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항공·우주분과 · 채연석
지난 11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항공청 설립과 장기 우주 개발 대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우주항공청은 내년 말까지 설립해서 2032년에는 새로운 우리 발사체를 개발하여 달에 착륙선을 보내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단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리고 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아 우주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11월 28일은 국내 우주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날이다. 2002년 11월 28일에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액체추진제 과학로켓인 KSR-3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 2018년 11월 28일에는 국산 우주발사체인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비행한 날이다. 이런 뜻깊은 날 우리나라 미래의 우주개발을 주도할 우주항공청의 개설과 장기 우주개발 로드맵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우주항공청의 필요성과 설립에 관한 주장은 주로 항공 우주연구원과 항공 우주학계에서 나왔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평생 로켓 분야를 연구하면서 느낀 점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발 사업이 끝날 때가 되면 다음 사업을 연속해서 잘하게 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물론 진행하고 있는 로켓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해야 그나마 다음 사업도 기대할 수가 있었지만 말이다. 지난 6월 21일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잘 발사된 덕인지 2조 원이 넘는 차세대 우주발사체 개발 사업도 11월 30일 여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도 출범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앞으로 국내의 항공우주개발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좀 더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들도 지금보다는 좀 더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없으면 할 일도 없고 봉급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연구원 봉급의 상당 부분이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인건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이 장기적인 항공우주개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여 추진한다면 항공우주 관련 연구원들은 연구비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바람직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우주발사체의 연구개발처럼 대형연구개발의 경우 시작할 때 몇 년간은 연구비가 적게 편성된다. 특히 연구사업을 시작할 때는 설계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H/W를 제작하는 산업체에 갈 예산이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발사체 제작에 참여하는 산업체들은 연구개발 초기에는 연구원으로부터 받을 H/W 제작비가 없다. 이럴 때 로켓 부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산업체가 도산할 수도 있어 큰 걱정거리였다. 정부는 지난 21일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4차 우주개발 계획안을 의결하였다. 계획안에 의하면 우주개발 투자를 7300억 원 수준에서 2027년에는 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이 발족되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우주개발에 참여하는 산업체의 경영도 좀 더 안정화 것이다. 항공우주산업이 활성화되면 국제경쟁력도 생기고 참여기업도 늘어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정부는 2045년까지 우주항공산업을 국가의 10대 주력산업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여서 청년들을 위한 고급 일자리도 많이 생기게 되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또 다른 긍정적인 면은 청소년들에게 미래에 도전할 꿈과 목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란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자가 되어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주역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와 다누리호의 달 탐사를 보면서 자란 청소년들이 2045년 화성 탐사의 주인공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를 이끌 훌륭한 과학기술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우주연구원 설립 이후 30년을 학수고대한 우주항공청 설립이 눈앞에 다가왔다. 우주항공청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대통령의 결단으로 설립되는 만큼 관련 부처를 잘 포용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설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에서는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잘 수용해 줄 것으로 믿는다. 다양한 항공우주개발계획을 세우고 대통령과 함께 많은 예산을 확보, 항공우주산업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국가산업으로 발전시켜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과학기술자를 꿈꾸게 돕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되며 하루빨리 우주항공청이 개청 되기를 국민과 함께 염원한다.
필자소개
미시시피 주립대학교 항공우주공학박사
항공우주연구원, KSR-3(액체추진제 과학로켓) 개발사업단장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