 있지만 아코가 바로 달려올 테니까요!
사요
오늘 견학에서 제가 깨달은 걸 메모해뒀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참고해 주세요.
유키나
다들 고마워. 신곡....
반드시 좋은 곡으로 만들게
제2화
『Roselia다움』
음악 사무소 스태프실
아코
아직인가~.... 아직인가~....
린코
아코 짱.... 아까부터 불안해 보이네.
아코
그치만~! 저번에 보낸 데모 테이프
소감을 오늘 듣는 거잖아?
사요
그렇네요, 하루미 씨와 엘데 • 트리쉬 분이
협업 일로 회의를 한다고 하셨으니까....
유키나
제출한 곡들을 다듬을지 아니면
방향성을 변경할지 알 수 있겠지.
리사
아마 지금쯤 회의가 끝날 거라고
들었는데 곧 오시겠지?
아코
엘데 • 트리쉬 분, 뭐라고 할까~?
혹시 극찬이라도 받는 건가!?
유키나
글쎄,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는데.
아코
분명 괜찮을 거예요!
엄청 멋있는 곡이었잖아요!
리사
실제로 좋은 곡이 됐지!
브랜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 것 같아!
유키나
그렇네,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지금의 Roselia다운 곡이
되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어.
하루미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요
안녕하세요.
아코
....어? 하루미 씨, 왠지 기운이 없네....?
하루미
죄, 죄송합니다, 어두운 안색을
하고 들어와버렸습니다....!
지금 막 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참인데....
리사
아~.... 그 반응을 보니 혹시....
하루미
죄송합니다.... 악곡의 방향성을
바꿔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아코
에엥!? 왜!? 엄청 멋있는 곡이었는데~!
유키나
....알겠어. 회의에서 들은 말에
대해서 자세히 들려줘.
하루미
조금 더 무거운 소리로....
고딕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무튼『Roselia다움』을 원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사요
고딕하고 장엄한『Roselia다움』....
리사
으음.... 뭐 그것도 Roselia답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번에 보낸 곡도 우리다운 곡이었지?
린코
그렇네요.... 적어도 저희에게는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곡이 되었던 것 같아요....
유키나
그렇다고는 해도 요청에
따르지 못한 건 사실이야.
리사
맞는 말이긴 한데~.... 뭐 보낸 걸
단번에 수락받는 건 드문 일이긴 하지.
사요
낙심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미나토 씨, 막히면 언제든 말 걸어 주세요.
유키나
알겠어, 고마워.『ONENESS』나
『FIRE BIRD』느낌 중심으로 편곡해볼게.
일주일 후
아코
로, Roselia다움이 부족하다고~!?
사요
상대 요구는 저번과 같은 내용이군요....
린코
저는.... Roselia다운 곡이....
되었다고 느꼈는데....
아코
그치 그치!? Roselia의 멋을
완전 개방한 느낌이었는데~....
유키나
저번에 들었던 말을 의식해서 편곡했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건가?
하루미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격렬함이나 쓸쓸함 같은 게....
엘데 • 트리쉬 측에서는 Roselia의 악곡에
그런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유키나
격렬함과 쓸쓸함.... 그건....
린코
프로 데뷔를 하기 훨씬 전....
Roselia 결성 초기 이미지인 것 같아요....
고독하기 때문에 격렬하고....
억제할 수 없이.... 칼날 같이 강하고....
유키나
후후.... 마치 예전의 나 같아....
리사
하지만 그건....
유키나
....맞아, 지금의 내 가슴 속에 있는 건
분명 다른 형태를 하고 있을 거야....
아코
확실히 그런 Roselia도
Roselia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Roselia는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진화해오면서서.... 지금은 더욱
엄청 엄청 멋있는 Roselia가 됐는데!
사요
아마, 그 부분이 저희가 생각하는
『Roselia다움』과 상대가 원하는
『Roselia다움』이 어긋난 이유겠네요.
유키나
그러게,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우리의 소리는 변해갔어.
물론 프로가 된 이후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
그건 우리에게 있어서 필요한 변화.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린코
그 변화가.... 이번 협업에 있어서는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이죠....?
리사
그러니까....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전의 Roselia가 더 좋았었다는 거네?
