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발렌시아의 여정
그라나다에서 발렌시아는 상당히 먼 길이었다. 아침 8시에 출발하여 중간 지점인 무르시아에서 점심식사를 해야 했다. 발렌시아에서 무르시아를 포함하여 레반테 지방이라 했다. 이 지방은 연간 맑은 날씨가 300일이 넘으며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져 있어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한다. 인구 80만 명의 발레시아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이어 스페인의 제3도시이며 스페인 최대의 휴양도시라 했다. 연간 평균기온이 20℃이상이어서 한 겨울에도 수영이 가능하다.
발렌시아는 맑고 푸른 하늘에 오렌지 나무가 돋보이는 도시이다. 주위는 기름지고 관개시설이 잘된 농업지대로 쌀·목화·뽕나무·오렌지·올리브 등이 재배되었다. 오렌지 주산지이며 생산된 오렌지는 스페인 전역으로 보급하고 유럽으로 수출된다. 오렌지 주산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매 식사 때 마다 오렌지가 풍성하게 제공되었다. 또 스페인에서 쌀 주산지로도 유명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찰기 있는 쌀을 생산한다. 그래서 발렌시아의 전통음식인 ‘파에야‘도 쌀을 이용하여 만들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한다. ’파에야‘란 푸라이 팬이란 뜻이다. 푸라이 팬을 달구어 약간 습기가 있으면서 바삭하고 노란색이 나도록 만든 음식이다. 노란색을 내기 위하여 사프란이란 꽃 향료를 이용한다.
발렌시아에는 불의 축제와 토마토 축제로 유명하다. 바렌시아의 불의축제는 세비아의 봄의 축제, 팜플로니아의 소몰이 축제와 함께 스페인 3대 축제에 속한다. 불의 축제는 매년 3월 5일부터 19일 사이에 5일간 열린다. 축제를 위하여 크고 모양이 아름답고 정교한 인형을 만든다. 인형들은 표정이나 동작들이 익살스럽고 생동감 있다. 대형의 인형들은 축제기간 내내 거리 곳곳에 세워져 전시된다. 축제가 이어지는 며칠 동안은 밤낮으로 이어지는 춤과 노래와 폭죽으로 요란스럽다. 축제의 마지막 날 출품된 인형 중에 1등으로 뽑힌 인형을 제외한 모든 인형을 불태우며 겨울동안의 묵은 잔재를 일소하고 새봄을 맞이하는 의식을 치른다. 1등으로 뽑힌 인형은 발렌시아에 있는 불의 축제 박물관에 전시된다.
또 8월이면 토마토 축제가 열린다. 1944년 브뇰 지방 농민들이 토마토의 가격폭락에 항의하여 시의원들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유래되었다한다. 축제기간은 단 두 시간뿐이다. 두 시간 동안 토마토를 던지며 즐기기 위하여 유럽 각처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준비과정 중 중요한 것 하나는 마을의 건물과 창문을 비닐과 천으로 감싸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토 전쟁이 벌어지면 마을은 온통 사람이고 건물이고 토마토 범벅이 되기 때문이란다. 축제가 끝난 후 정리 정돈이 더 힘들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두 시간의 광란적인 퍼포먼스를 즐긴 후 허탈감이 더 크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동양적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정열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정서에 몰입해 보고서 판단할 일이다.
발렌시아는 일찍이 투리아강 하구에 항구를 개항하여 이베리아 반도의 관문 역할을 하였으며 19세기서 20세기에 걸쳐 황금기를 누렸다. 현재는 지중해의 국제 항구도시로 발달하였다. 최근에 투리아강 하구 7km를 재개발하여 과학예술종합단지를 조성하였다. 선명하게 보이는 건물들을 보며 역동적인 산업발전의 도시처럼 느껴졌다. 발렌시아로 오는 도중에 차창을 통하여 밖을 보니 하얀 바위산이 보였다. 그 바위가 석회암이이라 한다. 이 석회암을 이용하여 도자기 산업이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매물건에 나와 일명 '전두환 도자기'로 유명해진 ‘야드로 도자기’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스페인의 명품 도자기였다.
발렌시아 대성당은 이슬람사원이 있던 자리에 건설되었다. 건설이 시작 된 후 200년이란 세월에 걸쳐 15세기에야 완공되었다. 건설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남쪽의 팔리우문은 로마네크 양식으로, 북쪽의 사도문은 고딕양식으로, 그리고 정문인 철의 문은 바로크 양식으로 건설되었다. 대성당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수난받기 전날에 있었던 ‘최후의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사용했던 성배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여 유명하다. 이 성배는 교황청에서도 진품으로 인정하였고,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스페인에서 성찬식을 행했을 때도 사용하였다한다.
성당 앞 비르렌 광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정오에 물 재판이 열렸다. 벼농사를 많이 지었던 지역이어서 농민들 사이에 물 분쟁이 많았다. 재판소는 농부들로 구성되어 관개수에 관련된 분쟁을 심리해서 심판을 내렸다. 농사와 물은 불가분의관계다. 그래서 물 분쟁이 많았나본다. 그 전개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데 도리가 없었다. 아무튼 이곳 농부들은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대성당과 시내 중심부를 둘러보고 숙소로 향하였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커다란 리조토였다. 거대한 규모의 리조토에는 가족들과 함께 휴양 차 온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과연 휴양지도시다운 면모를 과시 하는 듯 했다.

발렌시아 대성당

발렌시아 대성당 내부

투리아강 하구의 과학예술종합단지

투리아강 하구의 과학예술종합단지

시내로 진입하는 칼라트라비 다리
첫댓글 좋은 읽을 꺼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