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수비오 며칠전 뉴스에서 눈길 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폼페이 유적지에서 5명의 유골이 더 발굴되었다고 하는 뉴스입니다 베수비오화산의 폭발로 사라진지 약 2000년; 오늘은 폼페이의 그날을 살펴봅시다
[손바닥세계사 #56 - 세계적 유물발견 시리즈(2) 폼페이의 그날]
1748년 이탈리아의 한 늙은 농부가 농사 지을 물을 얻기 위하여 오늘도 우물을 파고 있다
저멀리 베수비오산 아래에는 푸르른 캄파니아 평야가 펼쳐져 있고 소들이 이리저리 풀을 뜯으며 거닐고 있다 흙을 파내던 우물구덩이에서 기어나와 잠시 땀을 닦은 농부는 막바지 삽질을 준비한다
다시 구덩이로 내려간다 이제 딱딱한 자갈돌이 없어지며 흙이 부드러워진다 조금만 더 파면 물이 나올 것 같다 갑자기 삽끝에 탁! 하면서 뭔가 딱딱한 것이 부딪친다 옆으로 돌아가며 삽질을 해도 계속 뭔가에 부딪친다 아~ 재수없구나 큰 돌이 박혀있구나 하며 주변 흙을 파헤치던 농부는 깜짝 놀란다
약 2000년전인 서기 79년 갑작스런 화산의 대폭발로 폼페이 전체가 땅 아래로 푸욱~ 묻혀버린 그날로 돌아가 보자 당시의 문서기록 발굴물 고고학 화산학 천문학 등을 동원하면 크게 다르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겹도록 길고 무더운 여름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일렁거리며 내뿜는다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 축제도 이제 막 끝난 즈음이다
시장거리는 장보러 나온 사람과 물건을 팔려고 소리높혀 외치는 사람들로 흥청거린다 나폴리 앞바다에서 막 잡아올려 아직 펄덕거리는 생선과 포도주로 유명한 캄파니아 평야에서 나오는 각종 채소와 곡식 열매들로 가득이다 부둣가 창고에는 이집트에서 들여온 비싼 향신료 비단 진주 같은 진귀품들이 쌓여있다
나폴리와 폼페이는 수백년전부터 지중해 무역의 주요한 길목으로서 여러 민족들이 차례차례 도시를 이루어온다 새로운 지배자인 로마제국은 16년전 큰 지진으로 파괴된 폼페이를 로마와 똑같은 구조로 다시 건설하고 있다
부유한 이곳 상인과 로마 귀족들의 널다란 별장들이 전망 좋은 높은 언덕에 줄지어 있다 청동과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과 꽃과 과일나무가 가득한 정원은 집집마다 자랑이고 조그마한 색유리 조각으로 꼼꼼하게 장식한 아름다운 벽화와 바닥은 화려하다 박카스신도 그려넣고 알렉산드로스대왕도 웅장하다
폼페이는 사랑의 유희도 넘친다 폼페이가 모시는 주신의 하나는 사랑의 신 비너스(=베누스=아프로디테)이기 때문이다 비너스는 폼페이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사랑과 열정을 즐기면서 살도록 축복한다 서로의 사랑에는 관대하다 여기저기 벽돌에 새겨진 남자 성기의 문양 사창가 심지어 외국인 매춘부의 광고들도 보인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 곡물과 열매가 풍부하고 진귀한 물품이 오가는 항구이자 육체적 욕망이 풍만한 거리로 이루어진 폼페이는 로마 시민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급의 부유한 도시이다
가끔씩 불과 연기를 내뿜는 베수비오산을 올려다 보며 불의 신 헤파이토스(=불카누스)를 찬양하며 자랑한다 폼페이 시민들은 한번씩 땅이 흔들리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이곳에 사는 그냥 사소한 댓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타지에서 온 여행자들에게 자랑까지 할 정도이다
요사이 헤파이스토스신의 대장간에서 쇠붙이를 많이 만드는지 땅도 자주 흔들리고 가끔씩 하얀 연기도 피어오른다 그러면 꽤 많은 사람들이 매케한 냄새를 피해 며칠씩 집을 비운다
8월 24일 역시 달콤한 와인을 곁들어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바로 그날 오후의 한순간이다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공기를 찢으며 온 도시를 뒤흔든다 곧이어 땅이 흔들리면서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 나온다 머리위로 파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고 큰 화산돌들이 날아와 지붕을 박살낸다 하늘은 새까만 구름과 흙먼지로 뒤덮히고 계속 출렁거리는 땅바닥 위로 사람들이 이리저리 쓰러진다
