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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홍부인의 무공 그는 네 번째 다섯 번째는 반두타와 육선생에게 먹였다. 그리고 여섯 번째에 이르러서야 목검병에게 먹여 주었다. 여러 사람들은 냉수를 마시자 즉시 구토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발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위소보가 몇 사람에게 물을 먹이게 되었을 대 육선생은 이미 일어나 걸음을 옮길 수가 있게 되었다. 육선생은 청룡사의 곁으로 다가가 청룡사 허설정을 부축하고서는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는 등 치료를 해주었다. 반두타 등은 나누어 냉수를 떠와서는 친근한 형제들에게 먹여 구했다. 얼마 후 목검병이 몇 명의 홍의 소녀들을 구하게 되었다. 일시 대청은 토해낸 이물질로 어지럽게 되었고 구린내가 마구 풍겼다. 홍부인은 말했다. "모두 돌아가 쉬도록 하시고 내일 다시 모이도록 합시다." 홍교주는 말했다. "본좌가 이미 지나간 일을 따지지 않기로 했으니 뭇형제들 사이에서도 오늘의 일로 서로 다투거나 원한을 갚으려고 하지 마시오. 이를 어기는 자에게는 벌을 내리겠소. 오룡의 소년들은 장무사에게 불경한 태도를 행하지 말 것이며 장문사 역시 구실을 빌어 본문의 소년들을 함부로 처 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뭇사람들은 일제히 영을 받들겠다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의심과 근심을 깡그리 씻어 버린 수는 없었다. 홍부인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백룡사, 그대는 나를 따라와요." 위소보는 처음 그녀가 자기를 부르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 가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서야 자기가 이미 신룡교의 백룡사라는 사실 을 깨닫고 뒤를 따랐다. 교주와 부인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청을 나서게 되었다. 이미 행동할 수 있게 된 교의 무리들은 모두 다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소리 높여 외쳤다. "교주께서는 영원히 선복을 누릴 것이며 수명은 하늘처럼 높을 것입니 다." 교주와 부인은 청석판을 깐 길을 따라 가더니 왼쪽으로 돌았다. 그리고 한 커다란 대나무밭을 지나 한 평대(平台) 위에 이르게 되었다. 평대 위에는 커다란 대나무 집이 서 있었다. 십여 명의 오색 빛깔을 나누어 입은 소년소녀들이 검을 들고 전후에서 지키고 있다가 교주를 발견하자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절을 했다. 홍부인은 위소보를 데리고 대나무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명의 백의 소 년에게 말했다. "이분은 위공자시네. 너희들 백룡문의 신임 장문사이시지. 이분을 동쪽 상방(床房)에서 휴식토록 할 것이니 너희들이 잘 시중을 들도록 해라." 그리고는 위소보에게 웃어 보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 명의 백의 소년들이 허리를 굽히고 위소보에게 말했다. "속하인 소년들은 좌사(座使)에게 인사드립니다." 위소보는 황궁에서 우두머리 태감 노릇도 했고 또 천지회에서는 향주까 지도 지내던 터이라 다른 사람이 그에게 공손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취 하는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몇 명의 백의 소년들은 그를 동쪽의 상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차를 올렸다. 상방이라고는 말했으나 매우 넓었고 꾸민 것도 매우 깨끗하고 우아했다. 그리고 탁자위에는 금고 옥으로 만든 골동품이 가득 놓여 있 었고 벽에는 서화폭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침대 외의 요와 이불도 화 려했다. 놀랍게도 어느 정도 황궁과 거의 맞먹는 기세를 보였다. 백의 소년들은 홍부인의 언행에서 위소보를 지극히 중시하고 있다는 것 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교주의 이 선복거(仙福居)에는 외부 사람이 한번도 잠을 잔 적이 없었다. 백룡사가 이와 같은 영광을 누리 는 것을 보면 지위는 다른 네 장문사보다 위인 것이 틀림없을 것 같았 다. 