사요
....짧게 말하자면 그런 것 같아요.
일동
..........
아코
아코는 역시 납득이 안 가요!
Roselia는 계속『Roselia』였어요!
시곗바늘을 되감을 수는 없어요!
사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요구되고 있어요....
과거의 저희를 모방하라, 라고....
리사
하지만 그런 일을 꼭 해야 하는 거야....?
린코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곡을 만들고....
그게 채택되어버리다면....
하루미
이렇게 고민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어려울 것 같다면 상대측과 이야기를
나누어서 타협점을 찾는 것도....
유키나
....그건 있을 수 없어. 그거야말로
프로로서도 Roselia로서도
자존감에 거역하는 거야.
리사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유키나
......
....다시 한 번 생각해볼게.
제3화
흔들리는 천칭
유키나의 방
유키나
여기는『BLACK SHOUT』같은
멜로디라인으로 강약 조절을 해서....
그럼 결성 초기의 Roselia 같은 곡이....
....아니야, 그럴 듯한 구절을 나열했을 뿐,
이 곡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하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아무리 반복해도 납득이 가는
곡을 못 만들겠어....)
(Roselia를 결성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 떠올렸던 것을
기억해낼 수는 있어.)
(다만, 그게 뭐가 될 수 있는데?
내 마음은 이미 그때와 같은 걸
외치고 있지 않아.)
....손이 움직여지지 않아....
.......
(되갚기 위해 혼자 음악을 만들 때조차도
감정에 따라 곡을 쓸 수 있었어....)
(괴로워.... 그때보다 이 곡을
쓰고 있는 지금이 훨씬 더....)
....!
캠퍼스 거리
유키나
......
린코
....씨 ....유키나 씨....
유키나
.....린코
린코
유키나 씨....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신곡이 잘 안 되고 있는 거라면....
유키나
......
린코
오늘은 돌아가시면 푹 쉬세요....
마감까지 아직 시간 충분히 있으니까....
유키나
....아니, 곡은 어제 완성했어.
린코
그런.... 가요....?
유키나
단지....
....괜찮다면 이 악보 좀 봐줄 수 있어?
네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린코
아, 알겠습니다.... 악보 잠깐 확인할게요....
린코
......
이건......
유키나
....어떤 느낌이 들어?
린코
으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단지.... 이 B멜로디 들어갈 때....
조금만 더 베이스를 내세우면....
새로운 인상으로.... 사로잡을 만한
구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키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
린코
아....
그렇, 죠....
린코 • 유키나
........
린코
이 마디에서 시작하는 구절을 바꾸면
지금보다 Roselia다움이.... 나올지도 몰라요.
유키나
....알겠어, 바꿔둘게.
린코
그 외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없었어요....
이거라면 분명.... Roselia다운 곡으로....
유키나
....고마워, 참고가 됐어.
린코
....저기....
저희가 아닌 사람이 판단하는....
Roselia다움이란 뭘까요....
유키나
......
린코
최근에.... 계속 그것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고 진화해온....
그것이 지금의 Roselia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게 Roselia다움이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분명 가장 중요한 건....
자신들이 옳다고 선택한 길을 믿고
가슴을 펴고 나아가는 것.
그게 저희의....『Roselia다움』
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키나
린코....
린코
죄, 죄송합니다.... 원래라면 이런 말
하면 안된다는 거 알고 있어요....
유키나 씨가 얼마나 괴로운 생각을
하면서 이 곡을 만들었는지....
악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이 곡이....
이 선택이 옳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 곡을.... Roselia로서 칠
자신이 없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유키나
......
....네 말이 맞아.
린코
네....?
유키나
고마워, 린코. 나도 같은 마음이야.
이게 정말로 Roselia의 곡인지....
쓰는 와중에도 그런 의문이
자꾸만 머리에 스쳐 지나갔어.
근데 프로로서 완수해야 할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
소리로부터 귀를 돌려왔어.
하지만.... 이건 Roselia의 곡이 아니야.
적어도.... 지금의 우리 노래는 아니야.
린코
유키나 씨....
유키나
프로로서의 책임감과 Roselia로서의 자존감....
어느 한 쪽을 성립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지금 여기서 Roselia로서의 자존감을 버리면
분명 더 이상 우리는 우리로 있을 수 없게 될 거야.
