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은 여름방학을 무척 기다렸다.
바로 멀리 시골 교회로 떠나는 2박 3일간의 여름 수련회가 있기 때문이다.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이 모두 함께하는 합법적인(?) 2박 3일간의 외박 되시겠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비슷한 또래의 남녀 학생이 함께 지내며 잘 수 있다는 것은 그때 나에게는 무척이나 기대되고 흥분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녀 학생들이 함께 잔다는 것이 혼숙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청소년기의 예민한 사춘기 남녀 학생들이 2박 3일간 지내는 데는 여러 돌발상황이 따를 수도 있으므로 당연히 집사님들과 교회 선생님들이 함께하여 안전을 책임진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련회는 전남 곡성군 죽곡리에 있는 ‘죽곡교회’에서이다.
보통은 교회 예배당에서 남녀 구별하여 어른들과 함께 숙식했었는데, 죽곡교회에서는 특이하게도 텐트를 쳐 야영했다.
여학생들은 건물 안에서 여자 집사님들과 함께 자고, 남학생들은 각 텐트에서 잔다.
남자 어른을 한 명 포함하여 세네명의 학생들을 다양한 나이로 섞어 조별로 텐트 한개씩을 주고 야영했다.
시작은 텐트 치는 것부터다.
남자 어른은 우리의 안전만 책임지고 모든 것은 우리가 해야 했다.
아마도 모두 머리를 맞대고 낑낑대며 텐트를 쳤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 캠핑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우리 조는 어렵지 않게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교사인 내가 판단해보건대, 참 좋은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2박 3일간의 수련회 주 프로그램은 예배, 찬양, 성경 공부, 레크레이션, 천로역정, 캠프파이어, 체육대회 등이었다.
2박 3일간은 개인 활동이 아닌 조별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조는 중1부터 고3까지 남녀를 골고루 배정한다.
평소 교회에서는 오다가다 얼굴만 봤는데 같은 조가 되어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고 하니, 나이 차가 크게 나는 형, 누나 그리고 동생들과도 친해질 참 좋은 기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내가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런 활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다양한 선후배를 만나 이야기하고 뭔가를 나누며 부대낄 수 있는 경험을 할 기회가 많이 없는 요즘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나의 자녀가 자라면 교회 수련회를 꼭 보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예전의 문화가 많이 없어져 아쉬울 뿐이다.
그 당시의 교회는 종교였다기보다는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활동하고 놀 수 있는 하나의 문화였던 것 같다.
그 중심에 진월동의 포도원 교회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와 내 동생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건강하고 착실하게 자랐는지도 모른다.
교회 수련회는 청소년기의 나에게 의미가 상당히 컸던 연중행사였다.
수련회 프로그램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매끼 식사 때마다 한 특별한 의식이다.
육의 양식뿐 아니라 영혼의 양식도 먹어야 한다고 성경 말씀을 외운 사람에게만 식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그래서 밥때가 되면 오늘의 한 끼 성경 말씀을 주구장창 외워 조별로 모두 합창하듯이 식사 전 성경 말씀을 함께 읊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몇 번은 성경 말씀을 못 외워 립싱크만 한 적도 있다. ㅋㅋㅋ
신기하게도 그때 외운 성경 말씀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수련회의 꽃은 천로역정과 캠프파이어다.
천로역정이란 프로그램은 예수님의 고난과 역경을 공감하는 의미로 이를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다.
2일째 저녁 식사 후, 해가 지고 나면 천로역정이 시작된다.
어두운 시골길을 달빛과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걸어가며 집사님들이 준비한 여러 코스를 조별로 통과하면 된다.
대표적인 코스는 나무 십자가 지고 5m 걸어가기, 관에 누워 죽음 체험하며 나의 삶 돌아보기, 나의 잘못(죄)을 종이에 적고 태우기, 하늘의 별 관찰하기, 어른들과의 1:1 상담하기 등이다.
우리는 2시간에 걸쳐 어두운 밤길을 이동하여 전체 코스를 통과한다.
코스를 통과할 때마다 생각들이 많아졌다.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고 고민했다.
하늘의 별을 보며 인생과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고작 중학생인 내가 말이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코스를 다 돌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면 캠프파이어로 수련회의 대미를 장식한다.
어두움을 환히 밝히는 커다란 불빛 속에서 우리는 함께 찬양을 부르며 어우러지고 하나가 되었다.
불은 더 뜨거워지고 우리의 밤은 깊어져 갔다.
그렇게 이번 수련회도 끝을 맺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청소년 시절.
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 수련회.
나의 사춘기는 이렇게 또 지나간다.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