이 소년들은 이곳을 지키느라고 조금전 대청에서 일어난 변고를 모 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위소보의 지위가 존귀하고 또한 교주 부부의 총애를 받는 듯 싶 자 하나같이 다가와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 이 날 오후 위소보는 몇 명의 백의 소년들에게 오룡문의 갖가지 규칙을 물어 보게 되었다. 원래 신룡교 아래에는 오문(五門)으로 나뉘어져 있 었다. 그리고 각문마다 수십 명이나 되는 늙은 형제들을 통솔하게 되고 일백 명의 소년과 수백명이나 되는 일반교의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어 있었다. 장문사는 본래 모두 교에서 큰공을 세운 고수들이나 명숙이었 다. 그러나 교주는 최근에 이르러 전력을 다해 젊은 사람들을 요직에 앉혔다. 그리하여 종종 이십 세 남짓한 사람들이 장문사 다음 가는 요 직에 앉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소보의 나이가 어렸지만 그 누구도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홍교주와 부인은 다시 대청에서 뭇사람들을 소집했다. 여 러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교주가 이미 다시 따 지지 않기로 맹세했지만 심지가 깊은 양반이라 그 누구도 그가 어떤 무 서운 수단을 쓰게 될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교주와 부인이 나와서 자리에 앉았다. 위소보는 오룡사의 차례에 따라 네 번째의 자리에 서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반두타와 육선생 보다 윗자리가 되는 것이었다. 홍교주는 물었다. "청룡사의 상처는 어떠하오?" 육선생은 허리를 굽혔다. "교주에게 알립니다. 청룡사의 상처는 가볍지 않읍니다. 목숨을 건질 수 있을는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습니다." 교주는 품속에서 아주 새빨간 조그만 자기병을 꺼내더니 말했다 "이것은 세 알의 천왕보명단(天王保命丹)이오. 그대는 가져가 그에게 복용시키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는 손을 쳐들지도 않았는데 그 자기병은 육선생의 몸 앞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육선생은 재빨리 손을 뻗쳐 받았다. 그리고는 땅에 엎드려 말했다. "교주의 커다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는 이 천왕보명단이 얻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약 은 교주가 부하들을 내보내 무수히 많은 진기한 약재들을 채집해서 만 든 것이었다. 그 가운데는 삼백 년 묶은 산삼과 백웅담(白熊膽), 설련(雪蓮) 등의 약 물들이 들어 있었다. 더욱이 어려운 것은 교주가 힘을 써서 만든 것인 데도 전후에 십여 알을 만들어 냈을 분이었다. 그런데 허설정이 단번에 세 알의 영단을 먹게 되었으니 목숨은 이제 지 장이 없게 된 셈이었다. 이렇게 되자 나머지의 늙은 형제들도 허리를 구부리고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생각했다. (청룡사는 어제 그토록 교주에게 달려들어 교주를 죽일 결심을 하지 않 았는가. 그런데 오늘 교주께서는 오히려 진귀한 약을 내리셨다. 그렇다 면 그는 확실히 지나간 일을 따지지 않을 모양이구나.) 모두들 크게 기뻐했다. 대청에는 본래 모든 사람들이 엄히 경계하는 눈 치였으나 이때만큼은 모두 다 얼굴에 웃음 띄우게 되었고 적지 않은 사 람들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홍부인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백룡사, 그대는 오대산에서 비석을 발견했는데 그 비석에는 갑골문자 가 새겨져 있었다고?" 위소보는 허리를 굽혔다. "네." 반두타가 입을 열고 말했다. "교주와 부인에게 알립니다. 속하가 그 비석의 글을 탁본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읍니다." 그리고 그는 품속에서 기름종이로 산 봉지를 꺼내더니 펼쳤다. 그러더 니 아주 커다란 탁본을 한장 꺼내어 동쪽 벽에다가 걸었다. 탁본을 한 글씨라 검은 바탕에 하얀 글자인데 문자가 이상스러워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홍부인은 말했다. "백룡사, 그대가 이 문자를 안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읽어 주도록 하시 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그리고 그는 탁본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육선생이 만들어 준 그 한편의 문장을 외웠다. 