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雪嶽의 겨울 풍경
<2011년 1월 27일 맑고 추운날>
◆ 산행개요
♣ 산 행 지 : 설악산 대청봉(1,708m) 흘림골 鑄錢골
♣ 소 재 지 : 양양군 서면
♣ 산행주관 : 중앙산악회
♣ 참석인원 : 42 명
♣ 산행코스 : A팀 → 오색분소 → 설악폭포 → 대청봉 → 그린 야드 호텔
B팀 → 흘림골 입구→여심폭포→등선대 →십이폭포→주전골→성국사→오색
♣ 산행거리
A팀 : (9명) ⇒ 10km / 5시간
B팀 : (33명) ⇒ 7km / 3시간 10분(10 : 00 ~ 13 : 00)
♣ 뒤 풀 이 : 오색 식당가에서 각자 매식 및 탄산온천에서 사우나
◆ 산행후기
▶ 연일 영하 10˚를 밑도는 혹한이 확정된 목요산행 장소를 변경하는 힘을 과시하는 가운데 오늘은 이 대장의 제안으로 음력 세모를 맞아 지난 일 년 동안 사건의 주변에 서성거리며 순수한 자아를 어지럽히던 달갑지 않은 기억을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깨끗이 날려 보내는 테마 산행을 실천하는 날 오랜만에 김 영철 산우가 참석하여 반갑다.
지금 까지 선택의 여지가 없이 A팀을 고수하던 나의 산행 코스가 오늘은 처음부터 B팀 으로 선회한 까닭은 명리가 아닌 명분에 매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계령을 힘겹게 넘어온 산행버스는 10시 정각 주전골 입구에 내려주고 명리를 선택한 A팀 고수 타잔, 전 승준, 김 재규, 김 수동 등의 산우들은 오늘 따라 찬바람이 눈 속에 휘몰아치는 B팀 코스에 합류하여 남설악의 겨울을 찾아 떠난다.
흘림골은 20년 동안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있다가 2004년 9월 20일 해제된 지역으로 2009년 크리스마스 날에 4060산악회를 따라 한번 찾아온 곳으로 나무계단을 밟고 오르는 초입부터 등산로를 가로 막는 넘어진 고목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천년을 장고한 주목들 사이로 또 수백 년 세월 동안 오로지 하늘을 처더보며 꿈을 키우던 전나무가 어울려 살기를 원하는 다래나무 등살에 휘감겨 눈에 묻힌 바닥을 빼곡하게 매워 주고 있다.
나무 계단이 한층 가파르게 설치된 언덕을 밟고오르면 처다 보기가 민망하게 갈라진 바위 사이로 흘러내린 물이 얼어 붙어있는 여심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낼 춘절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부터 경사로를 다구처 깔딱고개를 올라서면 왼쪽으로 흘림골 경관의 꽃이요 선녀가 승천한다는 登仙臺 길이 열린다. 기암괴석의 바위덩어리에 감겨있는 계단을 돌아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남설악의 정경이 눈앞에 넘실거리는데, 송곳바위로 뒤덮인 산들이 줄을 이은 이름 만물상이다. 서북쪽으로는 칠형제봉이 정렬해 있고 한계령 그너머로 요란하지 않은 대청봉이 서북능선을 타고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요철암벽 계단의 백두대간길이 숨죽은 듯이 젊잖게 솟은 점봉산을 영접하고 동쪽으로는 짙은 청갈색 물감을 뿌려 놓은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전개되는 비경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열린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은 것은 귀가 떨어져 나가는 추위 때문만은 아닐러라. 후미 산우들이 알면서 외면하고 지나가는 등선대를 내려오면 이재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아이젠을 신발에 감아 붙이고 옛날 도둑떼들이 골짜기에 숨어들어 은밀하게 화폐를 주조하였다는 유래를 지닌 鑄錢골을 내려온다. 깊은 골짜기에서 올려다보는 사방에는 절벽과 기암이 화려한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흘림골과 이어진 주전골 암벽사이로 얼어붙은 십이폭포가 흰 눈을 뒤집어 쓰고 엎드린 모습과 천길 암자위에 뿌리를 내리고 고고한 선비의 자태로 척박한 환경을 원망하지 않은 채 기품을 자랑하는 청솔은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진 대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계곡을 가로지른 얼음 위 오색 약수터를 걸으면서 시원하게 몸을 잠굴 여름을 생각하며 추위를 걸러내고 훼손된 문화재가 가치를 더하는 상국사 삼층석탑을 지나서 오색 식당가에서 돌솥비빔밥에 메밀막걸리를 돌리면서 천연 온천수의 냉온탕을 돌아 나오니 오늘도 행복한 하루 였음을 역사에 더한다. 귀가 길에 김 영철 산우의 초청으로 죽현마을 꼼장어집에서 서니, 동백이 함께한 죽전 사람들이 과메기 안주로 화기에 찬 회포를 풀었다.
◆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