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맨발 걷기 운동하러 도통동을 지나간다.
그러다가 술에 취한 묘령의 여인 둘을 우연히 만난다.
두 여인은 거나하게 술을 드셨는지 어깨동무한 채로 하하호호 즐겁게 이야기하며 지나간다.
기분이 참 좋은가 보다.
아마도 직장동료이거나 아니면 친구인가 보다.
그런데 말소리가 귀에 익숙하다.
앗~ 두 분 중 한 분이 내가 아는 분이다.
그분도 나를 알아채셨는지 지나치는데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시며 뒤를 도신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천진난만하다.
술 취한 모습에 아는 사람을 만나 부끄러웠나 보다.
그 뜻을 함께 나누듯 나와 아내도 먼 곳을 바라보며 모르는 체하며 지나간다.
하지만 난 그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다.
누구에게나 그런 모습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술에 취해 기분 좋은 상태로 친구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낭만과 추억이 없다.
아쉽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술 마실만한 직장동료는 없고, 마음에 맞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산다.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비슷한 나이에 마음이 맞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복이라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퇴근 후 맥주잔을 기울이며 술에 취해 직장생활에 관해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선배에게 투정도 부리고, 힘들다고 징징도 대고, 사장님 욕도 하고, 그런 시절이 지금은 없다.
퇴근하면 집에 들어가기 바쁘고 밥 먹고 좀 쉬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틀에 박힌 듯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나에게 그 두 여인은 참으로 부러운 사람들이었다.
내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것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기에.
말하고 싶다.
부끄러워하지 마시라.
당당하시라.
그게 뭐 어때서...
다음에 만나면 당당하게 아는 체 하셔도 됩니다.
일하시느라 얼마나 애쓰고 고생 많으셨습니까?
맥주 한두 잔으로 업무 스트레스 날려버리고 기분 좋게 이 밤길 거니소서.
나도 어느 날씨 좋은 저녁 날, 맥주 한두 잔에 기분 좋게 취해, 좋은 사람과 함께 도통동을 거닐고 싶다.
그런 낭만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그분은 오늘 출근 잘하셨는지 모르겠다.
#그냥에세이, #묘령의여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