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화악산으로 1...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며)
겨우내 몸속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미나리... 달면서도 약간 쌉쌀한 맛을 가지고 있다. 각종 비타민이나 몸에 좋은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해독작용과 중금속 배출, 간 기능 향상과 숙취해소, 변비와 고혈압에 효과가 있단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로 주로 들판이나 개울에서 자라고 있다. 물이 고여 늘 축축한 곳이 주변에 있다면 미나리가 자라고 있다. 약간 그늘을 좋아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재배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혹한(酷寒)이나 혹서기(酷暑基)를 제외하면 어느 때든 수확이 가능하다.
이 미나리를 특화시켜 주민 소득 향상을 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청도군 청도읍 화악산(華岳山)아래에 있는 한재다. 한재는 초현리, 음지리, 상리와 평양리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봄에는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는 화악산은 932m의 만만찮은 높이다. 또 시원스런 조망(眺望), 아기자기한 암릉(岩稜)으로 어우러져 산행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태백산맥 남부의 준령 중 하나다. 밀양강의 발원지로 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골짜기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지형으로 바뀌는 개석(開析)에 의해 침식분지가 산재(散在)해 있다. 이들 분지의 하나인 운주골의 암벽 위에 있는 운주암에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곳이다.
청도읍과 각남면을 가르는 한재... ‘큰 고개’라는 뜻으로 902번 지방도다. 물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한재에서는 원래는 복숭아, 자두, 감 등 과수가 주 작목이었다. 한 두 농가가 미나리를 키워 돈을 벌자 마을 전체로 번져 나갔다. 2월 말에 시작하여 5월까지가 제철이다. 미나리는 줄기가 약해 웬만큼 자라면 눕는다. 밀식을 하니 서로 기대어 버티고 있는 것이란다. 또 한재의 미나리는 줄기의 끝이 유난히 붉다. 품종의 특징은 아니며 재배 환경에서 오는 것이라 한다.
이는 강화도의 쑥이나 순무처럼 자연환경이 주는 조건일 것이다. 3월 6일 미나리가 지천인 화악산 한재로 여행을 떠났다. 어제부터 내린 많은 비... 아침에는 개였지만 산행하기에는 미끄러움이 심하다. 특히 3월의 등산은 땅 속에 얼음이 얼고 양지부터 녹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노년기에 들어서 넘어져 골절이 생기면 완치하기에는 오래 걸린다. 특히 엉덩이뼈의 분쇄골절은 치명(致命)적으로 조심하여야 한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금강휴게소에서 아침을, 칠곡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옆에 영남 물류 복합 터미널...
청도 화악산으로 2... (청도읍을 지나며)
화물의 집화와 하역 및 이와 관련된 분류, 포장, 보관, 가공, 조립 또는 통관 등에 필요한 기능을 갖춘 터미널이다. 칠곡, 양산, 장성, 세종, 군포 등 대도시 근접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 칠곡 터미널은 대구, 구미, 김천, 칠곡, 성주권역 등을 아우르고 있다. 이곳 물류 터미널은 영남권 내륙 물류기지의 산업물동량 처리 허브(Hub) 기능이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가동률이 복합물류터미널(IFT) 42%, 내륙컨테이너기지(ICD) 11%로 매우 낮아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어 그 개선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대구와 경산을 거쳐 청도IC로... ‘씨 없는 감... 청도 건시(乾柿)’ 광고판... 장과 위의 기(期)를 잘 통하게 하는 乾柿는 발효시킨 우유[酥]와 꿀을 함께 달여 늘 먹어도 좋단다. 乾柿하니 곶감이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로 착각하고 도망 간 어리석은 호랑이를 묘사한 설화가 생각난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이에 놀란 호랑이는 도망을 갔단다. 이때 소도둑이 들어왔다가 호랑이를 소로 착각하고 등에 올라탔단다. 호랑이는 이놈이 틀림없는 곶감이라고 착각하고, 죽을힘을 다하여 달아났단다. 도둑은 호랑이임을 알고 급히 뛰어내리고 호랑이도 이제 살았다 하고 더 뛰었단다. 모두 제 발 저린 짓을 한 것이다.
우둔(愚鈍)한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강자가 그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오히려 패배하는 내용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나와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심어주었다. 청도경찰서 앞에서 국도 25번을 타고 달려 나간다. 곶감의 고장 청도군은 경부선에 청도역을 건설하면서 명칭이 시작되었다. 도불심유(道不拾遺) 산천청려(山川淸麗) 대도사통(大道四通)에서 유래하였단다. 철도개통으로 많은 물자의 소통이 원활한 이유일까? 하지만 청도군청의 소재지는 청도읍이 아니라 화양읍이다.
화양읍에는 옛 관청인 동헌과 청도 향교, 객사(客舍)인 도주관(道州館) 및 청도읍성,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빙고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 높이 30m의 낙대폭포는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녹음 속 물줄기가 시원하고, 가을이면 오색단풍이 수놓고, 겨울이면 빙벽으로 얼어붙어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또한 그윽한 연꽃향기 가득한 2만 여 평에 이르는 유호연지가 있다. 청도군의 진산(眞山)으로 알려진 해발 870m의 남산과 옛 선인들이 찾아 즐기며 시를 읊든 아름다운 화산동천도 있다.
