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삼거리 바로 앞에 위치한 가시식당은 얼핏 보면 간판이 허름해서 지나치기 쉬운 곳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 집을 심심치 않게 드나듭니다. 가시리 마을분들도 그렇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정보의 홍수속에 살다보니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집이 되었죠. 가끔 가서 식사를 하다보면 여행객으로 보이는 커플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저 허름해보이는 간판이, 아직 뭔가 변한 것 같지 않는 내부공간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정겨워보이기도 합니다. 이 집은 식육점도 같이 한다고 해서 순대국밥과 두루치기, 그리고 삽겹살을 주문해보았습니다.
간판이 참 오래되어 보이죠. 외관도 시간이 묻어있습니다. 저 평상에서 더운날 가만히 앉아 삼거리의 팽나무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비라도 와 준다면 더욱 좋을 듯 한데 말입니다. 평상에 앉아 푸른 자연을 보는 일도 좋지만 한적한 거리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도 나름의 여유가 느껴지는 일입니다.
들어가보죠. 순대국밥과 두루치기, 그리고 삼겹살을 주문해 봅니다.
밑반찬이 나오네요. 콩나물과 무채는 두루치기에 넣으면 좋겠죠.
이 집의 멜젓은 조금 다릅니다. 뭐랄까 짜지 않고 맛있다고 해야하나, 감칠맛도 있구요. 통으로 나온 것도 조금 특이하긴 한데 가위로 토막내어 먹거나 하나 턱 집어들고 조금씩 먹는 맛도 참 좋았습니다.
야채가 나오는데요.. 두루치기를 싸먹으면 맛있겠죠.. 야채는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불판위에 호일을 덮은 철판이 올려지고 양념된 고기가 올려집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가시리의 양념은 조금 심심합니다. 대신 고기가 조금 다릅니다. 고기 자체가 주는 맛이나 느낌은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고기가 다 익으면 콩나물과 무채를 올리구요.
파절임을 넣고 잘 비벼줍니다. 호일이 벗겨지지 않게 비비려면 조금 어렵긴 합니다.
그렇게 비비다 보면 국물이 졸아들고 야채가 익게 되죠.. 이제 먹어야 합니다.
그 사이 순대국이 나왔네요. 순대국은 역시 돼지육수에 메밀을 풀었고 모자반을 넣어 고추가루로 매콤함을 더했습니다.
순대와 함께 건져지는 고기는 머릿고기류는 없고 깍둑썰기 한 고기들이 많습니다.
이 집 순대는 다른집보다 선지의 비율이 높습니다. 선지에 찹쌀만 넣고 만든 것이라 입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을 정도죠. 순대국은 간이 약간 심심하지만 걸쭉하고 깊이가 있는 맛입니다. 돼지냄새 역시 조금 나지만 가시리에서 맛을 보았던 순대국 중 소소한 차이로 입맛에 가장 잘 맞았던 것 같네요.
두루치기 쌈을 찍어야 하는데 못찍었어요. 일행들이 있어서.^^ 어쨌든 다 비워냈습니다. 두루치기 역시 간이 심심하지만 소소한 차이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맛이었습니다.
순대국도 다 비워냈구요..
이제 삼겹살을 먹어봅시다. 설마 위의 것들을 다 먹고 또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두 번째 가서 찍은 것입니다.
시장이나 마트같은데서 보는 삼겹살과는 전혀 다른 포스입니다. 색깔도 다르고 모양새도 왠지 다릅니다. 육질이 좀 더 단단한 듯한 느낌도 있구요.
고기와 함께 먹으라고 주는 파절이입니다. 사실 두루치기에 들어갔던 것이죠.
자.. 고기가 익어갑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죠?
야채에 파절이와 고기를 올리고 멜젓과 쌈장바른 마늘을 올려 먹습니다. 고기의 모양새가 다른 만큼 맛도 다릅니다. 돼지냄새가 약간 나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고 고기 자체가 고소함을 줍니다. 다른 양념이나 반찬을 생각할 겨를 없이 고기 자체에서 어떤 다른 포스와 감동을 준다 할까요?
가시식당은 가시리 안에 있는 식당들의 특징인 심심한 간의 범주안에 있긴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소소한 차이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집입니다. 개인차이가 있을 수 있겠고 조금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가시리 자체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시식당에 대한 느낌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순대국밥 안의 고기나 순대의 특징을 포함, 돼지고기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죠. 가시리나 이 부근은 돼지고기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과 어떤 차별을 지닌 듯 합니다. 다음에 포스팅할 나목도식당에서도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일단 순대국밥과 두루치기를 가지고 말씀을 드리자면 전 이 집이 제일 나은 듯 싶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