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확신을 준 캔서앤서의 최윤호 기자 글 모음들
born to run 이라는 책이 있다. 크리스토퍼 맥두걸이라는 하버드 출신의 AP통신 기자가 멕시코의 원시 부족 타라우마라 족의 생활을 취재하고 직접 함께 달리면서 체험한 것을, 과학적 연구결과를 곁들여 쓴 걸작이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하는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달리기에 대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 책의 도입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 가젤은 제일 빠른 사자보다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굶을 것이다. 사자든 가젤이든, 태양이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인류를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가 다리에 의지해서 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 왜 어떤 사람은 매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사자처럼 ..... 달릴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바닥에 발을 딛기 위해 진통 소염제를 한줌씩 삼켜야 할까."
기본은 뛰라는 것. 달리기와 걷기는 전혀 다른 운동이다. 걷기가 목표로 하는 많은 것들은 사실, 야외에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건강, 바람, 햇볕, 여유, 사색, 벗 등등의 단어들과 걷기는 한쌍을 이룬다. 이런 것들 없는 걷기는 '앙꼬 없는 찐빵'. 굳이 러닝머신에서 걷겠다면, 오르막 세팅을 하고 파워워킹을 하면 모르겠으나, TV 모니터 켜놓고 전화기 손에 들고 건들건들 걷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아, 혹시 걷는 이유가 '킬링 타임'인가?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러너는 가슴 가득 꿈을 안고 달려야 한다. 호주머니 가득 돈을 채운 자는 진정한 러너가 아니다.”
“우승을 원한다면 단거리를 경주하라. 그러나 인생을 경험하고 싶다면 장거리를 달려라.”
이 주옥같은 달리기 명언들은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에밀 자토페크(Emil Zatopek, 1922-2000). 체코의 전설적인 마라토너다. 그 당시는 체코슬로바키아였고, 독일의 침공을 받았고, 나치의 통제를 받고,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잠깐 프라하의 봄의 자유를 느꼈지만, 또다시 소련의 통제를 받고... 달리기 인생의 대부분은 통제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뛰다 말다 해야했던 천재 러너다.
우리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는데, 그 중 4분의 1인 56개가 발에 있다. 발목뼈 발허리뼈 발가락뼈 등 한쪽에 26개씩, 56개다. 뼈가 많다는 것은 뼈 사이사이 작은 관절부위가 구성되어 있고, 그만큼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 우리가 생각하기에 발은 발가락을 제외하면 하나의 조직처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뼈와 관절, 근육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 대목에서, 발에 대한 유명한 명제가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 해부도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이 르네상스의 거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발은 예술 작품이며,
엔지니어링의 걸작이다.
The human foot is a work of art
and a masterpiece of engineering.
발의 아치는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물'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받게 되는 충격의 90% 안팎을 발목 아래, 즉 발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연구결과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발 및 무릎 부상은 사람들이 신발을 신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신발은 발을 약하게 만들고 과도하게 내회전시키며 무릎에 문제를 야기한다. 나이키가 현대의 운동화를 발명한 1972년 전까지 사람들은 바닥이 아주 얇은 신발을 신고 달렸다. 그들의 발은 튼튼했고 무플 부상도 훨씬 더 적었다."
"나는 신발 산업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났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 다섯 가지다. 첫째, 달릴 때 러닝화가 꼭 필요한 게 아니다. 맨발로 거뜬히, 더 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둘째, 맨발 달리기는 신발 신고 달리기에 비해 좋은 점이 많다. 셋째, 지금과 같은 러닝화는 오히려 잘 달리기를 가로 막는다. 넷째, 발을 최소한으로만 보호하는 러닝화가 나와야 한다. 다섯째, 그런 러닝화가 아니라도 간단히 만든 샌들이나 덧버선을 신고 뛰어도 좋다." (백우진 저 '나는 달린다, 맨발로' 필맥 발행, 2015)
출처 : 캔서앤서(cancer answer)(http://www.cancerans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