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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흩날리는 백장미 향기와 또래오래의 건배]
(무실동 성당 인근의 치맥집 ‘또래오래’. 고소한 치킨 냄새 사이로 요한 성가대 단원들의 벅차고 상기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테이블 위에는 시원한 생맥주와 음료가 놓여 있다.)
젬마(소프라노 부단장): 자, 여러분! 오늘 무실동 성당 ‘성모의 밤’ 예식, 정말 너무나 은혜롭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늘은 미사가 아닌 성모 마리아 찬미 예식이었지만, 우리 요한 성가대의 찬미가 성모님을 듬뿍 미소 짓게 해드렸을 거라 믿어요. 다 같이 건배할까요? 평화의 모후, 성모님을 위하여!
단원들 다 함께: (잔을 부딪치며) 성모님을 위하여! 찬미 예수님!
소피아: 저 오늘 특별 찬미가 <백장미> 부를 때 하마터면 눈물 날 뻔했어요. 1절에서 남성과 여성이 한목소리로, 유니즌(Unison)으로 딱 맞춰 부를 때 그 투명하고 일치된 울림이란… 정말 성당 전체가 백장미 향기로 덮이는 것 같았거든요.
프란체스카: 맞아요, 소피아 자매님. 게다가 1절 끝나고 간주가 흐를 때, 우리 단원들이 차례대로 성모님 상 앞에 나아가 하얀 백장미를 한 송이씩 바쳤잖아요. 그때의 그 벅차고 경건한 떨림이 아직도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마리아: 저도 성모님 발치에 장미를 내려놓고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성모님이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로사리아: 그리고 이어지는 2절부터는 우리 요한 성가대의 자랑인 4부 합창으로 확 퍼져나가는데, 우리의 멜로디가 하늘에 계신 성모님 품으로 사르르 올라가는 기분이었어요.
[제2막: 풋내기 신입들의 앙증맞은 걱정]
(베테랑들의 벅찬 감상 속에서, 한구석에 앉은 신입 단원들은 아직도 긴장이 덜 풀린 듯 맥주잔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안토니오: 아이고, 베테랑 형제자매님들은 다들 은혜와 감동을 듬뿍 받으셨군요. 그런데 우리 요셉 형님이랑 저는 아까 장미 바치러 나갈 때 긴장해서 발이 다 꼬일 뻔했습니다.
요셉: (멋쩍게 웃으며) 안토니오 형제님 말이 맞소. 노래방 마이크만 잡던 내가, 영세 받은 지 3년이나 되었지만 냉담도 2년이나 해서 그런지 그 거룩한 제대 앞에 꽃을 바치려니 손이 덜덜 떨리더이다. 게다가 2절 4부 합창 들어갈 때는, 내 베이스 음정이 제대로 성모님께 올라갔는지, 아니면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는지 도통 모르겠소. 우리가 성가대에 민폐나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오.
루시아(신입 알토): 어머, 요셉 형제님. 저도 똑같았어요! 신입이라 알토 음정 잡기도 벅찬데, 장미 바치고 돌아와서 바로 화음을 넣으려니까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훅 떠버리더라고요.
세실리아(신입 소프라노):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제 말이요! 저도 소프라노 선율 부르면서 삑사리라도 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 성모님이 제 달달 떨리는 목소리 듣고 놀라지 않으셨을까요? 우리 신입들이 이 엄청난 요한 성가대에서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진짜 걱정이에요.
[제3막: 베테랑들의 따뜻한 둥지]
(신입들의 귀여운 토로에 베테랑 단원들이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안드레아(테너 부회장): (따뜻한 목소리로) 요셉 형제님, 안토니오 형제님. 그런 걱정은 1도 하지 마십시오. 아까 테너 파트에서 부르면서 저희가 다 들었습니다. 두 분의 베이스가 1절 유니즌부터 2절 합창까지 얼마나 든든하게 밑을 받쳐주던지, 우리 테너들이 마음 놓고 고음을 낼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 맞습니다! 저도 예전에 처음 성가대 섰을 때 악보를 거꾸로 들고 불렀던 적도 있는걸요. (일동 웃음) 두 분의 그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이 우리 요한 성가대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베네리오: 그럼요. 남성 파트의 유니즌이 1절에서 그렇게 포근하게 들렸던 건, 신입 베이스 형제님들의 꾸밈없는 묵직한 소리가 테너들과 아주 조화롭게 섞였기 때문입니다. 정말 훌륭하게 잘하고 계십니다!
