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 대천명 (盡人事待天命)
■ 진인사 대천명 (盡人事待天命)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삼국지(三國志)》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에 유비(劉備)의 촉(蜀)나라가 오(吳)나라와 연합하여 위(魏)나라와 적벽(赤壁)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촉나라의 명장 관우(關羽)는 제갈량(諸葛亮)으로부터 위나라의 조조(曹操)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예전에 그에게 신세진 일이 있어 차마 죽일 수 없었다. 결국 관우는 화용도(華容道)에서 조조의 군대를 포위하고도 퇴로를 열어주고 달아나게 하였다. 제갈량은 다 잡은 적장을 살려준 관우를 처형하려 했지만 유비의 간청으로 그를 살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므로 일전에 조조에게 은혜를 입었던 관우로 하여금 그 은혜를 갚으라고 화용도로 보냈다. 내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할지라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이다.[修人事待天命]"
애초에 제갈량은 관우가 조조를 놓아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우에게 조조를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관우에게 조조를 죽일 계략을 알려주는 것이 자신의 소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고 조조의 생사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진인사대천명은 이처럼 사람이 일을 행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의 ‘수인사대천명’에서 비롯되었으며,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비슷한 뜻으로 모사재인 성사재천(謨事在人成事在天)이라는 성어가 있다. 명(明)의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고사로, 촉(蜀)나라의 제갈량이 숙적인 위(魏)나라의 사마의(司馬懿)와 공방전을 벌이던 때였다. 제갈량은 호로곡(葫蘆谷)이라는 계곡으로 사마의의 군대를 유인하고 불을 질러 군대를 몰살시키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마의 부대는 살아날 수 있었다. 이에 제갈량이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며 말하기를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에 달렸으나 일을 성공시키는 것은 하늘에 달렸도다.(謨事在人, 成事在天.)”라고 한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