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만화소설잡지사 "마블코믹스"의 다양한 인기 만화시리즈 중 하나인 "엑스-맨"(X-Men)을 대형스크린에 투영해낸 프랜차이즈 시리즈는 회를 거듭하며 확고히 자리잡았다. 1편 <엑스-맨>(X-Men, 2000)을 원작으로, 속편 <X2, 2003), 3편<엑스-맨: 최후의 전쟁>(X-Men: The Last Stand, 2006)이 제작되었고, 2011에 개봉한 4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X-Men: First Class)는 신임감독 매튜 본(Matthew Vaughn)의 연출력에 기대어 관객들을 영웅적 돌연변이초능력자들의 맨 처음, 그 시초로 데려간다.
슈퍼히어로들의 과거를 들춰내 요모조모 따져보고 뒤집어보는 프리퀄(Prequel) 개념, 그야말로 시리즈물의 비기닝(Beginning: 시작) 유행대열에 마침내 합류를 선언한 셈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무대는 1963년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이념적 대립이 한창이던 냉전시대다. 젊은 찰스 자비어(Charles Xavier)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변종인간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 그들만의 학교를 발족시킨다.
그들 중 분노와 평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에릭 렌셔(Erik Lensherr)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자비어와 쌍두마차격으로 영화를 이끈다. 그는 원래 자비어와 동료애로 뭉쳤으나, 후속편에 소개된 바 있는 근 미래에 적대적 분파조직의 수장이 되는 초능력자로 활약한다. "프로페서 엑스"로 불리는 염력의 대가 찰스 자비어는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가, 철강 제어의 달인 "매그니토"는 마이클 파스벤더(Michael Fassbender)가 각각 연기했다.
두 핵심인물과 함께 한 "퍼스트 클래스" 멤버십 또한 매우 구성지다.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가 연기한 레이븐 다크홀름(미스티크)와 잠시 찬조 출연한 울버린 휴 잭맨(Hugh Jackman), 그리고 악한 변종초능력자들의 리더로 출연한 케빈 베이컨(세바스친 쇼어)의 모습을 대하는 재미에 일단 이목집중. 그야말로 증명된 연기파배우들의 대결은 시리즈의 네 번째 에피소드를 더욱 견실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외모와 연기력, 모두를 갖춘 호화군단이 힘을 실은 영화의 이야기는 3강 구도 속에 전개된다. 냉전시대 강대국의 힘의 논리 속에서 극우 호전세력들에 의해 파괴욕에 사로잡힌 인간들과 다른 한편에서 이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악의 돌연변이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선의 엑스맨들의 경쟁적 구도는 흥미를 배가시키는 핵심요소. 결국 인간과의 연대를 유지하려는 공동선의 엑스맨 그룹과 자신들을 별종취급 차별대우하고 박멸하려드는 인간들의 이중성에 반기를 들고 적대적 관계를 선언하는 매그니토와 일당들로 나뉘어 대치되는 종말은 또 다른 논제를 남긴다.
여름 극장가 흥행시장을 조준한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스코어들은 그 나름대로 어떤 기대치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의한 거대하고 흥미진진한 음악은 영화적 상상력을 증강하는 기폭제로 플레이된다. 독점적 전매특허흥행수익을 거둬들이는 <엑스-멘>(X-Men) 연작은 사운드트랙에서 늘 좋은 인상을 남겨왔고, 네 번째로 개봉되는 시리즈의 프리퀄(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도 그러한 이전의 동향을 멋지게 인계한다.
전매특허판매권을 가진 <엑스-멘>시리즈는 그러나 한명의 작곡가를 재선임한 적이 없다.
첫 작품의 스코어를 쓴 마이클 케이먼(Michael Kamen)을 위시해 2편의 존 오트먼(John Ottman), 3편의 존 파웰(John Powell), 그리고 2009년 <엑스-맨 탄생: 울버린>(X-Men Origins: Wolverine)의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Harry Gregson Williams)까지, 각기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적 수혜를 입었다. 작곡가들 제각기 명성과 실력 면에서 모두 공인된 영화음악가들이다.
시리즈의 최신작 또한 동일한 전철을 밟아 헨리 잭맨(Henry Jackman)을 신임 작곡가로 교체했다.
잭맨은 지금까지 그다지 많은 영화음악들을 작곡하지 않았지만,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함께 공동 또는 추가음악작곡가로 협력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두 편의 다른 영화음악을 작곡한 그는 비교적 아직 덜 유명한 와일드카드로 평가된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Kick-Ass, 2010)에서 본 감독과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작곡가인 그는 이전 한스 짐머(Hans Zimmer)의 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에서 전력을 쌓은 잠재적 능력자.
<몬스터 대 에일리언>(Monster vs Aliens), <헨리 5세>(Henry V), <곰돌이 푸>(Winnie The Pooh),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그리고 <킥 애스: 영웅의 탄생>(Kick Ass)과 같이 다양한 작품들에서 실력을 다져왔다.
이제 잭맨에게서 무언가 거대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게 당연한 수순,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를 위해 쓴 스코어는 탄탄하고 자주 엄청난 절정을 향해 치닫는 음악적 체험을 제공한다.
지난 십여 년간 개봉된 초능력영웅들을 위한 스코어들과 어깨를 견줄만 하다. 영화의 적재적소에서 진지한 박진감과 호소력으로 작용한다.
