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날 자연,, 파탄 나버린 주민들의 삶
지난 8월 30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강정마을을 지인들과 찾았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경찰들도 많이 없고 마을이 조용해 보였습니다. 물론 반대단체가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여러 플랜카드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이 곳의 긴장감을 말로 하지 않아도 설명해 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강정마을은 예로 부터 제주에서는 부촌이었다고 합니다. 마을 이름도 江汀으로 예로 부터 물이 많았고 논농사를 지어 상감께 진상했던 곳으로도 유명하였다고 합니다. 마을에 들어서니 수퍼가 사거리 맞은 편으로 수퍼가 2개 있는데, 영애군이 흥미있는 이야기라며 전해 주는 말을 듣고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한 수퍼는 기지 유치 찬성 한 수퍼는 반대인데 주민들도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수퍼가 정해지게 되었고, 주민들이 잘 어울려 살았던 이 마을에는 이젠 만나면 서로 째려보게 되고 의견이 다른 가족이나 친족과도 등을 돌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 버렸다고 합니다. 그 곳을 굳이 사진으로 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찬성파는 해녀들이 많고 반대파는 농민들이 많다고 합니다. 정부 당국이 해녀들부터 먼저 만나 보상금으로 회유를 했다고 하는데 1인당 5,000만원~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우리에게 또는 제게 그런 것이 무에 중요하겠습니까? 결국 해군기지가 이들에게는 웬수가 되어 버린 것일겝니다.
저도 강정을 가보기 전에는 해군기지의 제주 건립이 자주 국방 차원에서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강정을 방문하고 강정의 두럼비 바위 등을 보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이유는 그러한 자연이 거기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약 1킬로미터에 달하는 하나의 용암바위로 이루어진 두럼비는 용암이 천천히 식으면서 생긴 곳입니다. 다른 지역의 바위들은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검게 타 있는데요... 이 곳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도 용암이 흘러내려 육지를 만드는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그 곳이 생각났습니다.
벌써 이게 4년이나 되었다는 것도 처음알고 놀랐고 밖에서 보는 것 보다는 훨씬 심각한 것 같았습니다. 이미 그들은 속끓이면서 살아 온 것이 4년일테고 어쩌면 사는게 지옥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정부의 기지 공사 강행 발표가 있은 다음 날이어서 그런지 언론사들의 차량이 많이 보이고 인터뷰가 많네요..
공사장 감시 텐트가 약 20여 곳 설치 되어 있다고 하죠? 이 곳이 본부? 같았습니다.
수고하신다는 인사 한마디 건네고 해변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공사와 관련되어 있는 구조물이 눈에 띄고 거기에 파도소리, 바람소리 막지 말아 달라는 플랜카드가 보입니다.
뉜지 모르겠지만 정말 재치가 뛰어난 사람의 극단적 문구를 사용한 반대 설치물도 눈에 들어옵니다.
눈이 나쁘신 분들을 위해 옮기자면,,
경고
이 지역은 해군이 불법으로 점령한 군사지역입니다.
허가없이 무단침입시 남녀노소, 관광객등 구별없이 발포함.
해군 1818부대장
아직 해변에 다다르지 못했는데 멀리 범섬이 보입니다.
뒤로는 창고로 사용 되었을 건물이 이미 보상이 끝난 듯 그들의 마음처럼 폐허가 되어 있네요,
제주의 보석! 강정마을!! 구럼비, 강정천, 냇길이소, 냇깍, 서건도, 봉댕이소, 꿩망울, 새별코지...
아는 사람들은 강정마을을 제주의 보석이라고 합니다. 강정 8경도 존재하고,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개와 맹꽁이가 바위틈에서 놀고, 마을의 앞바다엔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주단처럼 깔린 연산호 위로 여름이면 돌고래의 몸짓이 파도를 친다고 합니다. 흔히 볼 수 없는 해변의 바위 모습이지요? 하나 하나 갈라져 보이지만 저것이 구럼비 바위이고 용암단괴입니다.
나중에 다시 강정을 찾아 강정천에서 멱을 감아보았습니다. 제주에 그렇게 일년 내내 물이 흐르는 곳이 없습니다. 은어와 함께 노닐 수 있는 그런 곳이 없습니다.
그 바위 위를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동행하여 봅니다.
해변에 설치된 천막은 올레꾼들의 쉼터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강정을 알리고 서명도 하고 후원금도 내고 물도 얻어 마시고...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이제 이 올렛길은 없어지는 것이죠...
천막에서는 조개껍질 나무 조각들을 주워서 이렇게 목걸이나 장신구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목걸이의 가격은 5천원이고 후원함에 돈을 넣으면 됩니다. 더 넣어도 상관이 없어요...
저도 서명하고 왼쪽에서 두번째 구멍 숭숭난 목걸이 하나 샀습니다.
폭풍전야의 강정!
지난 새벽에는 공권력이 투입되었다고 하고 또 날이 밝는 오늘 토요일 2011년 9월 3일에는
약 3,000명이 운집하는 대규모의 문화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김포공항에서는 평화비행기가 날아가고....
아무쪼록 큰 충돌없이 큰 사고 없이 문화제가 평화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처음 가보았고 다시는 가볼수 없을지도 모르는 강정의 풍경을 그 바람과 함께 몇 장의 사진으로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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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강정 앞바다와 범섬 사이를 노니는 돌고래 떼들의 모습도 볼 수 없을 일입니다.
그렇게 강정의 앞바다는 내게 서러움을 울컥 울컥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가슴 한 켠이 뻥 뚫어져 버린 구럼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녹슨 철판을 뚫어 함정 모양으로 만든 설치작품 너머로 범섬이 보입니다...
강정마을!! 힘내라!!!
구럼비야!! 힘내라!!!
ps...
이 포스팅은 지난 8월 30일 방문한 후기를 적은 것입니다.
이 포스팅을 쓰기 시작한 바로 그날 9월 2일에는구럼비가 폐쇄되었으며
9월 3일부터 구럼비의 바위는 무참히 깨어지고 있습니다.
첫댓글 아.. 얼마전에 TV 다큐멘터리에서 CJ그룹이 아름다운 한 섬을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대한것을 보고 CJ물건 되도록 안삽니다.. 자국이나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이에요..ㅠㅠ
나도 그건 몰랐는데...삼숑 자본이라더니.... 설탕공장 자본 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