린코
그, 그럼....
유키나
그래, 곡은 다시 만들 거야.
그게 제일 Roselia다워....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이니까.
제4화
우리의 답
음악 사무소 스튜디오
유키나
다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리사
아니, 그건 괜찮은데....
사요
미나토 씨가 이렇게 부른 이유는
신곡 때문이겠죠.... 완성된 건가요?
유키나
맞아, 완성했어. 근데 다시 만들 생각이야.
아코
네....!?
유키나
엘데 • 트리쉬 분들이 요구하는
『Roselia다운 악곡』은 만족시켰어.
하지만 난 그 악곡을 Roselia곡이라고
가슴 펴고 단언할 수가 없었어....
린코에게도 그런 말을 들었고.
린코
......
유키나
그러니까 너희들의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가슴 펴고 Roselia의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서....
리사
그렇구나.... 응, 알겠어. 신곡 다시 만들자!
아코
그럽시다!
린코 • 유키나
........
리사
응? 왜 그래?
유키나
아니, 너무 순순히 응해줘서 놀랐을 뿐이야.
린코
다시 만들 곡이 어떤 곡인지....
아직 듣지도 않으셨고....
사요
두 분의 얼굴을 보니 충동적 제안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미나토 씨와 시로카네 씨가
Roselia의 곡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Roselia 곡이 아닙니다.
두 분이 다시 함께 만들자는 판단을 한 거라면
저희는 그걸로 괜찮습니다.
아코
맞아요! Roselia 전원이 100%....
아니, 200% 납득할 수 있는 곡으로 만듭시다!
리사
Roselia는 지금까지 그런 길을 걸어왔잖아?
앞으로도 변함없어.
유키나
다들....
아코
좋아! 그럼 아코도 힘 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노력해준 유키나 씨 몫만큼
척척 아이디어를 낼게요!
리사
나도! 꼭 좋은 곡으로 만들어서
엘데 • 트리쉬 분들을 200% 납득시키자☆
사요
모두, 집중하면서 갑시다.
린코
.......
유키나
....후후
혼자가 아니라는 건 정말 든든하구나....
자, 시작해볼까. Roselia의 혼을 걸고
Roselia가 자랑할 수 있는 곡을 만들자.
아코 • 리사 • 린코 • 사요
응! 네!
며칠 후
음악 사무소 스태프실
하루미
....! 이 곡, 엄청 마음에 들어요....!
1번째 제출한 곡이랑 2번째 제출한 곡이랑
전혀 달라요....
아름다운 멜로디 속에도 앞을 향해
나아갈 힘이 있고 늠름하면서 따뜻해요....
게다가 뭔가 클래식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아코
클래식한 분위기를 넣고 싶다는 건
린린이 떠오른 아이디어야!
린코
응.... 잘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사요
첫번째로 제출한 곡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다른 곡이 되어버렸지만요.
하루미
근데 듣고 있으면 너무 설레요!
새로운 Roselia가 느껴지는 느낌이에요....
계속 이 밴드는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
이 곡에서 그런 인상을 받았어요.
유키나
고마워, 하루미 씨. 하루미 씨가
다시 만들기 위한 협상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 곡은 나오지 않았을 거야.
하루미
아뇨,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Roselia가 납득할 수 없는 걸
세상에 내놓는 건 매니저로서도 팬으로서도
참을 수 없는걸요!
아코
하루미 씨~!
리사
정말 항상 고마워!
사요
Roselia로서 납득할 수 있는 악곡은 만들었지만
남은 건 다음 주 회의에 달려있겠네요....
아코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기다리기만 하는 건 근질거려요!
하루미
그거에 관한 얘기인데.... 누구 회의에
동석하실 분 있나요? 갑작스런 얘기지만
1명이면 상대에게 폐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유키나
!
하루미
개인적으로 Roselia 분들이 작곡이나 연주에
전념하길 원해서 어디까지나
희망한다면 동행할 생각인데....
아코
다른 밴드 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하루미
아티스트나 기획사의 방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뢰 내용을 직접
듣는 게 빠른 아티스트도 있어요.
다만 저희 회사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사무소 직원이
중간에 끼는 걸 지향하고 있어요.
