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50 ㅡ 안녕? 오지랖 여왕 (사소)
"햐! 끔찍해. 나는 저런 타입이 젤 싫어. 대한민국 아줌마 오지랖. 완전 민폐녀!"
N 플릭스로 요새 뜨는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거실에 자리를 펴고 밤낮으로 보고 있자니, 시크한 따님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며칠 전에는 배우 전도연이 분한 여주 '남행선' 의 연기가 하도 능청스럽고 귀여워서 팔짝팔짝 뛰면서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며 웃고 있었더니, 차도남 아드님은 쓰윽 나오더니
"저 배우 푼수끼가 꼭 엄마랑 닮았네. 에헤!"
하며 들어가는 거다.
' 진짜? 정말? 흐 그렇단 말이지? 인정머리 없고, 싸늘하고 냉정한 저승사자 얼굴보다는 저게 낫지 않아? 히! 쟤들은 내가 거실서 티브이 보는 것 마저도 저렇게 사랑스럽게 본다니까! '
나는 습관대로 터무니없는 긍정적 의식으로 직진한다. 애들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빛은 애정샷이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한가할 때도 있으니 지들도 좋은 거다.
그러다 " 일타 강사 최치열의 츤데레 캐릭터는 우리 아드님이랑 딱 닮았네. 승질 싱크로율이 겁나 높아." 그랬더니,
딸은 " 뭐가?" 하며 영 아니라는 반응이다.
엄마는 "수학 깔끔하게 잘하잖니?" 했더니,
딸은 " 오빠는 3수를 했는데 그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냐?" 은근 깐다.
"허세 쩔고 차가운 척하는 성격도 그렇고 맞네. 맞어" 나는 이미 드라마에 몰입의 단계에서 같은 그림찾기 매칭하기 집착으로 넘어가고 있다.
같이 TV를 보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방에서 가끔씩 나왔다가, 자기 세계로 들어가기 전, 크로싱하는 인프 3인방.
'그나저나 쟤네들은 지 엄마가 아줌마스러워지는 게 그렇게 싫나?' 펌을 하면 꼬불꼬불하게 하지 마라 잔소리 해대시고, 너무 딱 들러붙는 옷은 안된다. 똥배가 너무 티 난다' 등등 감시까지 해댄다. 우리 집은 뭔가 좀 다다이즘과 옵아트 어반적 분위기가 묘하지만 순서가 없고 창의적으로 가벼운 게 기분이 좋다.
딸 " 양심적으로 저 여주인공 너무 주름이 많은 거 아냐? " 이것이야말로 MZ가 중년을 구박하는 생생한 현장인 거다.
엄마 " 너네 엄마는 더 주름이 자글자글 울퉁불퉁 하단다."
딸 " 엄마는 당연히 안되지 "
' 중년이나 노년은 로맨스나 코믹은 하지 말라는 거니? MZ들아! 레트로 라는 것도 있잖냐! 짜아식들! ' 생각이 출렁 거리고 흐른다. 좀 난해한 심리적 서스펜스와 드립이 티키타카되는 우리의 아이러니 힐링시간.
' 아! 며칠 전 아들이 내 얼굴을 보더니 큰일이라며, 엄마가 턱이 두 개라고 관리 좀 하라고 놀렸는데... 전도연은 주름마저도 어째 저리 이쁘지? 옛날 내 애인도 저렇게 수다스럽고 흥 부자에 활어처럼 팔딱팔딱! 오지랖 여왕이었는데... 그립다! '
그녀와 가까이 살지 못하니, 내가 차라리 그녀가 돼 가는 걸까? 내가 아무리 힘을 풀어도 그녀를 따라갈 수 없다. 나랑 완전 반대였으니 말이다. 내가 아이들을 보살필 수 없을 때, 아무조건 없이 애들 간식도 챙겨주고 힘든 날은 막걸리로 내게 치얼스를 외치던 그녀!. 몸 관리를 잘못해 아프면, 집에 와서 냉장고를 뒤지며 혀를 끌끌 차며 잔소리를 무한 반복 해대던 그녀.
나는 그녀가 수다를 떨 때면, 사람이 어쩜 그렇게 쉴 새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물끄러미 보고 웃곤 했었다. 궁평항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