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밤
- 이 진명
뱃길 끊어진 바닷가 옛 작은 포구 마을
달이 저토록 높게 저기에 빛나고 있다
처음으로 크고 둥글어 보듯 저토록 크고 둥글게
처음으로 밝고 환해 보듯 저토록 밝고 환하게
처음으로 투명하고 서늘해 보듯 저토록 투명하고 서늘하게
달이 저토록 높게 저기에 깨지듯 빛나고 있다
처음 보는 저 다 열린 얼굴
미생전(未生前)이다 말후(末後)이다
* <해설> 이인평
처음 본 것은 무엇이나 신비롭지요. 그런데 달을 처음 보았다고 하니까
좀 놀라운 일이 되고 있네요. 설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달이 아니고서야
무슨 일로 달을 처음 보게 되었을까 하고 의아해하게 만드네요. 하지만 문
맥을 잘 살펴보면, 달을 본 곳이 '뱃길 끊어진 바닷가 옛 작은 포구 마을'
이네요. 그러니까 뱃길이 끊어졌기 때문에 달을 볼 사람이 없는 곳에서,
다시 말하면 인적이 없는 참으로 고즈넉한 장소에서 화자가 홀로 달을 보
고 있는 것이지요. 화자가 있는 곳, 거기에서 처음으로 본 달이지요. 더구
나 달은 높이 떠 있고 슈퍼문이어서 , '저토록 크고 둥글게' , '저토록 밝고
환하게' 비춘 달이어서, 그 감동이 달을 생전 처음 본 것처럼 가득 차오르
고 있네요. 처음 본 슈퍼문이라기보다는 처음 느낀 감동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 것이지요. 늘 보는 달도 이처럼 시인이 처음 보는 달로 그리니까 읽
는 사람도 보통 달이 아닌 것을 알게 하네요. 시인만이 발견할 수 있는 이
새로운 달에 대해 ' 처음 보는 저 다 열린 얼굴'을 미생전(未生前)이다 말후(末
後)이다', 즉 세상이 있기 전이거나 지나간 후에나 있는 것처럼 새롭다는
찬사를 더하고 있네요. 달이 얼마나 깨끗하고 순수했으면 '처음으로 투명
하고 서늘해 보듯 저토록 투명하고 서늘하게 / 달이 저토록 높게 저기에
깨지듯 빛나고 있다'고 했을까요. 그러므로 '미생전 (未生前)'이나 '말후(末後)'
의 차원으로 표현하여 시이 격조를 선ㄹ하도록 한껏 고조시켜주며 울림의
진폭을 더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