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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차 문산 산행 후기
-가덕도를 아시나요-
이번 산행은 유래 없는 전야제가 있었다. 그녀, 정정희. 문산에 그녀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랄까. 정정희 산행대장이 사무국장으로 있는 금정문협에서 깃발시화전을 연다고 해서 축하 겸 응원 사절단으로 박달수 고문님을 비롯해서 편집장, 총무, 사무국장이 급파 되었다. 멀리 거제에서 김무영 회원까지 단걸음에 달려오시고. 겸사겸사 문산 38차 산행의 전야제를 치룬 셈이다. 걸쭉한 금정구표 막걸리로 산행의 뒷심을 다지고.
최연근 회장님께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불참하시고 산행 대장까지 부재할 이번 산행. 과연 몇 분이나 오실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도착한 지하철 하단역 3번 출구. 환하게 반기시는 문석경, 이상훈, 감윤옥 선생님. 바지런한 총무는 그 새 커피를 준비하러 갔고. 염려는 일시에 날아가고 불현듯 숫자는 다만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는 안도가 든다. 몇 명이 되든 문산은 문산의 길을 어김없이 나설 것이며 문산과 더불어 보내는 하루는 여전하리라.
‘시간 엄수!’ 앵무새처럼 조잘거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언젠가부터 ‘코리안 타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관습이 없어진 곳이 문산 아닌가. 정시가 되기 전에 오실 분은 다 오시고 더도 덜도 아닌,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20人이 오늘의 산행 멤버다. 행여나 하는 노파심으로 김무영 회원의 자가용 한 대가 잠시 하단역에서 대기하기로 하고 일행은 가덕 선창행 58번 버스에 몸을 싣는다. 승객의 절반은 우리 문산이었으니 58번 버스는 잠시 우리 문산이 접수한다.
눌차 다리 입구에서 인원 점검을 하고 김무영 회원의 시범으로 열심히 몸 풀기 체조를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본다. 문산의 일원들이 하나같이 미모와 인품이 좀 되기는(?) 하지만 오늘은 유난스럽다. 왜일까. 몸 풀기 체조라는 것이 어째 좀 거시기 하다. 거의 취권 수준이랄까. 사지에 힘을 빼고 흐느적거리니 멀쩡한 사람들이 왜들 저러나 하는 눈빛들이다. 하긴 나도 키득키득 웃느라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으니.
옛부터 가덕 선창 가덕섬의 관문되었고
가덕첨사 시절에는 수군의 군항지였다
척화비 그대로 남아 바다 여는 얼이 된다
손짓 한 번 크게 하면 와 닿을 이웃 섬들
넘실대는 물결 따라 다가온 남해 정기
그 씨알 가슴에 품고 새 시대로 여는 마을 <선창 마을 석비>
눌차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선다. 골목길, 그 아련하고 정감어린 단어를 음미하며 좁디좁은 골목길을 돌아, 돌아 가덕이 사방으로 두른 바다를 만난다. 저 멀리, 일상을 묻어 두고 온 부산 땅 다대포가 보이고. 설핏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이방의 냄새가 살갑게 어깨를 걸어오는 하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반갑다.
동선 새바지에서 이어지는 바닷길. 생업의 터전이 바다인 사람들에게 바람은 또 하나의 신앙이 아니었을까. 시시각각 바다의 얼굴을 결정짓는 바람을 받아내는 곳이라 하여 새바지라는 지명이 생겨났단다. 아는 만큼 본다는 말처럼 유래를 듣고 만나는 새바지, 그곳에서 닿아지는 바람에 삶의 고단함이 더러는 맡아진다.
바다와 산의 경계를 긋는 소박한 길.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그 길을 동행하는 수더분한 풍경에 영장이라 자처하는 인간들의 족적이 누가 되지 않기를 소원하며 걸음을 옮긴다. 삼삼오오 정담을 나누며 걷는 문산인들 또한 만개한 꽃처럼 아름답다. 부산 모 교회 소속이라는 작은 기도원 근저에서 목을 축이고 새참을 먹는다. 빵 한 입, 과일 한 조각에 묻어나는 뜨신 마음들이 여태 문산을 버텨온 보이지 않는 기둥일지니 잠시 가지는 휴식 시간이 꿀맛이다.
