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울림’
* 飛龍비룡 辛鐘洙신종수 總務총무님 提供제공.
** 가을이 깊어가네요. 오늘, 가을 내려앉은 한잔의 커피와 함께 백석의 ‘울림’에 빠져보시는 것 어떠세요? **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 백석(1912-96)이 잠들어 있는 곳: 북한
서울 성북동에 있는 절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이름의 고급 요정이었다. 요정 주인인
김영한씨가 10년 동안이나 법정 스님에게 절로 시주하겠다고 끈질기게 요청해, 1995년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 ‘대법사’라는 절이 되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7년 시주자 김영한씨의 법명 ‘길상화’를 따서 ‘길상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길상사는 7천여 평의 넓이로 기부 당시 시가가 1천억 원 대였다. 당시 한 기자가 김영한씨에
게 그렇게 큰 재산을 기부하는 데 아깝지 않느냐 물었다. 이때 김영한씨가 한 말이 ‘그까짓
천억,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였다. 백석, 김영한 그리고 백석의 시. 더해, 백석의 나타샤.
시인 백석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정주의 오산소학교를 거쳐 오산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오산고보 졸업 후 집안 사정으로 독서로 소일하던 백석은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단편소설에 응모해 당선되고, 방응모의 후원으로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학원 영어사범학과로 유학을 간다.
공부를 마치고 1934년 귀국한 백석은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직장 생활과 시작詩作 활동을 병
행해 1935년 가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다. 이듬해인 1936년 시집 「사슴」을 펴낸 백석은 2년 만에 조선일보를 퇴직하고 함경남도 함흥의 영생고등보통학교 영어교사로 이직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기생 김영한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에게 ‘자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2년 뒤인 1938년 말 교사직을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온 백석은 자야와 동거하면서 조선일보의 「여성」지 편집 주간을 지낸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다시 조선일보를 사직하고 자야와 헤어져 1940년 만주의 장춘으로 간다. 백석은 만주에서 만주국 국무원과 단동 세관에서 일하면서 만주를 배경으로 한 여러 서정시들을 발표하다 해방을 맞는다.
해방 후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로 돌아온 백석은 러시아 문학 번역에 매진하고 해방 전 백석이 쓴 시들이 친구 허준에 의해 남한 잡지에 실린다. 1948년 잡지 「학풍」 창간호가 남한에서 마지막으로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싣는다.
분단 이후 백석은 북한에서 외국문학 분과원 및 아동문학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외국문학 번역과 동화 시 창작에 힘쓴다. 그러다 1962년 시 「조국의 바다여」 등의 작품 발표를 마지막으로 북한의 문단에서 사라진다. 이후 백석은 협동농장에서 농사꾼으로 살다 1996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시인은 사랑했다. 가마구를 사랑하고 눈을 사랑하고 강낭 엿을 사랑하고 어린이를 사랑하고
여인들을 사랑했다. 그중, 특히 자야 김영한을 사랑했다. 남북을 갈라놓은 철조망이 견고해지기 전 백석이 남한에서 유일하게 몸 붙이고 살았던 여인이 자야였다. 백석은 1938년 아직 함흥에서 교사를 지내던 중 서울을 들렀을 때 자야에게 봉투 하나를 내민다. 봉투 안에는 시 한편이 들어있었다. 백석의 나타샤, 자야에게 주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였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시인은 모질게 이어질 자신의 후반 삶을 미리 내다보기나 하였던 것일까. 6·25 전 남한에서
마지막으로 1948년 발표된 백석의 시 「남의신주 유동 박시봉방」 중 일부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체제 프로파간다 기수로서의 시인의 역할을 번역과 아동문학으로 어떻게든 피해 보려 하였지만 질긴 것이 목숨이라 백석은 결국 전체주의 찬양에 나서고 만다. 시인은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고이고 낯이 뜨거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슬픔은 차라리 죽음보다 못하였을 것이다.
시인 백석의 언어는 담백하고 자유롭다. 감동을 강요하지 아니하고 가르치려 들지 아니하고
보편에 마음 쓰지 아니하고 형식에 애쓰지 아니한다. 그래서 24살의 백석이 남긴 유일한 시집 「사슴」은 ‘우리 시대 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안도현,백석평전,2015,다산책방,142면)이 된다. 백석은 ‘시인들의 시인’이다.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리면 좋겠다. 쓸쓸한 백석을 만나 볼 수 있게.
* 출처: 신동기 저 《울림》(M31, 2020년 9월 출간) p32-37- 4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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