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한때 꿈 많던 요리사였다. 한국에서 유명한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2년 동안 수련하며 유명한 일식집에서 일했던 그는, 결국 마음에 품었던 요리의 맛을 찾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요리사로 일하며 수없이 만들어온 요리들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진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갈증에 그는 어느 작은 동네에 작은 돈까스 집을 열었다.
가게는 작고 허름했다. 간판에는 큼직한 글씨로 "진우의 수제 돈까스"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실패들이 그의 마음에 두려움을 심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내가 만든 돈까스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진우는 고민했다. 그가 만든 돈까스는 일본에서 배운 기술과 한국의 맛을 섞어 만든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두툼한 돼지고기를 부드럽게 두드려내고, 바삭한 튀김옷으로 감싸 그 안에 육즙을 가득 담았다. 소스 역시 진우가 직접 개발한 것이었다.
하루는 할머니 한 분이 가게에 들어왔다. 허름한 옷차림에 가방도 낡아 보였지만, 할머니의 눈빛에는 무언가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여기 돈까스가 맛있다길래 왔어요." 할머니는 어딘가 익숙하게 보였지만, 진우는 곧바로 떠올릴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정성껏 할머니를 위해 돈까스를 만들어 드렸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 없이 돈까스를 썰어 천천히 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한 조각 한 조각을 소중히 음미하며 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진우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날 밤, 진우는 손님에게 주는 음식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돈까스는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루를 위로해주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까스는 누구에게나 흔한 음식이었지만, 그의 가게에서 만든 돈까스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할머니는 꾸준히 가게를 찾아왔다. 진우는 할머니가 오시면 특별히 소스를 듬뿍 올려 돈까스를 제공했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가게를 나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돈까스를 먹으면, 젊었을 때 남편이랑 같이 먹던 돈까스 맛이 떠올라요. 그때 참 행복했었는데…"
그 말에 진우는 그간 몰랐던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돈까스가 누군가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잊었던 행복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가게에 찾아왔던 날, 진우는 가게 문을 닫고서 울컥한 마음을 달랬다. "음식은 맛을 넘어서 추억을 담을 수도 있구나." 진우는 그제야 요리사로서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깨달았다.
진우의 수제 돈까스는 이제 동네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단골 손님들이 생겼고, 각자의 추억과 이야기를 품은 채 진우의 돈까스를 찾았다. 그들의 표정과 반응을 지켜보며, 진우는 비로소 요리사로서의 행복을 찾았다.
첫댓글 오늘 어떤 음식점을 갔는데
음식이 나를 초대한 것 같이 진심을 느꼈어요
음식도 인생도 같은 맥락 같아요
저도 이 수제 돈까스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제 맘에 꼭 들것 같은 예감입니다
잔잔한 이야기 잘 읽었어요 ㆍ음식은 때때로 추억을 먹는
것 같습니다ㆍ
(다음 이야기 쓰실 땐 반전을 구성에 넣어보세요ㆍ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