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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2월 27일에 공포되어 시행되다가 1980년 10월 27일 개정 헌법안이 공포 시행되면서 폐지된 유신헌법 제53조 ①항과 ②항은 다음과 같다.
<유신헌법 제53조 ①항과 ②항>
①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제1항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이 유신헌법 제53조에 따라,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발동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고 정부와 법원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긴급조치를 발동하는 행위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제53조 ④항).
비록 이 헌법 제53조 ⑥항에서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했지만, 당시 유신헌법에서는 국회의원 정수의 1/3을 대통령이 일괄 추천하고 이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찬반 투표를 거쳐 선출하도록 되어 있었을(제40조)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부여되어 있었기(제59조) 때문에 이 법 제53조 ⑥항에 따라 긴급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에 이 법에 근거하여 몇 차례의 긴급조치를 발동하였는데,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1975년 5월 13일부터 1979년 12월 7일까지 시행된 긴급조치 9호이다.
긴급조치 9호에서 금지한 행위 가운데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었다(제1 가), 또한 이러한 내용을 “방송ㆍ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ㆍ배포ㆍ판매ㆍ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도 금지되었다(제2).
이 조치를 위반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도록 하였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도 같은 처벌을 하도록 하였다(제7). 그리고 이 조치를 위반한 사람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ㆍ구금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제8).
긴급조치 9호가 시행되면서 나라 전번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누가 식사하면서 이 조치에 저촉되는 말을 해서 잡혀갔다는 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누구는 기관에 끌려가서 말할 수 없는 고초를 당하고 나왔다는 소리도 들리곤 했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무서웠고, 말을 하면서 주변을 힐끗힐끗 둘러보는 것이 습관이 되다시피 하였다. 몸도 정신도 움츠러들던 공포스러운 시기였다.
1980년 10월 27일 개정 헌법안이 공포 시행되면서 유신헌법 제53조가 폐지되었고, 그후 4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긴급조치 9호의 공포는 점점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요즘 긴급조치 9호의 공포가 다시 밀려오고 있다.
지난 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전용기 국회의원은 커뮤니티,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내란 선전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것은 충분히 내란선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단호하게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에 대한 내용으로 고발하겠다고 하였다.
이 보도를 접하는 순간, 온몸으로 전율이 왔다. 1970년대 긴급조치 9호의 공포 같은 것이 밀려왔다. 무섭다는 느낌이 덮쳐왔다.
그리고 며칠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파출소’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허위조작정보 유포자를 신고하라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가 보았다. ‘민주파출소’ 온라인 사이트는 <홈, 신고하기, 상황판, 호신술, 유치장, 교도소, 공지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황판’ 코너를 보면 2025년 1월 17일 9시 기준 제보건수가 4만 7531건으로 나온다. 그리고 ‘유치장’ 코너에는 ‘허위조작정보 유포 대응 현황’이라 하여 <허위사실 유포 정치인, 유튜브 등 조직적 허위사실 의심글 216개 고발>, <비상계엄 옹호 발언 유튜버들 내란선전죄, 명예훼손으로 고발>, <부정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 7명 고발> 등의 게시물이 올려져 있다. ‘교도소’ 코너에는 ‘허위조작정보 유포자 대응 결과’라 하여 <[벌금] '이재명은 소년원 출신' 허위사실유포죄>, <'이재명 형수 욕설' 튼 단체 대표 벌금형>, <[벌금] '문재인 비방 카톡'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 벌금형> 등 언론기사를 스크랩한 것들이 올려져 있다.
‘민주파출소’와 이와 관련된 더불어민주당의 이즈음의 일련의 행위는 유신헌법 시기를 거쳐온 나이 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신헌법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도 공포심을 준다. 긴급조치 9호의 공포를 되살리게 한다. 가슴이 자꾸 떨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파출소’를 개설하여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 같다. 국민의 정신건강과 평안을 위해서 민주파출소를 속히 폐쇄시키기를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한다.
출처 : 아산포커스
https://www.asan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