천천히 그는 외워 나갔다. 간혹 생각이 나지 않으면 말했다. "음, 저것은 무슨 자일까? 알아보기가 힘들구나. 그렇지. 마(魔) 자로 군." 그리하여 그는 선복을 영원히 누리게 될 것이며 온 천하에서 존경을 할 것이다. 그리고 수명은 하늘처럼 높을 것이고 문무에 있어서 인자하고 거룩할지어다라는 네 마디의 싯귀에 이르러서는 슬쩍 고쳐서 다음과 같 이 말했다. "선복을 영원히 누리게 될 것이며 부인과 함께 하리라. 수명은 하늘처 럼 높을 것이며 문무에 있어서는 인자하고 거룩할지어다." 부인과 함께라는 한마디는 실로 조잡했다. 만약 육선생이 만들어 쓰라 고 한다면 다리 멋진 글자를 써 넣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위소보는 문장의 이치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니 어떻게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그 한마디를 그럴싸하게 고친 것만 하더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홍부인은 그 한마디를 듣더니 싱글벙글 하며 말했다. "교주, 비문 가운데는 정말 저의 이름까지 있군요. 그야 말로 백룡사가 멋대로 날조한 것은 아닙니다그려." 홍교주는 역시 매우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좋소. 좋아. 우리는 하늘의 돌보심을 받아 이 신룡교를 세우게 되었구 려. 원래 당나라 정관년에 이미 하늘에서는 지시를 내렸구만." 대청의 뭇교도들은 일제히 소리높이 외쳤다. "교주께서는 선복을 영원히 누리게 될 것이며 수명은 하늘처럼 높을 것 입니다." 무근도인 등 늙은 형제들도 역시 아연해져서는 하나같이 생각했다. (교주와 부인은 하늘의 뜻에 응한 것이니 그야말로 위엄을 거스릴 수 없겠구나.) 위소보는 최후로 여덟 권의 사십이장경이 있는 소재지도 일일이 외웠 다. 홍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현이나 호걸들이 백성들에게 은혜를 입히고 세상을 구하는 것은 이 미 하늘에서 안배한 일이며 오삼계 등과 같은 사람들마저도 하느님의 헤아림 속데 들어 있군요. 교주, 이 여덟 권의 경전은 마땅히 본교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했으니 조만간 우리 신룡교로 들어오게 될거에요." 교주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했다. "부인의 말씀이 옳소이다." 뭇사람들은 다시 부르짖었다. "수명은 하늘과 같이 높을 것입니다. 수명은 하늘과 같이 높을 것입니 다." 뭇사람들이 조금 조용해지기를 기다려서 홍교주는 말했다. "이제는 향당을 열어 위소보를 본교의 백룡문 장문사로 봉할지니라." 신룡교에서 향당을 연다는 것은 천지회의 의식과는 또 다른 데가 있었 다. 위소보는 향안(香案)위에 다섯 개의 황금으로 만들어진 쟁반이 놓 여지게 되고 쟁반마다 조그만 뱀이 한마리씩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뱀들은 청, 황, 적, 백, 흑 다섯 가지 색깔로 나뉘어져 있 었다. 다섯 마리의 자그마한 뱀들은 고개를 쳐들고 혀를 날름거렸으나 또아리 를 튼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그 다섯 빛깔의 신룡(神龍)을 향해 절을 하고 교주와 부인에 게 절을 한 이후 무근도인등의 축하를 받았다. 홍부인은 석잔의 웅황주(珠)를 내렸으며 목에 걸도록 했다. 그렇게 한 다면 백독이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백룡문의 집사와 소 년들이 일제히 나서서 장문사에게 인사를 올렸다. 교주는 다시 분부했다. "청룡 장문사는 병으로 휴양을 하고 있으니 반두타가 비석의 문장을 탁 본해 온 공을 세웠으므로 청룡문의 일은 잠시 반두타가 대리하도록 하 오. 그리고 청룡사의 병이 치유되면 다시 관장토록 합시다." 반두타는 허리를 굽히고 영을 받들었다. 교주는 다시 말했다. "오룡사와 육고헌(陸高軒) 여섯 사람 모두 후청으로 가서 일을 논합시 다." 즉시 그는 부인과 먼저 자리를 떴다. 대청의 뭇사람들은 소리 높여 삼 가 전송한다는 인사말을 했다. 무근도인과 위소보 반두타, 육선생 등은 그를 따랐다. 위소보는 그제서야 육선생의 이름이 육고헌이라는 것을 알았다. 후청은 바로 대청 뒤쪽에 있었다. 별로 높지 않았는데 한복판에는 두 개의 커다란 대나무 의자가 놓여있었다. 교주와 부인이 그 자리에 앉았 다. 그리고 아랫쪽에는 다섯 개의 나지막한 걸상을 놓았다. 세 명의 장 문사가 나누어 앉게 되고 반두타 역시 한 걸상에 앉으며 말했다. "백룡사도 앉으시구려." 위소보는 육선생의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약간 망설였다. 육선생은 미소했다. "백룡사도 앉으시구려. 이 잠룡당(潛龍堂) 안에는 나와 같은 한직에 잇 는 교도의 자리는 없소이다." 