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2년동안 서울에서 가장 맑고, 밝고, 오래되고, 품위있는 은평구 진관동(은평뉴타운)에서 정말 인간답게 살다가 이 동네를 떠납니다. 집사람과 매주 주말에는 인근 이말산둘레길, 은평둘레길, 북한산, 송추 여성봉/오봉은 물론, 독립문인근 안산, 인왕산 그리고 구기동/평창동 등 이 동네 일대를 누볐고, 북한산이 워낙 돌계단이 많은 산이라 등산스틱도 장만해서 무릎도 보호하는 등 즐겁게 많은 땀도 흘리고, 뱃살도 잘 유지했으며 허벅지 근육도 잘 관리를 해왔다.
마포에 있는 쪼그만 사설 연구실에서 버스로 집으로 돌아와서 하차를 하는 순간부터 꽂냄새, 풀냄새, 나무잎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그러면 아 다시 살았구나 하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은 아침마다 밤꽂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상암동으로 출근을 해보면 밤꽂냄새가 매연냄새 사람들 담배냄새 등과 혼합되어 악취로 바뀌어 있다. 다행인건 퇴근무렵에는 밤꽂냄새가 난다는 것....
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동네를 떠나는 이유는 4칸방을 가진 집에 살고 싶어서 였다. 지금 사는 집은 40평이긴 하지만 방이 세칸이고, 또 우리가 그간 살아온 집들은 5년 이내에 완공된 아파트인데, 여기는 10년정도가 된 아파트라 이것 저것 손을 봐야 하는 등 한번 떠나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나의 문제는 귀국후 오랜 경력단절과 많은 나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계속 도전을 했지만 마지막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코로나로 인해 다 결정된 취업이 연기가 되고 있는 등 실업으로 인해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이 길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은 보증금과 많은 월세를 지불하는 중인데, 다행히도 그 와중에도 다시 도전을 하게 되었다. 사실 전세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가면, 보증금은 얼마를 생각하세요? 하는 질문이 가장 듣기 싫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편안한 보금자리만 생각하고 나는 자랑스럽게 협상을 한다. 사실 여의도에 위치한 증권사에 취업이 거의 완결 단계라 마포/신길뉴타운/상도동/흑석동등이 후보지 였는데, 가격상 신길뉴타운만이 가능했다. 그런데 결국 이사 날자 문제로 실행이 되질 않았고, 녹번역에 신규 입주하는 한화아파트는 부동산 중개인이 보증금을 잘못 알아서 계약을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발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부동산을 찾는 방법을 모르던 집사람과 같이 부지런히 네이버를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 광명역이었다.
광명은 한때 우리 가족들이 살던 곳이기도 했고, 현재도 우리 형제들은 이 인근에 살고 있다. 사실 제사라도 있으면 귀가길에 택시로 3만원정도를 내야 했고, 명절에 집안인을 도우려면 지하철로 합정-->당산-->대림-->철산등 여러번을 갈아타야 한다. 은평구의 단점중의 하나는 서울역까지 나오는데 1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지하철도 영등포방면으로 가기가 어렵다. 물론 종로라면 옆동네 이지만..... 그래서 편하게 광명이라는 후보지를 선택한 것 같다.그런데 광명이 아니라 광명역 일직동이라는 곳인데, 여긴 내가 아는 광명이 아니다. 거의 판교급 분위기에 KTX, 그리고 지금 건설중인 신안산선이 완공되면 여의도까지 25분에 주파한다 한다. 물론 4년 후의 이야기다. 나는 2년 계약이구. 내년 8월에 집앞에 백화점등 시설이 완공이 되면 정말 슬세권이 된다. 슬리퍼 신고 돌아 다니는 동네라나.... 거기에 COSCO, IKEA, 아웃렛들이 옆이고 중앙대병원도 내년에 완공되는 등 대단히 Hot한 동네라는 것을 알았다. 옆 아파트단지 지하는 모두 식당가 이다...
이처럼 광명역은 은평구가 주지 못했던 단점들을 모두 보완하고 있다. 다만 서울에서 절대 거리가 멀다는 지리적 단점, 은평구 대비 열악한 공기의 질은 극복해야 한다. 물론 지하철(한시간 1대)/KTX(무지 교통비 비쌈) 로 시내방향을 해결하고, 순환버스로 사당동까지 20분에 갈 수 있어 다행이기는 하다. 1,2호선은 문제가 없다. KTX가 집앞이라 주말에는 자주 집사람과 여행도 할 생각이고, 집사람과 관악산(KTX역에서 셔틀버스로 15분)도 다닐 예정이다. 인근에 둘레길도 있고 작지만 산들로 둘러 쌓여 있어 공기도 아직은 좋다.
내가 구한 아파트는 거실 양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찻길에서 멀어 조용하고 채광도 좋을 것 같다. 하여튼 기대가 크다.우리 가족 모두가 만족을 했으면 좋겠다. 이 기간중 소원은 가족 모두의 건강과 나의 취업이다. 그래서 다음 2년은 종로구로 정했다. 돈을 벌어 전세보증금도 많이 준비하구...
하여튼 은평구에살면서 나의 삶의 질에 95점을 주고 싶다. 감점요인은 교통편... 다행히도 서부선 경전철이 곧 진행될 것같고,GTX도 2025년에는 개통이 될 것 같다. 그때는 은평구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인근 고양시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중이고, 3기 신도시도 건설한다 하는데, 사실 서울 시내로 출퇴근을 하기에는 도로가 많지 않은 은평구로는 악재다.(산으로 인해 도로건설에 제약이 있고 북한산에 터널을 뚫는 것은 환경론자들의 반대로 불가하고, 종로로 가는 길목에 터널을 하나 추가 하려했지만 종로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한다.)
은퇴해서 부부가 건강도 유지하면서 살기에는 참 좋은 동네이다. 아무 욕심없고, 한옥마을이나 진관사등도 구경하면서 책도 읽고 소일하기에는 참 평화로운 마을이다.참고로 저는 제각말 4거리 푸르지오 525동에 살고 있습니다.
은평구민 여러분, 여러분들은 참 수준 높고 질 좋은 동네에 살고 계십니다. 더 아름답고 공기 좋은 마을로 유지해 주세요.
매일 아침 부엌에 난 유리창으로 집사람과 같이 쳐다 봤던 북한산 백운대 정상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