보니파시아: (루시아의 손을 꼭 잡으며) 루시아 자매님, 알토 파트는 원래 남의 소리를 들어주며 스며드는 자리잖아요. 저도 20년 전엔 슬픔에 취해 쌩목으로 부르다 목이 다 쉬곤 했어요. 자매님의 소리는 참 다정하고 예뻐서 금방 아름다운 알토의 진주알이 될 거예요.
마리아: 그럼! 우리 베테랑 알토들이 든든하게 품어줄 테니, 루시아 자매님은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우리 목소리에 얹혀가기만 해요.
젬마: 세실리아 자매님도 오늘 너무 예뻤어요. 소프라노가 화려해 보여도 결국 기도로 올리는 소리잖아요. 자매님의 그 조심스럽고 간절한 목소리가 오히려 2절 4부 합창을 더 맑고 순결하게 만들어줬답니다.
프란체스카: 맞아요. 예전의 저처럼 내 소리만 뽐내려는 것보다, 세실리아 자매님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화음을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 하느님과 성모님 보시기엔 백 배 천 배는 더 아름다운 음악이랍니다.
[제4막: 기도로 채워지는 화음]
(서로를 격려하는 따뜻한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조용히 미소 짓고 있던 반주자 아녜스와 지휘자 엘리사벳이 입을 연다.)
아녜스: (포크를 내려놓으며 은은하게 웃는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제가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뒤에서 바라보았던 오늘 성가대의 뒷모습이 떠오르네요. 백장미를 바치고 제자리로 돌아오실 때, 여러분의 표정은 완벽한 음악가를 넘어선 ‘아름다운 신앙인’ 그 자체였어요.
엘리사벳: (벅찬 눈빛으로 단원들을 돌아보며) 맞아요. 신입 단원분들, 오늘 음정이 조금 흔들렸을까, 박자를 놓쳤을까 조마조마하셨죠? 하지만 가톨릭 전례 안에서 성가는 결코 '공연'이나 '기술'이 아닙니다. 성가는 오롯이 '기도'입니다.
요셉: 노래가 아니라… 기도요?
엘리사벳: 네, 요셉 형제님.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 ‘성가를 부르는 것은 기도를 두 배로 하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우리가 정성을 다해, 오랜 시간 하느님과 성모님을 향해 마음을 다해 기도를 올리면… 신기하게도 우리의 부족한 음정과 서툰 박자, 그 비어있는 공간들은 주님께서 당신의 은총으로 완벽하게 다 채워주신답니다.
세실리아: (눈을 반짝이며) 주님께서 저희의 부족한 빈칸을 채워서 완성해 주신다고요?
아녜스: 그럼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부른 <백장미>는 세상 어떤 유명 합창단의 노래보다 더 완벽한 천상의 화음으로 성모님 귀에 닿았을 거예요. 여러분의 순수한 마음이 이미 가장 아름다운 백장미 한 송이였으니까요.
안토니오: 와… 지휘자님, 반주자님 말씀을 들으니 제 마음에 있던 불안함이 싹 가시네요! 요셉 형님, 우리 이제 쫄지 말고(?) 더 든든하게, 열정 90점으로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성가대 합시다!
요셉: 하하하, 좋습니다. 부족한 건 주님께서 채워주신다니, 이 든든한 형제자매님들 믿고 저도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단원들 모두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 사이 베네리오 형제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해 계산을 한다. 누구 하나 모난 곳 없이, 부족함은 서로가 감싸고 주님이 채워주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또래오래의 왁자지껄한 공기 속을 따뜻하게 덥힌다.)
안드레아: 자, 우리 요한 성가대의 아름다운 일치와, 앞으로 함께할 눈부신 날들을 위해 다시 한번 잔을 듭시다! 주님과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단원들 다 함께: (활기차고 벅찬 목소리로) 우리의 성가는 기도가 됩니다! 알렐루야!!
(경쾌하게 부딪치는 유리잔 소리와 함께, 단원들의 환한 웃음꽃이 5월의 백장미처럼 활짝 만발한다. 동시에, 회식을 주도하며 뒤늦게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달려간 부단장 젬마가 이미 계산이 끝났다는 사실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고, 멀리서 베네리오가 씩 웃으며 윙크를 보내는 모습이 오버랩되며 유쾌하게 막이 내린다.)
- 幕 (막) -
첫댓글 ㅎㅎㅎㅎ 행복한을 더해주는 단장님의 큰 재주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