위소보는 규칙이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반두타가 만약 청룡사를 대 리하지 않았다면 역시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걸상에 앉 았다. 육선생은 흑룡사의 아래쪽에 앉았다. 별안간 은금 등 네 사람이 모두 몸을 일으켰다. 위소보는 어찌 된 영문 인지 모르고 따라 일어섰다. 그러자 은금과 육선생 등 다섯 사람은 일 제히 읊기 시작했다. "교주의 보배와 같은 가르침을......" 위소보는 즉시 따라 읊었다. ".....언제나 마음에 새겨 두고 있습니다. 승리를 제압하고 적을 제압 함에 있어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그의 뾰족한 소년의 음성은 다른 다섯 사람보다도 더 우렁차게 느껴졌 다. 홍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다섯 사람은 앉았다. 홍교주는 말했다. "비문에서 가르친 바에 의하면 이 여덟 권의 사십이장경은 사방에 흩어 져 있소. 그런데 흑룡사는 보고하기를 그 가운데 네 권이 황궁 안에 있 다 하니 어떻게 된 노릇이오?" 흑룡사는 말했다. "아마도 네 권의 경서는 본래 소림사, 목왕부 등등의 곳에 있었으나 그 후에 오랑캐가 빼앗아서 궁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읍니다." 교주는 생각에 잠겨 말하지 않았다. 흑룡사의 얼굴에 점차 두려운 빛이 드리워졌다. 홍교주는 고개를 돌리고 반두타에게 물었다. "그대의 사형에게는 소식이 있소 없소?" 반두타는 공손히 말했다. "교주에게 알립니다. 수두타(瘦頭陀)는 전에 상남기 기주의 저택에서 약간의 단서를 찾게 되었지만 그후로는 알아낸 것이 없다는 말을 한 적 이 있읍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상남기 기주의 저택이라구? 그렇다면 도 고모님의 사부가 갔었던 곳이 아닌가? 원래 반두타에게는 사형이 있고 그 이름을 수두타라고 하는구 나.) 이때 홍교주는 말했다. "그대는 그에게 한시바삐 조사하되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고 전하시오." 반두타는 잇달아 대답하는 소리를 했다. 잠시 후 홍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흑룡사가 사람을 황궁으로 보내 경서를 손에 넣고자 조처를 하지 않았 어요. 그런데 그의 말에 의하면 이미 전력을 다했으나 지금까지 한 권 의 경서도 손에 넣지 못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우리들은 아무래도 달리 복이 더 많은 사람을 보내 일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요." 황룡사 은금은 재빨리 말했다. "정말 부인의 고견이 옳습니다. 경서를 손에 넣는 일은 아무래도 타고 난 복이 크고 작음에 따라 관계가 큰 것 같습니다. 흑룡사로 말하면 노 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교주를 위하여 공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마는 시종 어려운 일만 당하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 타고 난 복이 부족하여 경서를 좀처럼 손에 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홍부인은 미소했다. "그대의 의견으로는 누구의 복이 충분한 것 같나요?" 은금은 말했다. "본교에서 복이 가장 큰 사람은 물론 교주 어르신이고 그 다음은 부인 이지요. 허지만 어쨌든 간에 두 분이 친히 나서는 수고를 할 수 없쟎읍 니까. 그리고 그다음으로 복이 가장 큰 사람은 먼저 백룡사를 꼽아야 할 것입니다. 그는 비문을 알고서 큰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인당(印 堂)에 은연중 붉은 빛이 감도는 것으로 보아 타고난 큰복은 교주의 속 하들 가운데 버금가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교주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했다. "그러나 그는 어린 몸으로 그와 같은 대임을 감당할 수 있겠소?" 백룡사라는 직위는 신룡교에서 존귀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그러 나 위소보는 마음속으로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가 이 섬에 붙 잡혀 있게 된 이상 그저 때에 따라 적당히 하면서 넘기려고 했다. 