장만수 선생님과 화사한 그 일행 분들이 이미 누릉능에 당도하셨다는 전갈을 받고 다시 길을 나선다. 1Km 남짓을 부지런히 걸어 당도한 누릉능에서 본격적인 휴지를 긋기로 한다. 두두두두둥…….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알록달록한 가방에서 나온 색감 고운 먹거리들. 이미 문산표 뷔페차림에 대해 수차례 일갈한 적이 있는 터. 오늘은 각설한다. 너나없이 배꼽이 방실거릴 만치 포식을 하고 문학에 대한 열띤 토론도 후식으로 제격이라. 다들 나팔꽃처럼 활짝 귀를 열고.
가야할 길이 멀었으니 예서 지체할 수가 없다. 모르시는 분은 이제 다 왔겠거니 여기시지만 아는 분은 다 안다. 실상 오늘의 본 게임은 여기서 부터라는 것을. 박달수 고문님 왈. “이제 다 왔다. 여기서 한번만 깔딱 고개를 올라가면 정상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한번이 조금 길다는 것일 뿐.
2주전 답사를 다녀갔던 코스대로 어음포에서 제대로 된 산을 타기 시작한다. 오로지 오르막만 존재하는 길.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내 안의 소금기가 죄 빠져나와 온 몸으로 길을 만드는 간단치 않은 여정. 그런들 가야한다는 명제 앞에서 당당했던 우리 문산은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정상 초소를 찍고야 만다. ‘이제 다 왔다. 이제 다 왔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서로 추스르며. 약수터에 앉아 내려다본 풍경 속에는 고달팠던 순간이 어느 새 청량함으로 물들어 있고 멀리 바다는 여전한 묵음으로 문산을 응원한다.
찰칵. 가덕에서의 하루를 인증샷으로 남기고 하산길이다. 가까운 듯, 먼 듯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선창 마을의 정경이 시원스레 펼쳐진 임도. 시원한 옛날 맛 ‘아이스케키’ 아줌마가 초입을 버티고 서 있다. 단 한 마디 호객도 하지 않았건만 유년의 코흘리개들처럼 덜컥 발목이 잡혀 입맛만 다시는데 선뜻 지갑을 여는 이말라 선생님. 이말라 편집장께서 쾌히 전원에게 아이스케키를 쏘시겠단다. 그 달고 시원한 맛이라니. 박혜연 총무 왈, “아이스케키 하나에 분위기 완전히 업(UP) 됩니다요.”
고추장 맛이 일품인 ‘가덕수퍼’에서 파전에 막걸리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여전한 박지현 선생님의 풀피리, 그리고 오늘 처음 참여하신 중후한 느낌의 여선생님께서 불러 주신 ‘아, 목동아’는 가덕도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잠시 동안의 가가대소로 피로는 저만치 물러나고, 이별을 마주하는 마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다시 서른 날 후 정으로 만날 기약이 있기 때문이리라. 58번 버스를 타고 부산을 향하는 내내 주마등처럼 스치는 가덕의 풍경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 늘 그렇듯 참으로 감사하다.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시며 화기애애한 문산의 분위기를 위해 한 몸 아낌없이 불살라 주시는(?) 박달수 고문님, 고맙습니다. 오늘 처음 합류하신 김동희 선생님, 그리고 장만수 선생님과 그 일행 분들 반가웠습니다. 다리가 불편한데도 끝까지 완주하신 감윤옥 시인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먼 길 마다 않고 달려 오셔서 힘이 되어 주시는 김무영 선생님, 반가운 얼굴 보여주신 이영애 선생님 고맙습니다.
6월 산행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안내 올리겠습니다...^^
** 수입 및 지출 내역 **(호칭생략)
- 회비 및 찬조
김광수(5). 박지현(2). 송소현(2). 문석경(2). 박혜연(2). 문경희(2).
