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과 성실이 길을 가다가 한쪽을 보게 되었는데, 수다쟁이라는 자가 약간 떨어져서 그들 옆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들 모두가 걸어가기에 충분히 넓은 곳이었다. 수다쟁이는 키가 크고 가까이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훨씬 잘생겨 보였다. 성실이 수다쟁이에게 말을 걸었다.
성실 : 친구여, 어디로 가십니까? 당신도 천성의 고장으로 가는 길입니까?
수다쟁이 : 나도 그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성실 : 이것 잘되었군요. 우리가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되기 바랍니다.
수다쟁이 : 진정으로 선한 뜻을 가지고 제가 당신들의 친구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성실 : 그러면, 자 이리로 오시오, 서로 같이 갑시다. 유익이 되는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합시다.
성실은 수다쟁이의 말에 탄복하였다. 그러나 크리스챤이 수다쟁이의 정체를 알려주자, 성실은 수다쟁이에게 진정한 구원의 은혜의 표식들이 있는지를 살피게 되었다.
번연은 수다쟁이의 특징을 묘사하면서 한 영혼의 심령 속에 진정한 은혜의 여부가 있는지에 대해서 살피는 것과 분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훈하고 있다. 수다쟁이는 진정한 구원의 은혜 없이 성경에 대한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다쟁이를 믿음이 있는 자라고 착각한다. 이러한 수다쟁이는 어느 교회든지 한 사람 혹은 여럿이 있고, 교회는 수다쟁이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때때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수다쟁이는 핍박과 환난의 시절에는 없다. 왜냐하면 심령 속에 은혜가 없기 때문에 환난과 핍박이 오게 되면 교회와 신앙 고백을 버리고 떠나기 때문이다.
수다쟁이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가치 있는 대화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자신의 걱정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수다쟁이는 다른 사람을 간접적으로 내리누르면서 자신을 높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수다쟁이는 자기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수다쟁이의 수많은 대화는 바로 자신의 영광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수다쟁이는 자기 영광을 위한 것과 함께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려고 하였기 때문에, 대화에서 겸손하지 않았고, 자비가 결여되어 있었다. 수다쟁이에게 있어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은혜의 증거인 자기 부정을 찾아볼 수 없다.
이때 성실의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크리스챤이 수다쟁이의 정체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수다쟁이는 스무 겹이나 되는 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자며, 자기 자신이 어떠한 자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성실에게 설명해 주었다. 크리스챤은 수다쟁이가 피상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현란한 그의 말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줄 착각하여 속아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수다쟁이가 말을 많이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말을 많이 함으로써 자신을 감추고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크리스챤이 수다쟁이의 정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떤 개인을 악하게 말하거나 비방하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챤이 수다쟁이에 대해서 말하는 이유는 성실이 위선자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수다쟁이는 멀리서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가까이 와서 보면 흉한 사람이었다. 위선자로서 외적으로 나타난 모습은 믿음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적인 삶을 들여다보면 아무 것도 없는 자다. 수다쟁이는 말만 할 뿐이며, 그의 삶에서는 믿음의 실체가 없다.
수다쟁이와 성실의 대화는 종교의 능력에 대한 토론으로 정해졌고, 이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정한 은혜의 표식이 무엇이며 동시에 거짓 표식은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자 하였다. 성실은 죄에 대한 외침이 아니라 죄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증거라고 말하고, 진정한 구원의 은혜의 지식은 믿음과 사랑을 생산한다고 말하며, 성령의 역사로 인한 죄의 깨달음과 그리스도의 절대적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 은혜의 작용의 효과이며, 죄를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죄와 싸우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은혜의 증거라고 말했다.
천로역정의 수다쟁이의 장면은 우리에게 과연 구원의 은혜의 효과와 증거가 있는지를 점검하게 하며, 한편으로 잘못되거나 진정한 은혜의 표식이 결여된 자들을 잘 분별하여 그들을 치료하거나, 혹은 교회에서 분리하여 교회의 거룩성을 보존하도록 도전을 주고 있다.
첫댓글 내가 수다쟁이가 아닌지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수다쟁이를 넘어서
잘 분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