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놓고 보니 제목이 또 좀 낚시성이네요.
미리 사과드립니다.
지난 글 '흙수저 30대에 다주택자 된 이야기' 를 쓰고 나서 붇카페 여러분께 많은 쪽지를 받았습니다.
제 지난 글들까지 찾아보시고는 대체 무슨 직업이길래 재택근무하면서 그렇게 버느냐고....
같은 흙수저분들이나 특히 따님을 두신 부모님들이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먼저 본인 직업 밝혀주시면서 정중하게 물어보신 분도 계셔서 그런 경우는 솔직히 대답해드린적도 있는데요.
솔직히 직업과 신상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ㅜㅜ
또 어떻게 성공했느냐는 질문도 댓글에 많이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제가 아직 나이도 (여기서는) 많은편이 못되고 경험도 일천하고 물론 견식도 얕습니다.
결정적으로 아직 성공했다고 하기도 힘든거 같습니다.
이 카페 특성상 비교적 연령대가 높고 자산수준도 높다 보니까 참 돈 자랑하기 부동산카페만큼 안좋은 곳도 대한민국에 드물 거 같습니다.
제가 어쩌다보니 일반인보다야 훨씬 많이 버는 게 사실이지만 여기서는 거 녀석 귀엽군 정도로 생각하실 분들도 많으실거고 이제 겨우 30억대인 자산도 별것 아닐거구요.
즉 제가 누구를 가르칠 주제도 훈계할 주제도 안되고 그냥 질문이 많이 들어오니까 혹시나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싶어 써보는 글이니 귀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제 직업은 솔직히 그냥 사회적 통념상 굶어죽기 딱 알맞다는 인식이 있고 그게 사실입니다.
그냥 공부해서 전문직 되는게 확률상 훨씬 낫습니다.
저는 제 분야에서 1프로도 0.1프로도 아닙니다.
아마 거의 0.01프로? 정도는 되지 싶습니다.
제 경우가 일반적이면 애엄마가 혼자 집에서 일하는데 월 몇천씩 버는데 누구나 이걸 하지 왜 딴일을 하겠습니까.....
단지 흔히 생각하시는 것보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정말 많고 직군도 다양합니다.
토사장;이나 룸마담; 말고 합법적인걸로도 많습니다.
제가 일로 엮이는 사람들이 직업이 다양한데 20대에 이미 억대수입 찍는사람들 부지기수입니다.
대표적으로 많이들 아시는 유튜버가 있죠 :)
사실 저는 부끄럽게도 가진 능력이 없고 공부도 열심히 안해서 원래 남들보다 많이 벌지를 못했습니다.
여기 계신 웬만한 분들은 최소 대학만 나왔다면 저보다 스펙이 나으실겁니다.
저는 결혼하기 전까지 (결혼해서도 한동안) 수입이 한달에 100만원 조금 넘는 정도였습니다.
마땅한 직업이 없어서 번역과 과외 등의 파트타임 알바로 먹고 살아서요.
다행히 대학시절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근근이 벌어모은 돈으로 1500짜리 옥탑방 전세를 얻어 살았기 때문에 월세가 안나가서 잘먹고 잘살고 저금도 많이 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백만원 좀 넘게 벌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저금도 많이 했느냐
돈을 쓰지를 않았습니다
사람은 자기만 좀 부지런하면 정말 생각보다 적은 돈으로도 잘 먹고 잘 살수 있습니다.
서재 정리 중에 십년 전, 즉 2009년에 쓰던 다이어리가 발견되어 일부 첨부해봅니다.
결혼전이니까 29세, 아가씨때 쓰던 거네요.
쓸 당시에는 몰랐는데 십 년 지나서 돌아보니까 뭔가 재미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김치는 담가먹었습니다.
배추 세 포기에 무 2개 해서 세시간 반 걸려 잘 담가먹었군요 ㅋㅋ
피자도 집에서 만들어먹었네요
요리가 취미여서가 아니라 돈아끼느라 저랬습니다.