린코
그렇, 겠네요.... 열심히 만든 곡을....
직접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건....
솔직히 무서울 수 있으니까....
아코
그렇구나.... 확실히 하루미 씨를 통해서
전해듣는 것보다 충격이 클 것 같아....
리사
프로로서는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절대 상처받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유키나
.....
다음 회의 때, 내가 동석해도 될까?
리사
유, 유키나!?
하루미
정말 동석하실 건가요? 상대측은 꽤
완고한 인상이라 어쩌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답을 들을 가능성도....
유키나
상관없어.
Roselia가 지키고 싶은 것,
지켜야 할 것 같은 걸 내가 직접 전하고 싶어.
게다가 상쳐 받는다고 지금 도망쳐버리면
Roselia의 긍지 이외에도
정말 큰 걸 잃어버릴 수 있어.
린코
.....!
사요
작곡에는 저희도 참여했지만
역시 주도적으로 이 곡을 만든 사람은
미나토 씨입니다. 근데 정말
미나토 씨가 갈 건가요?
만약 괜찮다면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유키나
고마워, 사요. 그 마음만으로 충분해.
그리고 나에게는 Roselia
전원이 만든 이 곡이 있어.
분명 끝까지 자신있게 있을 수 있을 거야.
린코
유키나 씨....
리사
알았어.... 잘 부탁해, 유키나!
유키나
응, 맡겨줘.
제5화
대치
일주일 후
회의실
하루미
....이미 곡 데이터는 보내드렸지만
다시 들어보는 건 어떠신가요....?
이 악곡이라면 멋진 협업이 될 것 같아요.
유키나
......
사원
다시 들어도 정말 좋은 악곡이네요.
처음 들었을 때는 마음이 떨리는 듯했어요.
엘데 • 트리쉬 이미지와도 정말 잘 어울려요.
유키나
.....!
사원
하지만 악곡의 질과 저희의 요구와는
결코 일치하지 않아요.
처음에 말씀드린대로『Roselia다움』을
표현한 악곡으로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상사의 판단이기도 하고요.
유키나
.....!
하루미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악곡 자체는
높게 평가해 주시는 것 같은데
다시 검토해주실 수 없나요....!?
사원
죄송스럽지만 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신 브랜드에 관여하고 있고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아무것도 못 해요....
저희 회사도 결코 Roselia 분들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비즈니스로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유키나
비즈니스....
사원
그럼, 마감까지 시간은 별로 안 남았지만
다시 악곡의 방향성을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유키나
잠깐!!
하루미
!
유키나
확실히.... 우리의 긍지와 도전은
당신이 말하는 사업에 방해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당신들이 말하는
『Roselia다운 악곡』을 만들지 못했어....
당신들이 말하는『Roselia다움』을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그저 모방에 그치고 말아....
나는 이 곡에 도달하기까지 몇 주 동안
과거 Roselia의 형태만을 흉내내면서
내용물이 비어있는 Roselia와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뿐이었어....
하루미
......
유키나
이 곡은 분명 당신들이 생각하는
Roselia와 다를지도 몰라.
어쩌면 우리는 지금, 세상이 생각하는 우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단지 지금 Roselia가 걷고 있는 건
우리가 많은 걸 선택하고
도전하고 개척해 온 길이야.
나는 비록 프로로서 실격이라고 해도
이 길을 부정하고 싶지만은 않아.
그건 Roselia를.... 내 음악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사원
.......
유키나
그러니까 부디.... Roselia의
새 도전을 위한 기회를 줘....!
하루미
(유키나 씨....!)
저기, 저도 부탁드릴게요!
도전적이지만 굉장히 좋은 곡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부탁드립니다....!!
유키나
......!!
사원
.......
"트리쉬"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나요?
유키나
네....? 아뇨, 조어인 줄 알았는데....
사원
맞습니다. 트리쉬라는 말은
브랜드 기획을 시작할 때
제가 만든 조어입니다.
근데, 조금 변형하면.... 쉬릿....
『한 걸음』이라는 뜻입니다.
( _ : 독일어로 schritte)
유키나
『한 걸음』....
사원
저는 엘데라는 브랜드를 좋아해요.