박달수(1). 이말라(1). 김무영(1). 감윤옥(1). 이상훈(1). 홍동곤(1)
이영애(1). 김동희(1). 정은정(1). 장만수 외 4명(5) = 총 29만원
- 지출
우편료 ; 33.320원
뒤풀이(가덕수퍼) ; 58.500원 = 잔액 198.180원
[ 추신 ]
6월 남해 행사 관련
* 지난 4월 다랭이마을 탐방에서 문산의 시화전과 낭송행사에 호응이 아주 좋았고, 6월 둘째 주 토요일(11일)에 열리는 써레질 축제에 정식으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정기산행과는 별도로 시화전과 부대 행사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100편의 시화를 준비하여 바닷길을 장식하고 낭송, 연주, 노래 등으로 문학행사를 가질 예정입니 다. 남해의 짙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문산의 작품들이 휘날리게 될 그날을 위해 시화 참여작을 모집합니다.
* 시, 시조, 수필 등 전 장르 - 시화용으로 짧게 작성
* 작품 내용 - 남해 및 다랭이마을에 관련한 작품
* 편수 제한 없음 - 시화 제작비는 편당 만원
* 기한 - 6월 1일(수)까지
* 보낼 곳 - haidy92@hanmail.net (사무국장)
첫댓글 아이스 케키... 한입에 더위도 잊어버려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서로가 한마음인 듯... 사무국장님은 후기도 알차게 쓰시느라
늘 수고하는 바람에 지가 게으름을 못 피우겠나이다....ㅎㅎㅎ
헉!...경비내역을 빠트렸다가 썜 댓글보고 생각나서 바로 올렸다는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후기랍니다....ㅎㅎ...그날 쬐끄만 사람이 큰 일 했습니다요....고생 많았시유.....^*~
국장님, 어쫌 요로코롬 맛있는 후기를 썼을까유, 저는 그날 쥐난 다리가 풍선처럼 부풀고 아직도 통증에 절름이며 다니지만 넘 좋았던 하루였죵, 근데요, 그날 아이스케키는 폼만 잡고 돈은 다른 분(아마 장사장님?)이 치렀다우, 그라고 그 여인네의 노래는 동심초에서 아 목동아로 바꿔 불렀지유? 아매~~~
헉!...그런가요??...딴짓을 하다보니 노래가 바뀐 것도 몰랐네요....ㅎ...그냥, 아, 참 노래가 그 분 분위기랑 잘 맞는구나라는 생각만 했는디....고쳐야지....ㅎ
앙꼬 절래절래
없으니 내 자리 느껴집디꺼에는 앙꼬로 들어가야 됩니꺼 기대 해봄서로단방약 입니다요거운 분위기였네요 아흑 내가 있어야 했는디 휘리릭 나네요감요
그렇다면 양념 내지는 꼭 넣어야 제 맛이 난다는거네유
과연 내가
그럼 다음
후기 잘 읽었네요^^*
감윤옥선생님 또 그 상황에 다리까지 접질렀어요
처방책으로 침인데
침 맞아봐요
모두
가덕도 고추맛 일품 슈퍼 뭐 그래삿더마 3차는 어데서 했는교
막차를 놓치고
아이스케키 조거도 내가 좋아했는디
보리이삭 주워 아이스케키 바꿔 먹었는 기억이
후기
약오르지요??...그랑께 앙꼬 학실히 있어야 됩니더~~~~~ㅎㅎㅎ
바다가 굴쩍하나까지 다 줏어
문산의 창고에 차곡차고 재시는 저 마술
줏어 담고 기록하고 사진에 넣어도
몇모금 뿐인데 샅샅이 마음까지 담았능교
아이구나 신통방통혀라
챙기고 아우르고 마음쓰고 ..
신인기라 울 국장님은
소쿠리 비행기....아, 불안해라...언제 어디서 곤두박질 칠랑가??.....ㅎ
비행긴 또 아무나 타남요
소쿠리비행은 특실인디
잘 엄서유 시간대도 안맞고
예약 해 뒀어유
죄송해유
제 등판 땜시
그 황홀한 뷔페가 안 보이네유 ㅠ ㅠ
아, 울고 싶어라 ㅠ ㅠ
아주 아름답고 훌륭했어유
마음도요
문산행에 계속하다보면 그런 맘도 다 아름다움,
행복으로 화할것입니다
걱정마셔요
정말 잘하셨어요
저는 그 등판에 숨어 정말 밥 열심히 먹었습니다...감사하고 아름다운 저 등판.....^^
등판뒤에서 편안히 드시는 모습 정말 마자유
간간이 찬바람도 막고
정이란 양념을 듬뿍 쳤으니 얼매나 꿀맛이었겠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