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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당 조정육의 그림과 인생 스크랩 6.여기는 황금의 나라-한국의 금속미술(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무진당 추천 0 조회 1,954 09.06.30 08:35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6. 여기는 황금의 나라

-“한국의 금속미술” (2009.5.19-7.24: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전경: 야외에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이 인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방대한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뻐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연계의 생명 중에서도 가장 나약했던 존재가 인간이었다. 원시시대에는 사나운 짐승에게 잡혀 먹혀 단명했기 때문에 10살 전후에 사망했고 15살이 넘으면 장수하는 사람축에 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평균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인간이라는 종은 지구에서 그 어떤 개체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자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동물과 별 차이가 없었던 인간이 어떻게 생태계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을까.

 

인간이 영장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지만 나는 그 원인을‘두 손의 사용’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두 손을 사용할 수 있어 불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불이 있어 맹수들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손이 있어 돌덩어리를 떼어 벗긴 짐승 가죽으로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고 창으로 잡은 고기와 작살로 잡은 물고기를 불에 구워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을 손으로 했으니 손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이 될 수 있게 해 준 최고의 공신이 아니겠는가.

 

걷는 것이 먼저인가, 두 손의 사용이 먼저인가를 선택하라면 나는 두 손을 선택하겠다.

걷다보니 두 손이 심심해져서 손을 쓰게 된 것이 아니라 두 손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발로 걷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필요에 의해 몸의 구조가 바뀐 것이다.

 

두뇌의 발달이 먼저인가, 손의 사용이 먼저인가를 선택하라해도 나는 기꺼이 두 손을 선택하겠다.

손을 쓰다 보니 지능이 발달하고 두뇌의 용량도 늘어나게 되었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머리만 굴리는 데 지능이 발달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끝없이 손을 사용하는 연습과 되풀이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한국의 금속미술》전을 가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사람이 손을 이용해 어떤 작품을 만들었으며 어떻게 발전시켜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두 손을 사용하기 위해 직립 보행을 하던 구석기시대를 지나 자연에서 금속을 체취하여 불에 달구고 두드리고 쪼고 조각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금속미술’을 통해서 살펴보는 전시회다.

 

-두드리고 다듬고 쪼고 조각하고-

 

전시회는 크게 ‘부(富), 의(儀), 상(常), 예(藝)’ 등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부(富)’에서는 신분이 높거나 부유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착용했던 장신구를,‘의(儀)’에서는 사람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과 의식이 행해지면서 그와 관련된 의례용구와 성상들이 등장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상(常)’에서는 부와 의에서 살펴보았던 장식성과 종교성을 떠나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생활용구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예(藝)’의 장은 금속을 다룬 현대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전통 금속공예의 맥이 현대에 어떻게 이어오고 변형, 창조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4부는, 과거를 과거 속에 묻어두지 않고 지금 현재와 연관시켜보려는 기획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시된 순서는 부(富)가 의(儀)보다 먼저이나 미술사에서는 의(儀)가 (富)보다 앞서고 부(富)는 의(儀)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또한 의(儀)는 개인과 동떨어져 있는 듯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개인의 의식세계에서 돌출되는 법이다. 이것이 부와 의가 상에서 한 발자욱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니 편의상 세 분야를 뒤섞어서 감상하기로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돌이나 나무 등의 재료를 깨거나 가는 단계를 벗어나 금속재료를 이용하여 어떤 형체를 만든 시기는 기원전 10세기경 청동기시대부터이다. 농경생활이 정착되고 잉여농산물이 발생하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빈부격차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면서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히려는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한 집단의 지배자는 청동검을 들고 전쟁터로 나갔으며 제사를 지낼 때는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청동거울이나 청동방울같은 장식품으로 몸을 치장했다. 이 때 검과 거울은 의식용 도구이자 부의 상징으로 둘 사이의 경계는 확실하지 않다.

 

청동기 시대 유물 중에는 특히 무기와 제기가 많은데 숭실대박물관의 다뉴세문경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의 농경문청동기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500명 이상이 있어야 운반이 가능한 고인돌도 이 시기의 산물이다.

                                  

                                                        (세형동검과 청동화살촉: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고대국가체제를 갖추게 된 삼국시대에는 뛰어난 금속공예품이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백제와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금관과 귀걸이, 허리띠와 신발 등의 금은 장신구는 재료를 두드리고 잘라내고 납땜하고 조각하여 표면을 음각, 양각, 투각, 상감으로 장식하였다. 원래 황금 장신구는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했는데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한반도에 도착해서 최고의 황금 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공주의 무녕왕릉과 경주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삼국시대의 금속공예기술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띈 것 중의 하나는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여러 패턴의 장신구들이었다. 불과 2-3cm 내외에 불과한 크기의 장신구들은 대부분 길상과 관련된 인물, 동물, 화문 등으로 제작되어 고려자기 못지 않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던 고려시대 사람들의 심미취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선시대 목가구의 경첩의 연원이 고려시대의 장신구에 있지 않나 생각되었다.