<엑스맨>시리즈의 스코어에 호감을 갖게 되는 면은 매번 다른 작곡가를 투입했음에도 각 스코어가 영화의 변화에 적합하게 순응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다른 성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문맥상 연장선상에서 진일보한 결과물들로 연계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퍼스트 클래스”에 내재된 음악적 요소들은 <엑스맨 2>의 스코어를 환상적으로 연상시키는 한편, 더 오래된 구식스타일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기기타가 내뿜는 음색에서 거친 금속성 사운드의 남성성이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재래식 음악 감성으로 충만하다.
강력한 현대적 통렬함을 내재한 1960년대 식 음악의 감흥이 영화 전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재즈의 “스윙”은 엄밀히 아니지만, 흑인 펑크(funk)를 아울러 영화 무대의 시대적 느낌을 반영한 사운드의 질감이 스코어의 구조적 핵심요소로 작동한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비춰 강화되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내적으로 흐르는 위협적 기운을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전하는 캐릭터테마도 특별한 호감을 준다.
매그니토를 위한 테마가 그 대표적 케이스. 분노로 가득 찬 악한 이면을 표출하는 불같은 성격파이면서도 내면 깊숙이 숨겨진 사랑의 평온한 감정을 교차해서 연주하는 테마는 스코어 전반에 보편적인 정서를 가미하는 역할을 한다.
때론 거의 무서운 기세의 분위기로 엄습해오기도 한다. 자비어와 동족이자 형제애로서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면서 매우 시적인 서정적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평정심을 반영한다.
잭맨의 음악은 각 등장인물들 간에 균형을 찾아주면서 영화 전반에 걸쳐 시대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정서적 터치와 명징한 캐릭터테마 등, 여러모로 만화영웅 엑스맨들의 초창기를 위한 음악으로 시리즈 중 단연 최고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단조로운 감이 짙다. 좀 더 다채로운 사운드를 혼용해냈으면 어땠을까.
영화의 복판에는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한 테마음악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유별나게 흥미진진하고 색다른 사운드의 음악으로 결합된 서 너 개의 특징적 곡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곡의 배합이 아쉽다. 지난 10년간의 슈퍼히어로영화스코어들 중 정상에 올려놓아도 괜찮을 만큼 풍부하고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에서는 그러나 매우 고무적이다. 전도유망한 작곡가 잭맨의 실력이 웰메이드 액션극 속에서 새로운 시금석이 되었다.
호감을 주는 추천 사운드트랙
*First class - 영화음악의 막을 여는 동명제목의 곡 'First class'는 완벽한 출발이다. 특별히 더 크고 훨씬 더 장려한 곡조의 분위기로 증대된다.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합심하는 변종초능력자들을 위한 주제곡. 희망차고 낙관적인 공감을 주는 곡조는 현실적인 느낌이 들게 하면서 기본적으로 자비어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소규모로 시작하지만 어떤 동력을 통해 가속도를 붙이고 마침내 정점에 이른다. 엑스맨은 인간이나 돌연변이에게 해를 끼치는 부정과 불의에 대적해 늘 당당하게 처신할 것이다.
*Rise up to rule - 가장 신나는 절정을 관통하는 중간지점까지 암흑의 음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액션음악. 침울하고 매혹적인 악절로 분위기를 장악한다. 아름다운 순간들이 지속되지는 않지만 액션의 울림은 때마침 실로 장대한 서사적 엔딩을 다시 곧 맞는다.
*Magneto - 역대 최우수 만화책 악인들 중 한명을 위한 전형적 테마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 이는 어둡고 투지 있으며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를 전적으로 반영한다. 또한 전쟁 통에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매그니토의 내면은 원래 인간본연의 온정을 갖고 있지만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돌연변이 괴물로 변해버린 그의 통제불능 양면성을 특별한 효과음들을 이용해 유효적절히 전달한다. 그의 철천지원수 세바스찬 쇼어(케빈 베이컨)에게 주어진 노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은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영화의 극 사실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악마적인 이면을 동시에 표출하는 쇼어의 가증스러운 단면을 모순되게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Cold war - 영화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소 모호한 위협을 내재한 테마를 들려준다. 조금 더 액션을 극대화하는 음악, 확 잡아채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X-Men - 이전보다 훨씬 더 진보한 영화에 합당하게 새로이 멋지게 작곡된 메인타이틀 스코어.
사운드트랙에는 잭맨의 스코어와 함께 피아프의 대표곡 '라 비 앙 로즈'를 포함한 다수의 시대적 노래들이 장면을 반주하는 삽입곡으로 실렸다. 라스 베가스에서 반라의 섹시한 여성들이 카지노로 입장하는 장면에 쓰인 프레디 캐넌(Freddy Cannon)의 'Palisades park'(팰러세이즈 파크), 자멜스(The Jarmels)의 'A little bit of soap'(약간의 비누), 엑스맨 창단 신입 보이스 앤 걸스 멤버들이 서로 자신들의 장기자랑을 하며 별칭을 붙이는 장면에 쓰인 부커 티 앤 더 앰지스(Booker T & The MG's)의 'Green onions'(양파들), 신나게 춤추는 장면에 쓰인 챈 라메로(Chan Ramero)의 로큰롤 'Hippy hippy shake'(엉덩이를 흔들어)가 바로 그것. 원작 1편의 스코어를 작곡한 마이클 케이먼(Michael Kamen)의 'Concentration camp'(강제수용소), 스트립 클럽에서 깔린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Run(i'm a natural disaster)', 그리고 구소련연방을 상징하는 'Soviet national anthem'(소비에트연방국가)도 이야기전개의 무대가 되는 구시대의 사실성을 보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