청도 화악산으로 3... (적천사를 지나며)
화산동천(華山洞天))... 화양읍 동천리 남산에 있는 화산동문(洞門)에서 부터 시작하여 음용지(飮龍池), 백석뢰(白石瀨), 취암(醉巖), 봉화취암, 운금천(雲錦川), 질양석(叱羊石), 만옥대(萬玉臺), 류하담(流霞潭), 연주단(聯珠湍), 옥정암(玉井巖), 석문(石門), 산수정(山水亭), 일감탕(一鑑湯), 용항(龍項), 낙안봉(洛雁峰), 봉황대(鳳凰臺), 금사계(金沙界), 모선암(慕仙巖) 등의 글들이 새겨진 바위를 말한다. 이 글들은 신선이 되고자 했던 옛 선인(先人)들의 시문(詩文)과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 아담한 계곡에서 우정과 사랑을 노래한 선조들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밝은 미래 역동적인 민생 淸道... 버스는 청도읍과 화양읍을 거쳐 밀양으로 가는 국도 20번으로 가야만 빠른데 25번으로 계속 내려간다. 지나는 길에 운문사(雲門寺) 안내판... 560년 신라의 부흥기를 맞아 화랑도 수련장으로 역할하였던 오갑사(五岬寺)중의 하나인 대작갑사가 바로 雲門寺다. 608년 원광국사(圓光國師)가, 신라 말기에는 보양국사(寶壤國師)가 사찰을 중건하였다. 특히 보양국사는 고려 개국 공신으로 운문선사라는 사액(賜額)과 500결의 땅을 하사(下賜)받았다. 雲門은 당시 중국 선종의 유명한 스님의 법명(法名)이란다.
이곳의 문화재는 대웅보전, 금당 앞 석등, 청동으로 만든 항아리인 동호(銅壺), 원응국사비(圓應國師碑), 석조여래좌상, 사천왕석주(四天王石柱), 삼층석탑 등이 있으며 이곳의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이다. 운문사로 가는 길에 운문댐이 있는데 댐의 완공으로 맑은 시냇물과 호젓한 마을을 스쳐가던 풍광은 사라졌다. 또한 대웅보전 앞에서 보면 북쪽의 바위산을 호랑이 머리로 삼고 그 몸이 동쪽으로 해서 남쪽으로 뻗으며 둥글게 운문사를 감싸고 있으니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에서 호가산(虎踞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더 지나면 적천사(碩川寺)와 은행나무...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수도하기 위하여 토굴을 지음으로써 창건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지눌(知訥)이 중창하였다. 그는 가랑잎에 범호(虎) 자를 써서 신통력으로 호랑이를 만들어 도적떼를 쫓아냈다는 전설도 있다. 이 사찰의 괘불(掛佛)과 목조사천왕기좌상이 문화재다. 또한 사찰입구에는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나무는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가 지팡이를 꽂았는데 높이 25~28m, 둘레 11m의 고목으로 자란 것이라 한다. 이제 여행길은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인 신도리를 지난다.
청도 화악산으로 4... (미나리 축제장에서)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 1969년 여름... 박정희 대통령은 유례없이 참혹했던 경남의 수해현장을 시찰하던 길이었다. 이곳 신도리를 지나면서 주민들이 합심하여 수해를 복구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즉석에서 그곳을 찾아갔다. 여기서 착안한 새마을 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으로 대표되는 민족중흥운동으로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와 ‘하면 된다.’는 긍정적 사고 및 능동적 실천이 결합된 조국근대화 운동이다. ‘머리가 있으면 머리를 내 놓아야 하고, 머리가 없으면 몸으로 노력하여야 하고. 입만 가진 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다.
‘비탄’과 ‘허탈’뿐이었던 수마(水魔)... ‘하고자 하는 마음, 하면 된다는 긍지, 하는 가운데 희망, 하고난 다음의 보람’으로 이어진 이 운동은 우리 생활을 변화시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天助自助之人)’는 옛 성현의 말씀대로 자활(自活)의 길을 걸어야 한다. 요즘 청년 취업...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사회보험 보장도 못 받고 안타깝다. SKY 대학을 나오고 유학 가서 석사와 박사를 따와도 취업이 안 되어 부모가 상속한 건물의 임대수입으로 잘 살고 있으니 비로 금수저 인생이다.
근처 내호리에는 현대 시조의 격을 현대적인 감각과 정서를 담아내면서 한 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조시인 이호우(李鎬雨) 생가가 있다. 그의 여동생인 이영도(李永道) 역시 여류 시조시인으로 교편을 잡기도 하였다. 그녀는 청마 유치환에게서 20년 동안 무려 5천여통의 사랑의 편지를 받은 아름다운 플라토닉(Platonic,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나눈 주인공이다. 李鎬雨는 개화(開花), 휴화산(休火山) 등을, 李永道는 시조집 청저집(靑苧集)과 수필집 춘근집(春芹集) 등을 남겼다. 이 남매(男妹) 시인을 위하여 오누이 공원이 있다.
평양리를 지나면서 미나리 재배 하우스가 펼쳐진다. 바로 한재 미나리 밭이다. 버스는 밤티재에 도착하여 등산이 시작한다. 다리가 불편한 나로서는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 내려오면서 삼겹살과 미나리를 파는 비닐하우스로 갔다. 식당을 가지 않는다면 미나리를 제외하고 불판, 돼지고기, 김치, 마늘, 양념장 등을 가져가야 편하다. ‘산 좋고 물 맑은 자연이 키운 청도 한재 미나리’... 청정 자연수로 키우는 무농약 미나리라고 소문은 났지만 주차비가 3만원이라 무단 주차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산위에서 내리는 계곡 물... 흐른 다기 보다는 쏟아 내린다. 여행길은 등산객과 합류하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