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4일에 결혼한 아직은(?) 따끈따끈한 새댁입니다.
알뜰살뜰 결혼수기를 쓰려고 하니...
그 당시 백수였던 남편이 결혼 준비에 별 도움을 안 줘서 속상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나네요. -ㅅ-;;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오케이해준 거에 감사하고... 지금도 늘 제 맘대로 하게 해줘서 감사하고 있어요. ^^
지금도 생각하면 가장 잘한 것 세 가지가 있는데요.
1. 얼마 안 되는 돈이나마 처음부터 공동 경비로 생각해서 처리한 것
(신부가 뭘 내야 하고, 신랑이 뭘 해줘야 하고 이런 얘기는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2. 부모님께 물질적으로 기대려 하지 않은 것
(결혼식장에 내야 했던 비용은 부모님이 축의금으로 해결해주셨지만요. ^^;;)
3.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형식적인 허례허식 하지 않은 것
별거 아닌 저 원칙 세 가지 덕분에 저희 부부는 돈 문제로 일절 싸우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 돈 많이 모아놓지 못해 너를 고생시켜 미안하다며 손 꼭 붙잡아주고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니 애틋하기도 했군요. ㅎㅎ
사실 저희가 가진 돈이 많지 않았어요. 남편은 3,500만원 정도, 제가 1,500만원 정도였으니까요.
그 돈으론 서울에서 전세 얻기가 쉽지 않아 먼저 2,400만원을 대출받아 6,500짜리 전세를 구했습니다.
이제 남은 돈 900만원으로 저희는 결혼식을 치뤄야 했죠.
사실 전세를 얻기 전부터 그 정도면 되겠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허례허식은 안 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제가 자취생이었던 덕분에 소형 냉장고, 통돌이 세탁기, 그릇들 정도는 갖춰져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 10자 장롱, 공주풍 침대, 쇼파, 양문냉장고, 벽걸이 tv, 트롬세탁기 뭐 이런 거... 일절 없습니다.
지금도 그때 살림살이에 추가된 건 인터넷으로 산 한 통짜리 옷장, 5단서랍장, 90cm 폭 책장 정도네요.
아 그리고 정말로 추천해드리는 건데, tv가 없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가 대화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아마 tv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ㅎㅎ
(아마 혼수를 해야 했다고 해도 200만원이면 충분했을 것 같아요. 제가 자취할 때 새로 산 물건들이 100만원 조금 넘었으니까요.
남들 눈 신경 안 쓰고 필요한 것만 사자고 마음먹으면 인터넷 쇼핑으로 충분히 혼수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결혼 경비 900만원 중 크게 나간 건 양가 어른들께 감사조로 각각 드린 100만원, 결혼식에 들인 180만원, 신혼여행 420만원 정도네요.
부모님께 드린 돈은 너무나 약소하지만 그동안 키워주신 거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드렸고요.
결혼식은 큰 돈 들었던 건 어른들이 내주셨지만, 그 외에 부가적인 것과 신랑신부 한복 구입 비용,
남들과 다른 결혼식으로 기억남고 싶어서 결혼 진행자분 모신 것 때문에 약간 추가됐어요.
결혼식에 사용된 음악 모두 저희가 선정하고, 저희들의 동영상 편지를 오프닝에 보여드리고,
다른 사람들이 불러주는 축가 대신 신랑이 제게 프로포즈로 노래 부르게 하고,
저희가 쓴 결혼서약서를 낭독하고, 저희 오빠가 진심어린 쓴 편지를 읽어주고...
(꽤 노력한 덕분인지 모두 특별한 결혼식이었다며 얘기해주시고, 감동 받아 우셨던 지인들도 계세요. ㅎㅎ)
신혼여행은 지금 아니면 언제 가냐는 생각에 자유여행으로 프라하/빈 6박8일 다녀왔어요.
호텔을 빼고 한인민박을 선택하니 값도 훨씬 줄고 말도 잘 통하고, 숨은 여행지 설명도 잘 들었답니다.
(민박이라도 해도 샤워실 딸린 독실도 있기 때문에 저처럼 영어 울렁증 계신 분들께는 호텔보다 한인민박 추천해드려요.)
아래는 결혼 경비 900만원의 상세 내역입니다.
[상견례]
140,000(20,000*7)
계 140,000
[결혼식-예식장 패키지로 진행]
폐백 헬퍼 50,000
한복(신랑/신부) 400,000(한복)+15,000(꽃신)
식장비 250,000(패키지금액 10%) (스드메 포함. 전체 금액 250인데 나머지 225는 각자 집에서 반씩 해주셨어요.)
이벤트 결혼 진행비 490,000
붙임머리 50,000
원판 사진 50,000
사진 헬퍼 70,000
폐백 음식 185,000
소개팅 주선자 170,000(마리오아울렛에서 타운젠트 양복 사줬어요. 더 비싼 거 사줄랬는데 본인이 그게 좋다고 해서.. ^^)
청첩장 91,000원(200장-무료 e청첩장과 식권도 요긴하게 썼습니다)
계 1,821,000
[예물]
결혼 반지 374,000(종로 3가에서 몇 군데 돌다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어 18k 2돈 반으로)
계 374,000
[예단]
양가 1,000,000씩 현금
계 2,000,000
[신혼여행]
프라하-빈 자유 여행 6박 8일(일정 모두 개별적으로 예약했구요. 약간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어요!)
항공권 2,614,800
숙박비 604,141(324유로)
식비 및 기타 경비 937,576(500유로)
여행 배낭 2개 80,000
계 4,236,517
여기까지 8,600,000원 정도 들었구요.
그 외 기타 비용으로 400,000원 가량 들었습니다.
양가 선물 160,000
그릇 30,000
커플룩 63,000
여행자보험 16,000
회사 결혼 답례떡 130,000
도합 900만원 정도로 결혼식 비용 들었네요.
그 외....
[집]
전세 65,000,000(대출 24,000,000)
대출 부대비용 188,110
이사 용달 100,000
양쪽 복비 420,000
계 65,188,110(대출 포함)
적게 시작해도 아껴서 살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라고 결혼 당시 결혼준비 까페에 적은 적이 있어요.
얼마 안 살았지만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 많지 않은 수입이지만 만 2년 만에 다 갚으리라 작정했던 2,400만원의 대출도 이제 다 갚았고
이제 0에서 시작하여 앞으로 우리에게 올 2세맞이를 준비하고 있고요. ㅎㅎ
지나고 보니 또 가장 생각나는 한 가지는 정해진 결혼식 풍습이란 건 없다고 생각하시라는 거예요.
모두 지역마다 가풍마다 다 다른 문제고, 중요한 건 현재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양가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을 어떻게 화합시키느냐지 애초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요.
예를 들면 결혼식은 친정 지역에서 혹은 시댁 지역에서 올려야 한다느니, 이바지는 친정만 한다느니 양가 다 한다느니...
결혼준비 까페에도 가보면 늘 저런 문제로 얼마나 다투던지요.
그런 쓸데없는 일로 시간, 마음 쓰시지 마시고 그 시간에 더 많이 사랑하세요.
결혼은 나와 결코 어울리지 않다며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 했었는데 알콩달콩 살아보니 저 결혼 안 했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ㅋ
이 글 보시는 분들도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 하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