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어와 우리말의 관계
일단 만주어는 퉁구스어족의 남서퉁구스어파(만주-여진어파)에 속하고, 우리말은 고립어(혹은 한국어-제주어로 구성된 한국어족)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로 다른 어족에 속하는 두 언어이지만 세계의 많은 이웃 언어들이 그랬듯이 한국어와 만주어도 오랜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만주어의 어휘들 중에는 차용어(loanword)로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 만주어가 속하는 퉁구스어족은 주변의 한국어족(한국어), 중국티베트어족(중국어), 몽골어족(몽골어)과는 계통상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투르크-몽골-퉁구스로 구성되는 알타이어족 설을 저는 신봉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어휘를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만주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언어는 몽골계 언어가 거의 확실한데, 만주어 어휘를 살펴보다 한국어 기원 혹은 그 반대로 의심되는(아니면 정말 우연의 일치라던가) 것들이 있어 한번 올려봅니다.
만주어 | 한국어 | 어원해석 |
mukxan (묵샨) | 막대기 | ◾한국어가 아니라 몽골어 '모드'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음 |
fulehe 푸러허) | 뿌리 | ◾만주어에는 fulehe 외에도 뿌리를 가리키는 말로 'da'가 있음 |
monggon (몽온) | 목 | ◾만주어에는 monggon 외에도 목을 가리키는 말로 'gen'이 있음 |
ulgiye- (풀기예) | 불-다 | ◾몽골어 '울레-흐'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음 |
jafa- (자파) | 잡-다 | ◾잡-다 |
monjira- (몬지라) | 문지르다 | ◾문지르-다 |
fulgiyan (풀기얀) | 붉은 | ◾한국어가 아니라 몽골어 '울란'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음 |
modo (모도) | 무디-다 | ◾몽골어 '모호'와의 연관성도 생각해 봐야. |
일단 기본어휘 200개 중에서 이 정도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외의 어휘들을 대응해보면 더 많은 사례들이 발견될 수도 있겠죠. 물론 저 위에 제시된 것들이 그냥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fulgiye- 와 fulgiyan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몽골어 | 한국어 | 만주어 |
ulaan | pulgeun(pulg-da) | fulgiyan |
uleekh | pul-da | fulgiye- |
이와 같이 계통상으로는 관계가 없는 세 언어 간에 연관성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오랜 기간에 걸친 상호교류의 결과일까요? 아무튼 재미있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