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내 재유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니...

한국의 단독 월드컵 개최 꿈이 무너졌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의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후 20년 만의 월드컵 개최 도전이 좌절됐다. 한국은 3일 새벽(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3위에 머물며 탈락하면서 한국의 월드컵 개최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이번 2022년 월드컵 개최에는 실패했지만, 그 이후 월드컵 유치에 다시 도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을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만 적용하기로 했지만 대륙별 안배를 위해 유럽과 비유럽의 순환 개최는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2018년 월드컵 유치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유럽 대륙 개최라는 점도 그러한 전망을 뒷받침 해준다.
그렇다면 2022년 이후 아시아 대륙에서 월드컵이 다시 열릴 시기는 빨라도 2038년이나 2042년이 되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30년은 지나야 된다. 2038년이나 2042년 대회 개최지 선정이 그로부터 10년 전쯤 결정된다고 하면 2026년이나 2030년일 것이니 지금부터 20년은 지나야 도전할 기회조차 생길 것 같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한국이 다시 월드컵을 치르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20년 뒤 벌어질 2038년이나 204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때 한국의 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유치전처럼 일본이 경쟁자로 나설 것이나, 그보다 더 큰 장애물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도전자일 것이다. 중국은 한국, 일본에 이어, 그리고 올림픽 개최에 이어 월드컵을 여는 동아시아 3번째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이번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 아시아 국가들이 뛰어들자 슬그머니 유치 의사를 숨긴 채 빠지면서 내심 2026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나선 가운데 한국, 일본, 카타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혼전을 벌인다면 미국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026년 대회 개최지 선정을 노렸던 것 같다. 하지만 2022년 개최지가 아시아 국가인 카타르로 결정되면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아시아 대륙 개최를 위해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FIFA 입장에서도 아시아 최대 시장의 중국을 가만 놔주지 않을 것이다. 한 차례 개최한 한국, 일본보다 첫 개최라는 중국의 명분도 FIFA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이제 2022년 월드컵 유치전이 끝났다. 축구를 통한 한반도와 세계 평화라는 명분과 아시아 연대라는 제안을 앞세워 전력을 다해 유치에 도전했던 2022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거대한 오일머니와 중동 개최라는 명분을 앞세운 카타르 앞에서 한반도와 세계평화는 물론 아시아 연대전략조차 무용지물이 돼버린 한국이 이후 월드컵 유치에 다시 나설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시 나선다 해도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2038년이나 2042년이 아닌 2050년까지 멀리 보면서 유치모드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인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차라리 여자 월드컵을 유치하라고 권하고 싶다. 올해 한국 여자축구는 U-20이하와 U-17이하 월드컵에서 3위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여자축구계의 변방에서 일약 중심으로 성장한 여세를 몰아 여자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나선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
U-20이하와 U-17이하 월드컵에서 이뤄낸 기적을 앞세워 여자 축구 발전을 강조한다면 명분으로 충분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 내세웠던 한반도와 세계평화 컨셉 역시 이번처럼 연평도 사태가 없다면 충분히 어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2002년 월드컵 개최 경험과 그로부터 다져 내려오고 있는 충분한 첨단시설 등을 토대로 여자월드컵을 준비하면서 U-20, U-17 등 남녀 연령대별 청소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축구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그런 착실한 준비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다면 20년 후 중국과의 월드컵 유치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