베수비오 산꼭대기에는 귀청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집채만한 바위돌과 화산재 그리고 수증기와 독가스들이 거대한 불기둥처럼 수백미터 하늘 위로 솟구쳐 뿜는다 하늘 높이 올라간 뜨거운 화산재와 돌덩어리의 검은 구름은 소나기처럼 도시 위로 쏟아져 내린다 폼페이와 주변 마을들이 깊은 밤처럼 어두워진다 호롱불로는 어림도 없다 삽시간에 1미터 넘게 쌓이는 화산재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많은 시민들이 앞을 다투어 여기저기 도망간다 집안 구석진 곳에 피하기도 한다 집과 재물을 버리고 가족들만 급하게 챙기면서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고 또한편 그동안 모은 금은보화를 허급지급 자루에 담는 사람도 보인다 기회는 이때다 도둑들은 부잣집들을 털기 시작한다 대혼란이다
도시 밖으로 피해 나온 사람들은 당황한다 길이 없어졌다 땅이 갈라지고 솟아오른 항구에는 바닷물이 몽땅 빠져나가 버렸다 화산재에 허옇게 뒤덮힌 배들만 여기저기 나딩굴고 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독가스가 밀려온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이다 사람들이 부두가 창고로 피해 들어간다 뜨거운 공기가 지나갈 때 마다 사람들의 살이 타들어간다 짙은 화산재와 독한 연기 그리고 뜨거운 공기에 사람들은 어쩔줄을 몰라 비명만 지른다
끓어넘치는 검붉은 용암이 흘러오기 시작한다 커다란 불꽃덩어리들이 악마처럼 날아다니고 건물 위로 불똥들이 툭툭 떨어진다 더욱 독해진 연기에 울부짖는 소리들이 빗발친다 온몸에 불이 붙은채 땅바닥에 마구 구른다 조금이라도 숨을 쉬기 위하여 코를 막고 기어다니고 울부짖는 아이들을 자기 품속으로 끌어와 덮는다 계속 떨어지는 화산재와 뜨거운 독가스로 고통스러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지옥같은 단말마의 순간이다
다음날 아침 5미터 이상 쌓인 화산재에 도시 전체가 묻혀버렸다 단 하룻만에 폼페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최소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 걸로 추정한다 사상 초유의 비극이다
당시 베수비오산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와있던 플리니우스는 역사학자인 친구 타키투스에게 이렇게 쓴다
'화산이 폭발하기 며칠 전부터 땅의 진동이 느껴진다 그러나 늘상 있는 일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세상이 뒤집힌 듯 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서로 찾는 소리들이 뒤엉켰다 사랍들은 몹시 슬퍼하였다 공포에 질려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신이 여기를 떠났다고 생각했다'
플리니우스의 삼촌 플리니우스는 나폴리의 함대를 이끌고 폼페이를 구조하러 급히 나선다 그러나 퍼져나오는 화산 독가스에 견디다 못해 사망한다 플리니우스 역시 폼페이의 피해지역을 조사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다
베수비오산의 거대한 화산 폭발은 이틀이 지나서야 조금씩 진정된다 뾰죽하였던 산봉우리는 숟가락으로 퍼낸 듯 윗부분이 푹 파여 날라가고 없다 주변의 작은 도시들도 같이 사라졌다
바닷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화산 연기를 조금씩 밀어내고 그사이 태양이 흐릿하게 비치기 시작한다 피신하였던 사람들이 몇명씩 돌아온다 푸르른 캄파니아 평원은 이미 사라지고 참혹하게 파괴된 도시는 연기와 재만 남은 바로 지옥의 모습이다 호화로운 장식의 목욕탕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던 포럼광장 당시 최대 규모의 원형극장 들도 함께 사라졌다 모두 넋을 잃고 주저앉는다
며칠이 걸려서 폼페이의 비극이 로마에 전해진다 신이 내린 저주라며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얼마전에 새로 즉위한 티투스황제는 충격을 받는다 민심도 수습할 겸 폼페이에 직접 행차한다 이미 화산재에 파묻혀 회색빛 폐허가 되어버린 폼페이는 과거의 모습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다 헤어진 가족을 찾다가 묻혀버린 재물을 파내다가 사고로 죽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사나운 도적들도 들끓는다 티투스황제는 폼페이를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엄격하게 출입금지 시킨다
이제 폼페이는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진다 화산재에 파묻힌 캄파니아 평야에 다시 풀이 자라고 평온을 되찾지만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황제의 엄격한 출입금지령도 있지만 공포의 비극을 겪은 폼페이 사람들은 다시 그자리에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더구나 로마시민들은 신의 보복이 두려워 감히 그 거대한 무덤 근처에 가기조차 꺼린다 그렇게 서서히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