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15.조.정민의 世說新語
사청사우 (乍晴乍雨) 金時習1435-1493
잠깐 갰다. 비가오고 비 오다간 다시 개니.
하늘 도리 이러한데 세상의 인정이라.
칭찬하다 어느새 도로 나를 비방하고.
이름을 피한다며 외려 명예 구한다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봄과 무슨 상관하며.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아니 다툰다네.
세상 모든 사람들아 모름지기 기억하라.
평생을 얻는대도 즐거움은 없다는 걸.
세상인심을 가늠하기 어렵기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보다 더하다.
나를 칭찬하던 사람들이 돌아서면 더 모질다.
거기에 취에 내로라하던 시간이 참담하다.
혼자 고상한척 다 하더니 알고 보니 탐욕의 덩어리였다.
이런 일을 격을 때 마다.
세상에 대한 환멸만 는다.
하지만 이런 것은 모두 내가 바라고 기대한 것이 있어서이다.
꽃이 늦게 피거나 일직 시든다고 봄이 안달을 하든가?
구름이 오 가는 것에 산이 성을 내던가?
이래야만 하고 저래서는 안 되는 잣대를 자꾸 들이대니
삶이 피곤해진다.
날씨 따라 마음이 들쑥날쑥하고. 상황을 두고 기분이 널을 뛰면
정작 큰일이 닥쳤을 때 감당이 안 된다.
이러면서 기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나.
그런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색(李穡;1328-1396)의 진관 스님이 와서 당시(唐詩)의 말뜻을 묻다. 란 시는 이렇다.
진관 스님 찾아와서 당시를 묻는데. 비 오다가 개는 사이 산속 시간 옮겨갔네.
초당에 부는 바람 청신함 뼈에 저며.
조금 깊이 들어앉아 서재 장막 내린다네.
바 깔 날씨는 비 오다 갰다를 반복해도
두 사람의 대화는 조분 조분 이어진다.
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볕 나면 발을 걷고 바람을 쐬다가.
비 오면 발을 내려 깊이 들어앉는다,
아무 걸림이 없다.
한양대 교수 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