그리 고 꽃과 달도 부끄러워할 정도의 홍부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흐뭇 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많이 쳐다보게 되었다가 교주에게 자기의 탐욕스런 표정을 발견 당하게 된다면 살신지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니 역시 한시바삐 북경으 로 되돌아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주가 그와 같은 말을 하자 정히 이곳에서 떠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교주, 부인. 이끌어 주신 데 대해서 속하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 읍니다. 저는 본래 재간이라고는 없는 사람입니다만 두 분의 타고난 큰 복에 힘입어 황궁으로 잠입해 들어가 네 권의 경서를 훔쳐내는 데 성공 할 가망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홍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홍부인은 기뻐서 말했다. "그대가 용감하게 자진하여 나서겠다고 하니 이로 미루어 교주에 대한 충성심을 알 수 있겠소. 나는 그대가 총명하고 영리하며 또 큰복을 타 고난 것을 알고 있소. 아무래도 하늘에서 이 큰일을 이루도록 교주에게 그대와 같은 사람을 내려보내신 것이라고 생각되는구려." 홍교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흑룡사의 보고에 의하면 그가 황궁으로 파견한 부하들이 전해 온 소식 으로서 소황제의 아래에 나이 어린 태감이 있는데 뭐 소계자라고 하던 가......" 위소보는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거 들통이 나면 큰일이다.) 그런데 교주는 계속해서 말했다. "소황제는...... 소황제는 그를 오대산으로 보내어 우리 교에 불리한 행동을 하고자 했소. 그러나 장노삼이 그를 찾지 못하고 반두타 역시 성공하지 못했소. 그런데 뜻밖에도 소계자를 찾지 못했지만 그대를 만 나게 되었구려." 은금은 교주가 잠시 말머리를 늦추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그것은 교주의 홍복이 하늘처럼 높기 때문입니다." 홍교주는 그에게 약간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백룡사, 그대가 궁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소계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 아 보시오. 황제가 그를 오대산으로 보낸 것은 도대체 어떠한 의도가 있는지 알아내도록 하시오." 위소보는 그만 놀라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말했다. "네. 그러죠." 그러나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교주의 말투로 미루어 볼 때 정말 자기 를 황궁으로 보내려는 것 같지 않은가. 그는 반두타를 한번 바라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가 나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대도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 홍부인은 말했다. "그 여덟 권의 사십이장경 가운데는 몸을 건강하게 하고 목숨을 보조하 며 수명을 늘이는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오. 우리 교주께 서 하늘의 돌보심을 받아 영원히 선복을 누리고 수명이 하늘처럼 높게 되는 것을 허락 받은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여덟 권의 경서는 조만간 우리 교주의 손에 들어오리라고 생각되오. 백룡사, 그대가 다시 교주를 위해 그 여덟 권의 경서를 가져오는 큰공을 세우게 된다면 교주는 따로 이 큰 상을 내리게 될 것이오." 위소보는 몸을 일으키고는 허리를 굽혔다. "속하는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교주와 부인의 커다란 은혜에 보답하기 가 어렵읍니다. 마땅이 진충보국하여 말가죽에 저의 시체를 싸도록 하 겠읍니다." 이 진충보국하여 말가죽으로 시체를 싼다는 말은 그가 이야기꾼으로부 터 들어 배운 것이었다. 매번 대장이 출전을 할 때 군왕이 대장을 격려 함에 따라 대장은 격양되어 그와 같은 말을 하곤 하는지라 그는 그것을 흉내내어 이것을 사용하게 된 것인데 실제에 있어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홍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교주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잘 된거에 요. 