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민속의 기호경험과 기호적 의미의 변화』
인간의 기호경험의 가장 원초적이고 물리적 기반이 자연이고, 그 중에서도 산과 물이다. 산과 물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중요한 자연조건이다. 인간은 자연을 활용하여 물질적인 자원을 이동시키거나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의 생존수단으로서 이동과 행동으로 이루어진 노동이다. 산과 물은 노동의 물리적 기반이고, 노동은 인간 기호경험의 물리적 기반이라 할 수있다. 노동이 형태나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지만, 노동의 변화가 생업방식의 변화를 초래하고, 그에 따라 호랑이와 용과 관련된 기호경험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물리적 기반의 변화가 곧 기호경험의 변화를 발생시키고, 그에 따른 기호적 의미 또한 변화된다.
호랑이와 용의 대표적 기호경험은 산신신앙과 용신신앙이다. 이들 신앙이 호랑이와 용의 기호적 의미를 토대로 형성되고, 그 물리적 기반은 산이나 물과 관련된 노동방식이다. 인간은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 즉 비일상적이고 거룩한 존재에 의존한다. 신은 인간의 물리적 경험 영역을 근거로 은유적으로 확장된 초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로서 기호적 존재이다. 그 기호적인 존재가 바로 호랑이와 용을 신격화한 산신과 용신이다. 산신이 수호신의 성격이 강하다면, 용신은 생산신의 성격이 강하다.
산신숭배가 고대국가에서부터 역사시대까지 지속되어 왔으며, 그 출발은 천신숭배에서 비롯되었고, 삼국시대에는 산악숭배를 정치적 통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신신앙이 산신신앙과 더불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농경사회가 본격화된 고려시대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용신이 삼국시대에 불교의 영향을 받아 수호신적인 기능이 강화되었지만, 본래의 신앙적 기능은 생산의 풍요를 관장하는 역할이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고대국가의 천신숭배가 산신숭배로 변이되거나, 혹은 산신숭배와 용신숭배로 분화되어 이중구조를 갖게 되었다.
산신과 용신이 마을신앙과 무속신앙에서 중요한 신격의 역할을 하고, 가정신앙에서도 지속되는데, 가택신 가운데 호랑이와 용이 문신의 역할을 한다. 이것은 호랑이과 용의 벽사신 기능으로 확장되기도 하는데, 다양한 생활 용구가 공예품, 민화, 민속놀이 등에서 확인된다. 특히 설화에서는 호랑이와 용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호랑이와 용의 신성성과 영험성을 근거로 형성되고, 세속화된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삼국시대의 산악숭배 내용은 다분히 무속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조선 후기에 마을 신앙으로 정착하면서 그 제사내용이 유교적인 경우가 많아지고, 무속적인 제사내용은 굿판에서 지속되었다. 이러한 기호내용의 변화에 따라 산신의 기능이 수호신적인 역할에서 벽사신적인 역할로 기호적 확장이 이루어졌다. 특히 산업노동과 노동의 상품화를 바탕으로 한 무리적 기반의 변화가 수호신적이고 벽사신적인 기호내용을 〈강력한 힘의 상징〉으로 변화시키고, 기호경험도 변화되었다. 그것이 바로 문신(文身)인 타투이다. 다시 말하면 호랑이의 기호적 의미변화가 수호신(권력의 상징)에서 벽사신(축귀의 기능)으로, 그것이 다시 타투를 통해 힘의 상징으로 이루어지고, 더불어 기호내용과 기호경험의 기호적 전이가 이루어진 것이다.
용신숭배가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되면서 본격화되었고, 본래 생산을 담당하는 용신이 불교의 영향을 받아 수호신적이고 벽사신적인 기능을 갖는 존재로 기호적 확장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농업노동이라는 물리적 기반을 근거로 이루어졌으며, 산업노동과 노동 상품화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에서는 용신의 역할이 대폭 약화되었다. 즉 용은 농사의 풍요를 관장하는 생산신에서 수호신과 벽사신으로 기호내용이 변화하고, 그것은 다시 강력한 힘의 상징인 타투라는 기호경험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것은 노동방식과 생업방식이라는 물리적 기반의 변화가 용과 관련된 기호경험을 변화시켰고, 그 기호내용의 변화가 기호적 의미 또한 변화시킨 것이다. 모두 기호경험과 기호내용의 기호적 전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표인주, 실천민속학연구 제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