변함없이 사랑받는 옷을 계속
만들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엘데가 한 걸음 앞선 너머에
있는 걸 보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게 엘데 • 트리쉬입니다.
하루미
새로운 도전....
유키나
우리 Roselia랑 똑같아....
사원
네.... 지금까지 성공을 목표로
상사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있었는데
저도 엘데 • 트리쉬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습니다.
유키나
아.....
하루미
그렇다는 건....!
사원
이 악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사와 상의해보겠습니다.
유키나
......!
하루미
다행이다~! 해냈어요, 유키나 씨!
유키나
.......
하루미
어라, 유키나 씨....?
유키나
미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하아....
정말.... 다행이야....
엔딩
바라건대, Roselia답게
팝업 스토어 개점 당일
음악 사무소 스태프실
아코
리사 언니, SNS 팝업 스토어 평판은 어때?
리사
잠깐 기다려봐~.... 아, 이 사람
Roselia 팬이다! 짧지만
가게 내부 동영상을 올리고 있어!
아코
와아~ 정말 Roselia의 곡이
가게에서 흘러나온다! 굉장해!
리사
샵 인테리어 실제로는 이렇게 했구나~
곡이랑 느낌 딱 맞는 것 같지 않아?
사요
받은 자료 속에서 장식된 장미 색은
다채로웠는데 푸른 장미로 통일됐네요.
리사
이건 Roselia를 의식해줬다는 거겠지?
린코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저희 곡....
써 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코
이것도 유키나 씨 덕분이네요!
유키나
아니,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Roselia이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었던 일이야.
하루미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사
하루미 씨, 어땠어?
하루미
팝업 스토어 보고 왔습니다!
Roselia 팬분들이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신곡에 매우 흥분해서 정말 기뻐하셨어요!
리사
그렇구나~ 왠지 우리까지 기뻐지네.
린코
엘데 • 트리쉬를 즐기러 온 손님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하루미
옷을 고르다가 가끔씩 고개를 들고 BGM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가게 안에 Roselia 공식 사이트
링크가 적힌 카드가 놓여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줄어서 매수를
늘릴 수 없냐고 상대 직원이 말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또
Roselia 분들께 악곡 제작을
부탁드리고 싶다고도 했고요!
리사
헐~ 뭐야 그게....! 나 눈물 나올 것 같아....!
잘했어, 유키나!
유키나
그러니까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니까....
사요
이번엔 그만큼 미나토 씨가
열심히 했다는 거예요.
아코
응응.
하루미
....저기, 여러분.
리사
응?
하루미
이번 일은 죄송했습니다!
아코
에엥!? 갑자기 왜 그래, 하루미 씨?
하루미
다 끝나면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여러분을
너무 괴롭게 해버려서....
여러분과 엘데 • 트리쉬와의
조정을 하지 못한 제 탓입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유키나
사과할 필요 없어. 확실히 고생은 했지만
Roselia로서 새로운 걸음을
다시 거듭할 수 있었는걸.
게다가 하루미 씨가 없었다면
우린 이 일을 완수 못 했을지도 몰라.
린코
저희.... 곡이 완성됐을 때 하루미 씨의
말에 정말 용기를 얻었습니다....
하루미 씨가 저희의『Roselia다움』을
함께 믿어준 것....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사요
앞으로도 의지하게 해주세요.
하루미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직 미숙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아코
에헤헤, 우리야말로!
유키나
.......
(....하지만 앞으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프로로서의 일과 Roselia의 혼을
저울질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든『Roselia다움』을
버리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 생긴다면....)
린코
유키나 씨....?
유키나
....미안, 잠깐 생각 중이었어.
리사
지금 잠깐 팝업 스토어 견학 가자고
얘기하고 있었어. 하루미 씨가 차 태워준대.
유키나
알았어, 가자.
하루미
알겠습니다! 그럼 차 시동 걸고 있을 테니까
사무소 입구에서 기다려 주세요.
아코
네~! 다들, 갑시다!
린코
아.... 아코 짱, 같이 가....
리사
정말이지, 아코는 기운 넘치네~
사요
그럼 저희도 갈까요?
리사
응!
유키나
.......
(Roselia로서 옳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날....)
(그런 날이 언젠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