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의 내용 및 특징
1.경의 내용
『법화경』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법화경』의 원명에 대한 해석도 매우 중요하다. 천태 지의는 제목이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 제목에 초점을 두어 많은 부분을 해석한다. 『법화경』의 원명인 『묘법연화경』(Saddharmapuṇḍarika-Sūtra)의 묘법(Saddharma)이란, '위대한 사람의 가르침' 혹은 '세상의 뜻을 지닌 가르침'이라는 형용사이며, 연화(puṇḍarika)란 백련(白蓮), 즉 흰 연꽃을 가리키는 말이다. 백련은 더러운 흙탕물(번뇌의 비유) 속에서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꽃의 수명은 짧지만, 그 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즉 아름다운 꽃잎을 '현상'[현실]으로 함과 동시에 '열매'[실재]도 함께 갖추고 있는 꽃이기에, 이 꽃에 비유한 것이다.
『법화경』은 '제법실상(諸法實相)', 즉 '현상과 걸맞게 중첩되어 있는 그 배후의 실재'라고 하는 '실상'을 파악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백련은 우리 중생들의 6근(六根)을 통해 꽃으로 보이며, 그 열매는 꽃 속에 있어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으나 필연적으로 열매를 들어냄으로써 그 '실상'을 나타내 보인다. '제법과 실상', 즉 '현실과 본질'을 동시에 갖춘 흰 연꽃처럼,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조화시키는 데 가르침의 참뜻이 있으므로 이름하여 『묘법연화경』, 즉 '위대한 흰 연꽃의 가르침'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이다.
전통적 부파불교는 국왕이나 장자들로부터 정치적・경제적 원조를 받으며 광대한 장원을 소유하고 안정된 기반 위에서 민중과 멀리 떨어져 승원(僧院)에 거주하며 명상과 좌선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교리연구에 힘썼다. 그들의 깨달음의 추구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自利的] 타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새로이 대두된 개혁운동으로 본래 붓다의 가르침으로 복귀하자는 운동이 제창된다. 이것은 불교사상의 맥락에서 볼 때 붓다의 연기관(緣起觀)에 입각한 무아사상의 철저한 회복이며, 그것은 일체의 차별을 넘어서서 모든 중생들이 성불할 수 있다는 붓다의 자비사상의 구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3종의 『법화경』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구마라집이 한역한 7권 28품의 『묘법연화경』이다. 중국의 천태대사 지의(智顗, 538-597)는 『법화경』의 28품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전반 14품을 적문(迹門), 후반 14품을 본문(本門)이라고 분류하고, 그 두 부분에 각각 서분(序分), 정종분(正宗分), 유통분(流通分)의 3분법을 적용하여 독창적인 구조화를 기하기도 하였다. 『법화경』의 「방편품 제2」와 「여래수량품 제16」은 정종분[본문]에 해당되는 부분이며 『법화경』이 전하려고 하는 중심사상이 압축되어 들어있다.
적문(迹門)은 이 땅에 자취를 드러낸 역사상의 붓다가 1승(一乘)을 밝혀 2승(二乘)으로서 성불할 수 있는 길을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적문의 중심이 되는 「방편품 제2」 첫머리에서 붓다는 자신이 세상에 출현한 이유와 목적을 알리고 모든 중생은 차별 없이 성불할 것이라고 설한다.
그리고 붓다는 지혜제일의 문수사리불에게 자신의 지혜로 바라본 만물이 지니고 있는 열 가지의 참모습[十如是]을 설하며, 이러한 제법실상은 오직 붓다의 안목에 의해서만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본문(本門)은 역사상 자취를 드러낸 붓다를 초월하여 영원한 구원실성(久遠實成)의 본불(本佛)을 천명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붓다는 열반에 들지 않고 항상 영취산에 있으면서 중생 구제를 설한다는 것이다. 『법화경』 후반부의 중심사상은 구원실성 사상으로, 역사상 자취를 나타낸 석가모니는 중생들에게 진리를 전하기 위하여 잠시 이 세상에 온 것이며, 중생들은 그를 통하여 진리를 알게 되었다고 설한다. 따라서 진리는 붓다 이전에도 존재하였고 그 이후에도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법신으로서의 붓다는 영원하며, 붓다가 열반한 후에 법을 전달할 매개자가 요구되는데, 그리하여 법사라는 보살들이 등장하게 된다.
『법화경』에서 붓다는 방편시설(方便施設)로 법을 설한다. 이것은 1승은 진실이고 3승은 방편이라는 가르침에서 뚜렷이 나타나는데 붓다의 설법은 언제나 온갖 방편으로 진실을 전하는 것이며, 중생들은 그러한 방편을 통해서 진실한 법으로 인도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자면, 불교의 진실한 법은 세간의 온갖 방편을 통하여 전달된다. 붓다는 불법을 설할 때 방편으로 많은 비유를 동원하고, 중생들은 그러한 비유를 듣고 진리를 이해하고 깊은 지혜를 얻게 된다. 이것은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법을 설하는 붓다의 자비심에 그 연원이 있으며, 비유를 비롯한 12분교의 활용은 진실한 법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법화경』의 전반부는 대중들이 붓다의 본지(本旨)를 다시금 각성하도록 수많은 수기(授記)를 함으로써 독려한다. 이에 성문을 비롯한 대중들은 다시 새로운 결의를 다지며 성불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붓다는 열반을 앞두고 법의 전수를 부촉하는데, 이러한 법의 전달자가 바로 보살이다. 「법사품 제10」에 나타나는 '의(衣)・좌(座)・실(室)'의 3궤(三軌)를 갖춘 법사는 여래를 대신하여 『법화경』을 설하게 될 보살이다. 특히『법화경』은 보살의 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대중들이 성불의 문으로 들어서게끔 인도한다. 『법화경』의 후반부는 많은 오도보살(悟道菩薩)들이 출현하여 법화행(法華行)으로 성불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중생들에게 성불의 희망을 고취시킨다.
<법화경에 나타난 붓다의 상담/ 전나미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