그대가 북경으로 가려면 어떤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마음대 로 뽑도록 하시구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신룡교 사람들이 따라 온다면 아 무래도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사람이 많으면 기밀을 누설하기가 쉽습니다. 그렇군요 적룡사 좌하의 소녀들 가운데 속하는 한두 사람 뽑아서 데리고 가 그녀들로 하여금 궁 녀로 변장시키도록 해야겠읍니다. 그러면 궁에서 행동하기가 비교적 편 리할 것입니다." 위소보는 목검병을 생각하고 그녀를 데리고 가려는 것이었다. 무근도인은 말했다. "그와 같은 소녀들은 아마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오. 교주와 부인 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그대는 마음대로 뽑아가시도록 하시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도장에게 감사드립니다." 육고헌은 말했다. "교주와 부인에게 말씀드립니다. 속하는 어제 중죄를 지었는데도 교주 께서 죽이지 않은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홍교주는 손을 흔들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제의 일은 모두들 마음속에 두지 말도록 할 것이며 그 누구도 들먹 이지 않도록 하시오." 육고헌은 말했다. "네, 교주에게 감사드립니다. 속하는 백룡사를 따라 함께 가고자 합니 다. 그렇게 된다면 교주와 부인의 홍복에 힘입어 어쩌면 교주를 위해 조금이라도 공을 세우게 되고 속하의 고마워하는 성의를 조금이라도 표 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홍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육고헌은 지모가 뛰어나고 무공이 고강하며 문장이 아주 뛰어나 멋진 글을 아주 잘 짓는단 말씀이야. 매우 좋아. 그대는 백룡사를 따라가도 록 하시오." 육고헌은 속으로 생각했다. (멋진 문장을 잘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을 보아 비문을 날조한 사실에 대해서 교주는 이미 환히 알고 있구나.) 반두타는 말했다. "교주와 부인에게 알립니다. 속하 역시 백룡사를 따라 북경으로 가서 교주를 위해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룡사 역시 자진하여 나서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사람이 많으면 행적을 누설하기가 쉽소. 그러니 그대들 두 사람만이 함께 가도록 하시오. 모든 행동거지에 있어서 는 백룡사의 명령을 받도 록 할 것이며 어기지 않도록 하시오." 육고헌과 반두타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속하 명을 받들겠읍니다." 홍부인은 품속에서 한 조그만 신룡, 즉 뱀 모양을 한 물건을 꺼냈다. 오색이 알록달록한데 청동(靑銅), 황금(黃金), 적동(赤銅), 백은(白銀) 그리고 무쇠로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꺼내 놓고 말했다. "백룡사, 이것은 교주의 오룡령(五龍令)인데 잠시 그대에게 주어 관장 토록 하겠소. 교 아래의 수만이나 되는 교도들은 이 오룡령을 보면 친 히 교주를 본 것처럼 대할 것이오. 그리고 큰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그 대에게 생살대권(生殺大權)을 쥐어 드리겠어요. 공을 세운 이후 이 형 을 다시 바치도록 하시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그리고 그는 두손으로 공손히 받아들고 속으로 근심을 했다. (내가 북경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신룡교고 호랑이교고 상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 그녀의 오룡령을 가지게 된다면 이제부터 귀찮은 일이 많게 생기겠구나.) 홍부인은 이때 말했다. "백룡사와 육고헌, 반두타 세 사람은 잠시 남도록 하고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은 물러들 가시오." 무근도인과 흑룡사, 그리고 황룡사 세 사람은 절을 하고 물러갔다. 홍교주는 몸에서 하나의 검은 자기병을 꺼내더니 세 알의 주홍빛 알약 을 꺼내 손바닥에 들고서는 말했다. "세 사람이 용감하게 나서서 북경으로 가 일을 처리하겠다고 하니 본좌 는 심히 기쁘고 또 장려하는 뜻에서 각자에게 표태역근환(豹胎易筋丸) 하나씩을 내리도록 하겠소." 반두타와 육고헌은 얼굴에 대뜸 기쁘고도 두려운 표정을 떠올렸다 그리 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알약을 받아 삼켰 다. 