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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모봉'에서... -
- '태을봉'에서... -
< "시산회 제252회 수리산 산행기(2015. 01.25)" / 김용우 >
◈ 월일 / 집결장소(시간) : 2015. 01.25(일) / 1호선 명학역 (10시30분)
◈ 참석자: 13명 (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나창수, 남기인,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임삼환, 임용복, 조문형, 한천옥, 한양기 )
◈ 산행코스 : '수리산' / 명학역-성문교회-관모봉-태을봉-군포초교-군포역(마을버스 이동)
◈ 동반시 : "젖지 않는 마음" - 편지ㆍ3 / 나희덕
◈ 뒤풀이 : 해물찜(낙지볶음)에 소,맥주 / 군포(무교동)
동장군은 열정이 식었을까! 한참 겨울다워야 할 1월의 날씨가 영상이란다. 차가운 바람기 없는 한겨울의 날씨가 왠지 거북하게 느껴지지만 갑상선 항진증으로 찬바람에 눈물이 많은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자주 눈물 닦으면 안압으로 눈알이 붓고 아프다).
모처럼 남기인 산우가 1시간 전에 도착하여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는 우리 시산회의 카톡방 문자를 보며 9:58분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조우하여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관절 이상으로 조심하는 임용복 산우의 지각 도착에도 산우들 반갑게 손을 잡아주며 수리산을 오른다.
수리산은 안산시와 안양시의 경계를 이루며 높이 475M로 견불산이라고도 한다. 남북으로 능선이 길게 늘어져 있고 경사면이 비교적 완만하면서도 형세는 복잡하여 산행코스는 제6코스까지 있다.
작년 이맘때 수리산 등반은 하얀 겨울의 산나라 풍경에 취하고 뽀송한 눈길을 걸으며 기대보다 너무 훌륭한 설경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선명한 추억이 그리웠는데 최근의 온온한 날씨로 환상이 지워지는 서운함이 있을 것이지만, 산우들의 정겨운 이야기와 몸을 부비며 함께 걷는 시간이 되어 심장의 박동이 힘차게 작동하는 듯 느껴진다.
잔등에 땀이 송골 느껴지는 언덕에 잠시 휴식하는데 임용복 산우가 먼저 배낭을 푼다. 파름한 모싯잎 떡을 내놓고는, 어제 4만 명의 이북민이 거주하고 있다는 강화도 교동에 갔었는데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83세 장인이 만드는 강정을 산우들 생각에 몇 시간의 긴 줄을 지루함도 모르고 끈기를 지불하여 사왔다는 옛날식 강정을 너도 나도 집어 들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음미한다. 산우들에게 손맛이 어우러진 강정을 맛보게 해준 산우의 마음이 달고 뜨겁다.
정상이 갓을 닮아 관모봉이라 하는데 그 쉼터에 도착하여 모두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는 동안, 나창수 산우가 러시아 여인네의 몸매를 닮은 40도의 보드카를 꺼내들고 한 잔씩 순배한다. 사할린에 다녀오시는 교포 할머니들이 치료차 병원오시면서 가끔 들고 오신다 한다. 함께 가져온 파리바케트의 빵을 안주삼아 싸~하게 목구멍을 달래주는 괜찮은 안주가 될 것이라 추념해 본다.
이곳에서 태을봉까지는 음지여서 가파른 오르막길에 녹지 않은 눈도 있고 얼어있어 제법 미끄럽다. 찬바람까지 불어대는 경사 길을 모두 슬로모션으로 집중하여 오른다.
드디어 새 모양을 한 길쭉하고 큰 바위가 서있는 정상이다. 독수리가 힘차게 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형상이라는 태을봉에 기념사진을 남기고 조금 내려와 휴식의 자리를 찾았으나 찬바람도 거세고 비좁아 가져온 조문형 산우의 홍어, 한양기 산우의 완도 김치, 김정남 산우의 굴과 한과, 고갑무 산우의 팥빵을 먹기 전에 기자인 내가 시를 읽는다.
"젖지 않는 마음" - 편지ㆍ3 / 나 희 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나희덕 시인은 충남 논산 출생으로 연세대 국어국문학 박사로 1989년 중아일보 신춘문예지인 '뿌리에게'로 등단이후 7번째의 시집을 내었으며 그 '그곳이 멀지않다', '섶섬이 보이느 땅',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등이 있고 어느 시집의 서시에서 "단 한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우지 못했으면서 무성하게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는 글귀를 다시 헤아려 본다.
하산 길을 논의 하던 중 나창수 산우가 안양으로 내려가서 몇 해 전 먹었던 곤드레 비빔밥을 먹자고 제안하였으나 그 길은 얼어있고 위험할 것이라는 의견을 좇아 산본 방향의 날머리로 내려오는데 일기 예보대로 눈인지 비인지 비빔눈비가 내린다. 군포 초등학교로 도착하니 겨울비가 제법 내리는 궂은 날씨가 되고 1호선과 4호선으로 교통이 편리한데다가 먹거리가 풍성한 군포의 먹자거리로 뒷 풀이 장소를 정하고 마을버스로 이동한다.
금정역에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니 긴 거리 좌우로 온통 음식 메뉴판이 공중에 널려있고 '무교동 해물찜'으로 들어가 맛있게 먹고 거나하게 마시면서 뒷이야기들로 웃음을 보쌈한다.
위윤환 총장님의 주관으로 작년에 걸렀던 해외 산행은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기로 하였으며 다음 산행은 대모산으로 정하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년에 불발이 된 독도와 울릉도 산행은 가급적 다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 산우들의 손짓이 오늘따라 촉촉하게 느껴지고 정겨웁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산우들과의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는 우리들의 건강한 기다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회장님과 총장님의 노고가 오늘도 크고 넉넉하여 감사를 표하면서 산행기를 마친다.
※ 첨언 : 살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뒤로 후진하기도 하고 때로는 막다른 골목길 담장과 마주하게 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요즘 엎어진 세상,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황당하고 참담한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며 탈출구조차 찾지 못하는 공황의 정신이라 일기식의 산행기를 겨우 적고나니 부끄럽고 허기가 진다. 눈알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뱅글 돌고 도는 현기증 늪 속의 회오리 중심에 갇혀 있다. 찾아야 한다. 피비린내 없어진 황톳길로 걸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2015. 01.26(월) 김용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