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위치한 지사면은 대부분이 논이나 밭으로 둘러쌓여 있다.
그래서인지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트랙터나 경운기가 지나갈 수 있는 농로가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퍼져있다.
그 길에 누군가가 심었는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생겨났는지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핀다.
그래서 매년 가을 이맘때가 되면 학생들과 자전거를 끌고 코스모스길로 향한다.
이 길은 진짜 찐 현지인 핫스팟이다.
주소지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동행해야만 올 수 있는 장소이다.
오늘 그 길을 달렸다.
학생 모두는 자전거로 달리고.
나와 여자 선생님들은 자동차로 달렸다.
자전거가 부족해서 인솔자 선생님은(영어 선생님) 한 분만 타셨다.
나도 자전거를 타려고 아침부터 츄리닝을 입고 출근했는데 너무 아쉽다.
대신 나는 트렁크에 음료수와 빵을 실었다.
마치 자전거 대회를 하면 따라다니는 안전 요원의 자동차처럼 비상등을 켜고 학생들의 앞과 뒤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안전을 지켜주었다.
힘들다 하면 다가가서 음료수를 주고 자전거가 서 있으면 그 옆에 가서 비상등을 켜고 기다려주었다.
자전거를 대신 타주거나 차에 실어줄 수는 없지만, 기다려줄 수는 있었다.
학교 주위를 도는 코스로 2시간에 걸쳐 마을을 한바퀴 다 돌고 나니 다들 등에는 땀이 범벅이다.
가을바람이 땀을 스친다.
가을날 흘리는 기분 좋은 땀이다.
가을 자전거 길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전 추억으로 사진 한 장 남긴다.
다들 힘들었지만, 얼굴에는 미소 가득하다.
물론 아닌 학생들도 있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평범한 매일의 기억보다는 특별한 어떤 날의 기억이 더 남듯이 교실에 앉아서 공부한 추억은 아마 쌓이지 않겠지만, 이렇게 가을 코스모스길을 함께 달렸던 추억은 한 장 한 장 쌓일 것이다.
우리의 추억은 그렇게 겹겹이 쌓여간다.
오늘의 추억도 학생들의 기억에 남겠지?
함께 달렸던 그 가을 길을 기억하겠지?
찬란했던 학창 시절이 오래도록 우리 학생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래본다.
이 시골 학교의 학생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까?
궁금도 하고 기대도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