어이쿠 식혜도 담가먹었군요
나름 인싸여서 친구들 초대해서 떡볶이 많이 해 먹었는데 납작만두랑 김말이까지 집에서 만들어먹었네요.
다시말하지만 요리가 취미라서가 아니라 돈 아낄려고 만든겁니다 ㅋㅋㅋ;
아가씨니까 꾸미기도 해야죠 저 만원짜리 목걸이 사면서 얼마나 벌벌떨었을까 생각하니 웃기네요
그 와중에 또 기부도 차곡차곡 했네요.
저때 월 3만원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제 생활비가 월 30만원이었습니다.
적금넣고 주택적금도 열심히 했네요.
남자친구 (현재의 남편) 군대 가있는 동안 학자금 대출 이자도 꼬박꼬박 내준 기록이 있습니다 ㅋㅋ
(남편이 군대를 엄청 늦게갔습니다)
아가씨때의 기록을 10년만에 보고 감상은 이렇습니다.
'참 능력은 없는게 열심히 또 즐겁게는 살았구나'
까맣게 잊고 있던 10년 전의 기록들을 보니 뭔가 자신이 생긴거 같습니다.
이제 내년에 마흔을 앞두고 먹고 살만은 해졌는데요.
저는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고 남편도 그냥 월급쟁이라서 큰 리스크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사람의 삶이라는게 또 언제 어디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지요.
근데 이걸 보고 나니 아 혹시 내가 다시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나는 또 잘해낼수있겠구나.
또 열심히 일하고 다람쥐 도토리모으듯 알뜰히 모아서 다시 일어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뭐 남들 열배를 버네 어쨌네 해도 사는게 크게 변함은 없습니다.
사실 여기서야 꼬꼬마지만 웬만해선 제 또래가 저만큼 버는 일이 잘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와~ 내가 그만큼 벌면 뭐도 사고 뭐도 사고"
근데 웃자고 하는말에 다큐찍어 미안하지만 돈 생기면 뭘 살 궁리부터 하는 사람은 얼마를 벌어도 모자랍니다
저는 저때도 무슨 페이가 어디서 얼마 들어오면 얼마 저금해야지 하고 그 계산부터 하고있었고 그게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저번 글에 부모님이 엄청 근검절약하는 분들이라고 썼습니다,
소비성향도 결국 부모에게서 배우는거라.....
쓰는 걸 보고 자라질 못해서 쓸 줄을 몰라요. 돈도 써본사람이 쓰는겁니다
아니 사실 돈을 왜 쓸 줄 모르겠어요 ㅋㅋㅋ
저도 샤넬 좋아하고 에르메스 좋아합니다 몇 개 갖고도 있고요
그런거 두세개만 사면야 뭐 몇천 훌쩍이죠,
정확히 말하면 돈을 쓰면 쓴 돈만큼 만족이 와야 돈을 쓰는걸 좋아할텐데 그게 아니라 돈 많이 쓰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돈은 통장에 모아놓든지 모아서 부동산으로 바꿔놔야 그제야 흐뭇한겁니다.
즉 기본적으로 돈을 잘 안써요
육아나 살림도 제가 직접 해서 도우미비도 거의 안나갑니다
일주일에 두번 동생이 와서 청소해주는거 빼고는요.
백화점같은데서 쇼핑... 못해봤고 안합니다
매대에서 몇만원짜리나 겨우 사죠
지금도 마트가도 한우 못삽니다 너무 비싸서요
해외여행 갈때는 늘 저가항공 이용하고요
스타벅스 갈때는 미리 중@나라에서 기프티콘 미리 많이 사놓았다가 씁니다.
치킨도 교촌이니 비비큐니 브랜드치킨 안먹고 그냥 동네치킨 먹습니다.