 

 

 (금제장식구,백제 5-6세기,) 

 

                                                                        금동투각신발, 백제 5세기

                                                                            금제가는 귀걸이, 삼국시대, 5-6세기

                                                                 금동 물고기문 장신구, 고려, 11-14세기

 

불교는 위대한 통치철학이자 새로운 사상이었고 국경 너머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국제적인 언어이자 문화였다. 불교의 전래로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의 울타리 속에 갇혀있던 동네 신들이 부처 아래 모여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불교 전래 후 금속공예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거대한 금동불을 비롯하여 탑, 사리장엄구, 범종, 향로, 정병, 북, 운판 등 불교관련 공예품들이 시대를 이어 제작되었다. 통일신라시대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성덕대왕신종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부터 오랜 시간동안 축적되어 온 금속공예기술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금동여래입상,통일신라

                                                                 동제범종, 고려 13세기

                                                                     금동소탑,고려11-12세기

                                                                   동제은입사 연화 모란문 ,고려 12-13세기

                                                                   동제 태화2년명 포계사 쇠북, 고려 1202년

 

미술품 감상을 끝내고 나올 무렵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한 점 있었다. 통일신라 때 만든 동제 병인데 그 형태가 호림박물관에서 봤던 고려청자와 똑같았다. 동제병의 굽다리가 청자보다 조금 높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이것은 고려청자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릇의 형태나 문양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우리 전통에서 가져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동제병:통일신라,9-10세기              청자상감목단국화문장경병(호림박물관)    청자상감진사채용문양(호림박물관)

 

2층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자 전통을 현대적으로 이어받는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1965년에 용접철조로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박종배의 작품을 비롯하여 송영수, 김종영, 최만린 그리고 엄태정,박석원, 최병상, 조성묵, 문신 외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통과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작가는 송영수와 최만린, 김주환의 작품이었다. 단순화된 형태 속에 새의 비상을 느낄 수 있는 송영수의 작품은 마을의 안녕과 수호를 위해 청동기시대부터 마을 입구에 세워놓았던 솟대를 연상시켰다. 

 

 

               동제새장식간두식 , 고려 10-14세기                                    송영수, 형상, 1957년, 작가소장

 

절제된 형상 때문에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와 비교되기도 한 최만린의 작품은 동양의 서체(書體)에서 풍기는 응축된 힘이, 연못에 빗방울이 떨어진 모습을 형상화한 김주환의 작품에서는 징을 쳤을 때 귀에 쟁쟁한 여운 같은 것이 느껴졌다.     

 최만린, Grace79-10,1979,작가소장                                     김주환, 구름 낀 연못 빗방울 떨어져 흐린 하늘,2007,작가소장)

 

조선시대 이전 작품과 현대작가의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상용인가 감상용이 아닌가의 유무가 아닐까, 싶었다.

의례를 행할 때 썼던 청동거울은 물론이고 부장품으로 넣은 금귀걸이와 청동신발까지도 순수한 감상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 너머의 초자연적인 세계와 연결시키려는 강한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아무리 경건하게 제작되었다 하더라도 종교적인 행사나 의식을 염두에 둔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차이점이야말로 똑같은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더라도 두 부류의 작품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또한 현대작가들이 과거 작품에서는 느껴지지만 요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숭고함’과 ‘경건함’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손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준 이 두 손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으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무슨 일을 해야 진짜 인간다운 일을 할 수 있을까.

 

허약하기 그지없는 나를, 거대한 몸체를 가진 공룡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만들어 준 이 두 손으로 해야 할 일은 단지 나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몸을 장식하는 장신구든지 종교적인 성물이나 생활용구든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들 눈을 즐겁게 하는 예술작품이든 상관없다. 하늘을 이롭게 하고 땅을 이롭게 하고 다른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작업이면 될 것이다. 두 손의 역할을 두고 거창하게 하늘에서 땅까지 거론하는 것은 손이야말로 그만한 찬사를 받아 마땅할 정도로 위대하기 때문이다.(무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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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6.30 17:16

    첫댓글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 09.06.30 18:31

    시간을 내어 꼭 한번 다녀와야지 하고 마음 먹습니다 ㅎㅎ 배꽃 대학에 조카도 다니고 있어서

  • 09.07.01 13:42

    7월첫날입니다.새달도 건강과 행복이가득하시길 바라며...행복 바이러스 전도사 와글와글 철현학회 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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