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밀양 박춘구1) [又 密陽 朴春九]
산이 맑고 물이 곱고 또 높고 깊은데 山明水麗更高深 산명수려갱고심
듣건대 꽃다운 이름의 봉우리2)를 거듭 가리키네. 聞說芳名再指岑 문설방명재지잠
정자 주인의 흥망을 훗날 시로 일깨웠는데 亭主興亡詩啓後 정주흥망시계후
상공3)의 슬픈 유감을 지금까지 역사에 전하네. 相公悲憾史傳今 상공비감사전금
세상이 몰라보게4) 변천하여 유향 남기기 어렵지만 滄桑遷變難遺響 창상천변난유향
우주가 무궁하다고 오래도록 읊고 있네. 宇宙無窮永有吟 우주무궁영유음
뜰의 풀과 담장가 꽃은 파묻히기 쉽지만 庭草墻花埋沒易 정초장화매몰이
봄 난초 가을 국화를 정자에 올라 내려다보네. 春蘭秋菊此登臨 춘란추국차등림
1) 박춘구 : 임자생[壬子生(1912)], 호 심헌(心軒). 경북 예천군 예천읍 동본리
2) 꽃다운 이름의 산봉우리 : 정자를 중수한 곳이 옥산의 산봉우리에 있지만, 여기서는 풍천면 병산리의 어락정이 있던 화산(花山)을 말한다.
3) 상공(相公) : 영의정을 지낸 문충공(文忠公) 서애 류성룡을 말한다.
4) 세상이 몰라보게 : 원문 창상(滄桑)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뜻한다. 큰 바다가 변하여 뽕나무밭이 되고 뽕나무밭이 변하여 큰 바다가 되듯이 세상일의 변화가 매우 심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