어떤 분들은 궁상 떤다고 비웃을 수 있겠습니다
저렇게 많이 벌어봐야 좋은거 못먹고 좋은거 못입으면 무슨소용이냐고
특히 욜로 좋아하시는 분들이 저 같은 사람 보면 그런식으로 말씀 많이 하시더라구요
소비하지 않는 인생은 본인들이 보기에 의미가 없어보이나봐요.
근데 저는 원체 없이 살아 본 사람입니다
먹고 싶은데 못먹을 때의 느낌
비가 오는데 지붕에서 물이 새는데 거기서 자야하는 느낌
동생들이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사줄 수 없는 느낌
그 느낌을 너무 잘 압니다.
세상에 돈이 없는 것만큼 비참한 건 없다는걸요.
그래서 다른 어떤 데 쓰는 것보다도 통장에 숫자 불어나고 등기증 하나 더 생기는게 저한테 그 어떤 소비보다도 심리적으로 큰 만족과 안정감을 주는겁니다.
즉 천만원짜리 빽 사서 행복한 것보다 통장에 천만원이 들어있는게 더 행복하기 때문에 안사는겁니다
돈의 노예라고 하시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 ㅋㅋ
그런 식으로 자라다 보니 제일 싫어하는게 냉장고 비는겁니다.
지금도 음식이 썩어 나가는 한이 있어도 냉장고는 꽉꽉 채워놔요.
그리고 추운 집에서 살았던 거, 아버지가 늘 저희 자는 방에 슬그머니 와서 보일러 끄시던 거기에 한이 맺혀서 난방 아끼는거 정말 싫어합니다
아이가 겨울에 잘때 "너무 더워" 라고 말할 때 흐뭇합니다
다행히도 제가 쓰는거에 아끼는 거지 남편이랑 아이한테까지 스크루지영감 노릇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내 남편 내 새끼를 내가 했던 것처럼 고생시킬 거면 돈 버는게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후배들 가족들 친척들 만나면 밥도 술도 잘 삽니다.
최근에 시댁 인테리어도 싹 해드렸습니다
남에게는 아끼지 않아요 ㅎㅎ 저한테 아끼는거지.
남편도 잘 따라줘서 제가 아무리 많이 벌어와도 사업병 안걸리고 회사 성실하게 잘다녀주고요.
E클래스 사준다 해도 그런거 타봐야 소용이 있느냐며 소나타급 타는 사람입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인데 저를 서포트하느라 자기 커리어는 많이 놨죠.
제 평생의 가장 큰 복은 돈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대학시절에 같은 학교 cc로 만난 남편인거 같습니다.
(굳이 남편이 제 글 알림설정해놔서 하는말은 아닙니다)
이 글을 길게 쓰는 이유는 그렇습니다
몇몇 (자칭)흙수저분들이 제 글에 와서 '원래 소득이 엄청 많은 분이군요 그렇지 않았으면 희망이 되었을텐데' 라는 부분을 보고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이분들은 무엇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을까요?
왜 제가 소득이 많다는 부분에서 실망하셨을까요?
흙수저출신이 한푼두푼 모아서 한 1억쯤 만들어서 그걸 10년만에 미친 투자감각으로 30억대로 불렸어야 그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을까요?
아마도 누구나 저같은 수입을 갖기에는 힘들기에 실망하신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감히 예측컨대 저는 지금의 직업이 아니라 어떤 일을 했더라도 큰 성공은 못해도 작은 성공은 했을것입니다
큰 부자는 못되어도 알부자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늘 성실하고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옥탑방에 살면서도 구질구질하다 느껴본적이 없습니다
한창 젊고 예쁠 나이에 삼천원짜리 화장품을 쓰고 이천원짜리 귀걸이를 껴도 늘 희망찼습니다
오늘 백만원밖에 없더라도 다음달이면 백오십이 될것이고 그 다음달에는 이백만원이 돼있을거니까요
그렇게 2년만 있으면 천만원이 되고 또 2년 더 있으면 2천만원이 되어 뭔가를 시작해 볼만한 돈이 돼있을거니까요
"하 젠장 이제 겨우 백만원밖에 없네 이까짓 푼돈 어느세월에 모아가지고 집사고 차사냐 니미 흙수저신세 그냥 치킨이나 시켜먹어야지 욜로욜로~"
이런 마인드로는 당장 이백만원도 모으지 못합니다
이백만원을 못 모으니 이천만원도 모으지 못하고 사천만원도, 사억 사십억도 물론 모으지 못합니다.
