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달 <안녕>
우리의 삶이
탄생이라는 시작과 죽음이라는 마침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삶의 시작점과 귀결점, 나이듦이 소멸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탄생과 죽음의 연장선의 어느 연결된 지점일 뿐
삶안에서 안녕하다고 반갑게 서로에게 안녕이라고 인사 할 수 있어야 하고,
(안녕이란 말은 관계맺기의 시작을 나타낸다)
그 안에 삶의 위안과 본질이 있는 것이라고...
매 작품마다 소곤거리는(대놓고 이야기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은근슬쩍 내비칠뿐) 작가 안녕달.
<안녕>은...
홀로 남은 할아버지(소세지다)와 버려진 지구별 강아지
(히든 포인트- 소세지와 강아지의 관계의 설정값은 먹고 먹힘이 가능함을 연상하게 하는 장치가 숨어 있다.
그들의 관계 시작이 이러한 선입견으로 수월하지 않을 것이며 소세지 할아버지 입장에서 강아지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걸 연상하게 하는 캐릭터 설정…. 이부분만봐도 안녕달 천재설을 주장하고 싶어졌다는...)
고립된 삶을 살았던 ‘불’과 ‘폭탄아이’는
소세지 할아버지에게 사랑받았던 강아지에 의해 “함께”가 되고...
누군가들의 저너머 별에서 지난 인연의 이들을 지켜보는 누군가들의 사연들. 그 사연들 안에 일부이자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귀결자이며 주인공인 소세지 할아버지로 마무리되는이야기<안녕>.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 <안녕> 에서 안녕달은
“안녕”이라고 말을 건내는 것은
관계가 시작되는 유일한 방법이고
“안녕”이라고 안부 인사를 건낼 수 있다는 것은
당신과의 관계안에 내가 있어 행복하다는 뜻이며
“안녕”이라고 작별의 인사를 말하는 것은
비록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마음으로 늘 연결되어 있으며
상대의 평안을 마음으로 비는 (상대에게 전하진 못할지라도) 일임을 소세지 할아버지의 한생애와 이너머의 생을 관통하듯 보여주며 전하고 싶었던것 같다고.
이번 작품에서도 안녕달은...
홀로 남아 분명 외롭지만 온기와 삶의 생기를 잃지 않는,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이 그 존재감 만큼이나 건재한 노인과 그와 함께하는 강아지를,
고립과 외로움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유유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존재와 세계를 온전히 만끽하여야 한다는 것을,
안녕달의 매 작품마다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기본 틀을,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안녕>의 진정한 특별함은 앞서 설명한 안녕달 작품의 공통 주제와 새롭지 않은 캐릭터 설정중첩에도 불구하고 자기 작품속 클리쉐 하나 없이 상상력 풀가동으로이너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세상을구현해내었다는 것과 그 독특한 시공간에서조차 관계의 속성을 통찰해 표현해내고 홀로 고립된 자들의 고립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의도치는 않았지만 우연히 해결하는 데 특별함이 있다. 그러니 이 우연은 단순 우연이아니라 과거로부터 원인과 결과가 이어진 사랑의 힘의 위대한 결과이지 단순한 행운과 우연의 힘이 아니라는 반전의 설정까지.. 작품 <안녕>의 특별함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다시한번 안녕달 천재설에 힘실어 주장해보는...)
특히 이 작품에서 또하나의 특별한 점은<안녕>이야기속 세계관이 어느 행성에서의 총 4부로 분할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분할 구성은 반전과 다양한 시점으로 변주되며 영화같은 극적 반전을 가능하게 하였다는것이다.
(여기에서 “영화같은”이라고 강조한 것은 펼쳐진 장면을 글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삽화속 캐릭터의 장면설정과 포커스의 거리로(줌인 줌아웃) 설명하는 안녕달 특유의 방식을 의미하고 있으며 감정의 진폭 역시그러한 연출의 연장선을 가지고 감동을 다르게 느끼게 하는 특징을 말한다.)
오늘날 어린이 책이 갖는 의미가...
독립적인 영역의 문학책 그 이상이 된 것은 안녕달 같은 작가들의 반가운 출현이 이어져 왔기에 가능하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간 훌륭한 동화작가들이 우리에게 많이 있었지만 그림책 작가로서 갖는 입지는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사실.
안녕달같은 그림 위주의 그림책 작가들이 표현하는 그림위주의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방식은 그림에 집중시키고 서술은 부연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상상력과 감정의 폭을 그림이 주도하고 그림에 좀 더 집중하게 하였다. 안녕달의 그림위주의 그림책은 그림에서 표현되는 세밀한 상징적 표현과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를 강하게 끌어모아 놓는 방식.
이번 작품 안녕달 <안녕>
인간이 혼자와서 결국은 혼자 떠난다는 사실에
괜시리 마음 울적한 날
보고싶은 사람이지만 이젠 더이상 볼 수 없음에
가슴 아픈 날
아무 이유없이 혼자라고 느껴지는 왠지 쓸쓸한 날
그리웠던
추억속 다정한 친구를...
마주 대하듯
책을 펼치면
따스한 위로를 건네 받을 수 있는 책.
내 인생 책꽂이에 들어갈 책.
두고 두고 오래 보고 간직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