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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몰래 쓰는 말 "서(西)조선"은 어딜까?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입력 2023. 6. 18. 06:33수정 2023. 6. 1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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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3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폐막식에 참석을 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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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3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폐막식에 참석을 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2010년대 초 필자가 상하이에서 알게 된 중국 변호사도 그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중국에서 이슈가 되는 인권 문제가 터질 때마다 변호에 나서면서 중국 지식인 사이에서 꽤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한 번은 그와의 인연으로 중국 변호사들의 저녁 자리에 갔다가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 아마 1980년 광주항쟁과 1987년 6월 항쟁 등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잘 알고 있기에 던진 질문이었던 것 같다.
중국도 한국처럼 변할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필자는 말을 돌리다가 결국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2003~2013년)은 지금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던,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필자가 중국에서 지낸 기간(2003~2014년)도 거의 후진타오와 겹친다.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이후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간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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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중국통이 쓴 '요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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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갑자기 10년 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난주 곤도 다이스케(58)라는 일본 저자가 쓴 '요즘 중국'을 읽고 그때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에 살던 필자는 중국 경제지 경제관찰보를 자주 읽었는데, 매주 일본인 칼럼니스트가 쓴 일본 관련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곤도 다이스케가 바로 그 칼럼니스트였는데, 더 놀라운 건 지금까지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책에 실린 저자 소개를 봤다. 곤도는 도쿄대를 나와 출판사인 고단샤에 입사한 이후, 중국·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취재를 필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고단샤(베이징) 부사장을 거쳐 '현대 비지니스'에 매주 중국 칼럼을 640회 넘게 쓰고 있다고 한다. 중국 관련 책도 10권이 넘게 썼으니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중국통이다.
'요즘 중국'은 34개의 키워드로 중국을 풀이한 책인데, 제법 재밌다. 이 책은 서조선(西朝鮮), 불망초심(不忘初心·초심을 잊지 말자),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 사는 것),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 등 정치에 관한 키워드가 많지만, 탕핑(의욕을 잃고 드러눕다), 공혼족(恐婚族·결혼을 두려워하는 이들) 등 중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도 제법 있다.
다이스케는 '시진핑 신시대(新時代)'라는 지금만큼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는 없었다고 말하는데 필자도 완전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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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조선(西朝鮮): 서쪽에 있는 조선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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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차 당대회와 20차 당대회 후 인민일보 1면 비교/사진=인민일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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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차 당대회와 20차 당대회 후 인민일보 1면 비교/사진=인민일보 홈페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을 일본에서는 '북조선'이라고 부르고 북한은 대한민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말하는 '서조선'은 어딜까?
정답은 바로 북한의 서쪽에 있는 나라, '중국'이다. 최근 중국 사회가 전체주의화되는 경향이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는 의미의 자조적인 표현이다. 후진타오 집권기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인데,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2016년 무렵 중국 인터넷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은어라고 한다.
중국 신문·방송에서 시진핑에 대한 온갖 '시비어천가'가 울려 퍼지지만, 인터넷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닮아가고 있는 걸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는 기발한 은어가 많은데, 이게 다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고 검열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참 웃픈 현실이다.
2007년 17차 당대회와 2022년 20차 당대회 다음날 인민일보 1면을 보면 후진타오 집권기와 시진핑 집권기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진다. 후진타오 때는 상무위원들의 사진 크기가 모두 비슷한 반면, 시진핑 때는 시진핑의 얼굴이 1면을 가득 채웠다. 집단 지도체제에서 1인 지도체제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중국 지인과 만나서 북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북한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당시의 북한이 1966년부터 1976년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북한을 따라가고 있는 걸 보면서 중국인들이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서조선이라고 자조하는 건지 안타까울 정도다.
처음 말한 것처럼 중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중국인은 모두 시진핑 장기집권과 전체주의화를 옹호하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단지 나서서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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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5일의 서조선에서는 아저씨가 매우 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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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 재밌는 문장 하나가 나온다. 2016년 6월 4일, 중국 지인이 저자에게 문자로 보냈다는 '5월 35일의 서조선에서는 아저씨(大大·따따)가 매우 엄하다'는 내용이다. 이중 아저씨는 쉽다. 집권 초기 시 주석이 친밀한 이미지의 '시따따(習大大·시아저씨)'로 많이 불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호칭이 사라졌는데, 아마 시 주석이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5월 35일'이 아리송한 부분인데, 사실 이 표현은 중국인들이 종종 사용하는 표현으로 '6월 4일'을 뜻한다. 5월 마지막날이 31일이니까, 32일은 6월 1일, 33일은 6월 2일, 이렇게 가면 35일은 6월 4일인 것이다.
1989년 6월 4일 텐안먼 사태가 발생한 이후 매년 6월 4일이 되면 중국 정부가 텐안먼 사태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기 때문에 중국인은 5월 35일이라는 은어로서 6월 4일을 표현한 것이다.
결국 이 문장은 '6월 4일의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매우 엄하다'는 의미다.
중국이 서조선으로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시진핑 취임 이후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시진핑 예찬에 나서면서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텔레비전'(KCTV)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언론과 뉴스 어플리케이션도 시진핑 주석의 활동과 주요 담화로 첫 화면을 도배하고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 때와는 딴판이다.
이 외에도 시진핑이 언급한 공동부유는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과 함께 주장했던 선부론(先富論)과 완전히 반대로 가는 정책이다. 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같이 부자가 되겠다는 공부론(共富論)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2016년 7월 시진핑이 말해서 유명해진 '불망초심'은 뒤에 뇌기사명이 따라온다. 즉, '불망초심뇌기사명(不忘初心牢記使命·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인데, 마오쩌둥 주석과 그 시대를 잊지 말자는 의미다. 2018년 오랜만에 방문한 베이징 거리 곳곳에서 '불망초심뇌기사명'이 적힌 현수막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중국'은 시진핑의 중국이 가는 방향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 하지 않았던가?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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