부디 저와 같은 흙수저 여러분께서 성실과 근검절약,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늘 가지셨으면 합니다.
+
원래 제 주제에 누구를 훈계하거나 가르치거나 그런말은 안하려고했는데요.
요 며칠 지켜보다보니 입이 근질거려서 감히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부디 아직 부자의 부짜에도 못 들어간 제가 이런말을 하는 건방짐을 널리 용서해주십시오.
이 부분은 소위 말하는 '폭락이' 여러분께 바치는 부분이니 다른 분들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폭락이 = 폭락한다고 신나서 떠들며 유주택자 조롱하는 사람들. 무주택자 전체를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이 글 자체가 흙수저 무주택자분들께 도움이 되실까 해서 쓴 글입니다)
부자는요
기본적으로 타고나는겁니다 성향을
타고나지 못했으면 생각을 부자처럼 바꾸기라도 해야합니다.
여기 지금 대책 이후로 무주택자분들이 몰려와서 집 가진 사람 걱정을 엄청 해주고 계신데요
단언컨대 대책이 아니라 전쟁이 나서 나라가 뒤집어져도 남들은 부자가 못됩니다.
집값 떨어질거라고 예측하는게 괘씸해서가 아닙니다.
마인드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본인의 성실과 근검절약으로 부를 이루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아직 부자가 못돼서 이런말을 하는게 되게 민망하긴 합니다 즉 제 얘긴 아닙니다)
본인이 아니라면 부모가, 혹은 최소 조부모 대에서는 무척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입니다
예 증조부대요?
우리나라는 건국한지 이제 겨우 70년 된 나라입니다
즉 현재 누가 부를 누리고 있다면 그건 어디서 누구에게 강도질을 해온게 아니고 대대손손 물려받아온 부도 아니고 대부분이 본인, 혹은 부모의 노력과 성실과 절약의 결과라는 겁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시기질투할 만한 게 아닙니다
최소 본인이 부자가 되고싶다면 남이 피땀흘리고 근검절약으로 이뤄놓은 자산가치가 폭락하기만을 비는게 옳겠습니까?
아니면 나도 저렇게 부자가 되어야겠다 하고 본받으려 해야겠습니까?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예측하는 거하고, 'ㅋㅋㅋㅋ 집 가진 놈들 이제 다 새됐네 잘가랔ㅋㅋㅋㅋ' 하고 신나서 깽판치러 오는거하고는 다릅니다
전자는 예측이지만 후자는 심뽀입니다
심뽀는 곧 마인드입니다
어디서 줏어들은 건 있어가지고 레대팰이니 갤포레니 유명한 아파트 이름으로 닉네임 지어놓고 '나도 집 가진 사람이지만 이번에 하락 당첨인듯 ㅋㅋㅋㅋ'
아니요 장담하건대 당신은 그런 아파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물론 당신이 하는걸 보고 자란 자식조차도 그런 아파트에 살아볼 일은 없을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쟁이든 천지개벽이든 벌어져서 모두가 제로베이스로 다시 시작한다해도 안됩니다.
그렇게 해도 삼십년 후면 원래 반포자이 살던 사람은 또 반포자이 살고 있을거고 당신은 또 무주택자로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새됐네 ㅋㅋㅋ' 하고있을겁니다.
부자는 마인드가 만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