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숲, 우이천 그리고 초안산
1. 일자: 2022. 2. 26 (토)
2. 장소: 북서울숲, 초안산(115m)
3. 행로와 시간
[미아사거리역(08:11) ~ (북서울숲 전망대) ~ 월영지(08:47) ~ 우이천(09:16) ~ 비석골(09:30) ~ 초암산(09:50) ~ 녹천역(10:00) / 7.17km]
행복한 걷기여행 이란 책이 있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책을 산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작년부터 소개된 걷기 명소를 하나 둘 찾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서울과 수도권의 트레킹 명소를 안내하고 있다. 특별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때를 위한 일종의 보험 같은 존재다. 오늘은 ‘낮은 산 너른 품에 안긴 고운 숲길’ 이란 제목을 단, 초안산/우이천/북서울꿈의숲 구간을 간다.
들머리를 고민하다, ‘착수 용이성’을 이유로 미아사거리에서 길을 시작한다. 책에서 안내된 코스와는 역방향이다. 1km 골목길을 걸어 북서울숲에 들어선다. 잔뜩 흐린 날씨로 조망은 없지만 전망대에 오른다. 미세먼지 탓으로 조망은 없다. 길도 을씨년스럽다. 월영지로 내려선다. 시야가 확 트이고 볼거리가 많아진다. 담 낮은 고택과 뒤편 대숲이 근사하다. 월영지는 다른 계절에 오면 더 멋진 곳이겠다. 연못 뒤편으로 너른 잔디광장이 보인다. 아빠와 아들이 야구를 하고 있다. 부러운 모습이다. 모처럼 확 트인 너른 빈 공간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하릴없이 숲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북서울숲을 크게 한 바퀴 돌아나가려 했으나, 무엇에 홀렸는지 안내소 앞에서 도로로 나와 버렸다. 길 건너에 동문 안내판을 보고서야 잘못 왔음에 알았으나 늦었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도로를 더 걸어 우이천에 들어선다. 물길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천변의 계절은 아직 겨울이다.
초안산 입구를 찾아 헤매다 비석공원은 들르지 못하고 주변에 궁녀와 내시 무덤이 조성되어 일명‘내시네 산’이라 불리는 초안산 길에 들어선다. 길가에 이름없는 무덤과 석물들이 뒹군다. 어떤 상궁의 묘는 그래도 표식은 있다. 세월무상이다. 한 때는 권력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이들의 말로가 그저 버려지듯 흩어진 무덤으로 존재하니 말이다.
초암산은 115m 나지막한 언덕이었다. 흐린 늦겨울의 음침한 날씨에 찾은 산은 기억에 남을 그 무엇도 남기지 못한다. 터벅터벅 걸어 내려와 녹천역 앞에 선다.
무언가 허전하다. 계절과 날씨 탓이려니 한다. 어쩌면 북서울숲과 초안산의 겉만 훑고 안을 들어다 보고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