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쳐다보니 오호라~오랜만에 푸르다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니
은실이 토끼눈을 뜨면서 일갈이다 자기 호흡이 가빠 지하철 계단도 제대로 못 오르면서
지금 뭐 할라 카노 어북 서방님 고향말을 제법 듣기 좋게 구사한다
푸하하하
"산에 가 보려고"
"어느 산?"
"글쎄 불암산이 어떨까 해서"
"아~ 2009년인가 나와 갔을 때 초입에 바위도 못 올라 쩔쩔매던 곳?"
이 마누라 남 아픈 곳을 찔러!
그때야 아직 고소공포증도 있었고 또 군자는 자고로 위험한 곳을 피하라는
성현의 말씀도 있었고 해서이지
지금은 호랑이굴도 올랐던 나야~ 이거 왜 이래~
등산복을 갈아입고 이것저것 챙기면서 곁눈질해 보니 눈길도 주지 않고
아침 연속극에 푹 빠져 있다.
배낭 쟈크를 열었다 닫았다 한참을 밍그적거려도 여전하다.
"뭐 좀 안 챙겨 줘?"
"뭘? 물은 냉장고에 있고 시장 가다가 김밥 한 줄 사 가면 되지"
몇 년 전 은실이와 함께 들렀던 대웅전(大雄殿)의 용두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사바세계의 번뇌를 모두 걸머지고 금세라도
십 만억불토(十萬億佛土)로 용트림할 듯.
절집 앞 오르는 길에 피어 있는 붉은 꽃도 그대로다.
"저거 무슨 꽃이야?"
어마~ 곱다~ 그때 은실이가 탄성을 지르며 물었었다.
하늘 같은 남편이 아내가 묻는 말에 모른다 할 수 있나?
"응~ 절에만 피는 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華)야"
이 바위는 불암산 조금 올라가다보면 있는 것으로 바위 이름은 불난 석(佛卵石)
익명「부랄석」이라 부른다 예전에 모지인이 불암산의 원래 이름이『부랄산』이라
했더니 점잖치 못하게 그게 뭬야? 하고 매우 언짢게 여기기에 여기 그 증거를 찍어
올려봅니다
사연인즉슨 이러하다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던 산이였는데 조선왕조(朝鮮王朝)가
도읍을 정 할 때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불암산 자리에 도착하여
보니 한양에는 이미 남산이 들어서 있었고 그렀다고 한번 떠난 금강산에는 되돌아갈
수 없어 그 자리에 머물렀다 하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전설이고 그다음이
재미있으니 들어 보기요.
애초에 바람이 어긋나니 불암산은 심기가 불편하여 우왕좌왕(右往左往) 하다가 산자락 하나가
그만 옆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본 산이 떨어진 옆산을 보고 '새알처럼 떨어졌구나' 해서
불난 산(佛卵山)이라 불렀는데 '卵' 자가 '알'을 뜻하므로 '불알산'으로
한동안 세간에 불리다가 어감이 좋지 않다 하여 정조 때 어명(御命)으로
애초의 이름인 '불암산'으로 부르라 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처음,
은실이와 왔을 때는 이곳부터 밧줄을 타고 정상을 오르게 되어 있었다.
곳곳에 박혀 있는 쇠징이 바로 그 증거.
하나,
요리 험난한 곳을 은실이는 펄펄 날았다는 이야기다 원래 무식하면 겁을 상실하는 거
아니겠어?그날은 바람조차 엄청 거세게 불어 제켜서 모자를 쓸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은실이는 내가 맨 밑의 코스를 밧줄 잡고 엉거주춤 기어오르는 사이
어느새 중턱에 진입하여 빨리 오라 손짓이었다.
저 까마득한 바위 곁에 붙어 서서겁도 없었지.
지금은 이 코스 전부가 계단으로 설치되었다.
단지 호흡이 가빠서 5-7m 전진하고 1분의 휴식.
언젠가는 지인과 의상봉, 용혈봉, 용출봉을 예전처럼 다시 한번 올라야겠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 건가 마음이 서글프다.
그땐 은실이한테 싹싹 빌어서라도 된장국 끓여 달래야지
한 팔순은 되어 보이는 백발(白髮) 성성한 노인네가 장비도 없이
70도 경사의 바위를 성큼성큼 걸어 오른다.
"위험합니다. 조심하세요"
큰 소리로 주의를 주었으나 씽긋 웃으며 아랑곳없다.
아~아~
왕년에 싸나이 마초 킴이 백운대 암벽(巖壁)을 벽호공으로 평지 걷듯 오르던
기억이 아사므레 하구나
무심한 세월(歲月)이여
이 세상에 의지만 있다면 못 이룰것이 없는 법이다.
내 비록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은 소요되었으나
그여 정상을 올랐으니...
이 열정만 갖인다면 지금의 이 난관에 처한 건강 문제도
틀림없이 이겨 낼 수 있으리라.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 질문.
이 바위가 무신 바위 같소?
산에 깄다 하면 바위 이름 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모한 분
한번 이름 지어 보시기요. ㅎㅎ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산했을 때는 5시가 거의 가까워져 있었다.
그래도 목적을 달성했다는 즐거움에 파김치 되어 있는 몸으로도 그리 힘든 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