위소보 역시 똑같은 짓을 행하고 표태역근환을 받아서는 즉시 삼 켰다. 얼마 후 뱃속에서 한가닥 뜨거운 기운이 위로 올라와 천천히 피 를 따라 돌고 돌더니 사지백해 가운데로 흩어지는데 뭐라고 말할 수 없 을 정도로 기분이 쾌적해졌다. 홍부인은 말했다. "백룡사는 잠시 남도록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무러가도록 하시오." 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은 물러갔다. 홍부인은 미소했다. "백룡사, 그대는 무슨 무기를 쓰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속하는 무예가 형편없읍니다. 그래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무공을 배운 적이 없읍니다. 다만 한 자루의 비루로 몸을 보호할 뿐입니다." 홍부인은 말했다. "나에게 보여줘요." 위소보는 신발 목에서 비수를 뽑아서는 자루를 거꾸로 하여 두손으로 바쳤다. 홍부인은 바라보더니 칭찬을 했다. "훌륭한 비수로군." 그리고 그녀는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아들고서 천천히 놓았다. 그러자 그 머리카락은 천천히 비수의 날 쪽으로 떨어지더니 대뜸 두 동강이 났 다. 교주 역시 칭찬의 말을 던졌다. "훌륭하군." 위소보의 위인됨은 다른 장점이 없었다. 그저 돈이나 재물, 또는 기물 에 대해서 매우 가볍게 보는 것이 그의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그는 홍부인이 그 비수를 매우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아첨을 하려면 충분히 해 야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그 비수는 속하가 부인에게 바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흔히들 볼연지 와 보검은 모두 다.... 모두 다 미녀에게 바치라고 하지 않았읍니까? 천하의 미녀들 가운데 부인보다 더 어여쁜 미녀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야기꾼으로부터 여러 번 들은 말이 있었다. 그것은 보검은 여자 에게 주고 붉은 분가루는 미녀에게 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어렵다 보니 위소보는 똑똑히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홍부인은 깔깔거리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착하군. 그대가 우리들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것은 결코 헛말이 아닌 것 같아. 내가 달리 그대에게 줄 물건이 없는데 내 어찌 어린 사 람의 물건을 가질 수 있겠어요. 그대의 성의에 대해서 나는 고맙게 생 각해요. 자, 나는 그대에게 삼초로 몸을 방비하고 목숨을 건지는 초식 을 전수해 주겠소. 이는 미인삼초(美人三招)라는 것이니 그대는 잘 기 억하세요." 그녀는 자리에서 내려오더니 한 조각 손수건을 꺼내서는 비수를 자기의 오른쪽 다리 바깥 쪽에 묶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교주, 수고스럽지만 무공을 한번 펼쳐 보이세요." 홍교주는 희희덕거리고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갑자기 왼손을 뻗치더니 부인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그녀의 몸을 허공에 들어올렸다. 이것은 너무나 빨리 일어난 일이라 위소보는 깜짝 놀라서는 아! 하는 소리를 내지를 지경이었다. 홍부인은 몸을 살짝 구부리며 가느다란 허리를 가볍게 비틀더니 오른쪽 발을 뒤로 도려서는 교주의 아랫배를 차려고 했다. 교주는 뒤로 움츠리 며 피했다. 홍부인은 그 기세를 빌어 몸을 빙글 돌렸으며 그 순간 왼손으로 교주의 목을 끌어잡고 오른손에는 어느덧 비수를 들고서 교주의 등을 겨누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제일초로서 귀비회모(貴妃回모)라고 해요. 그대는 기억하구 려." 이 몇 수는 정말 깨끗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위소보는 그와 같은 무공 솜씨에 마음이 넓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 큰소리로 갈채를 보 냈다. "정말 묘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날 반두타에게 잡혀 들리게 되었을 때 전혀 방법을 쓰지 못했 다. 만약 이 일초를 진작 배웠더라면 일검으로 그를 죽일 수 있었을 것 이다.) 이때 교주는 홍부인의 몸을 가볍게 옆으로 해서 땅바닥에 내려 놓았다. 홍부인은 다시 비수를 다리 옆에 감아 놓은 손수건에 꽂더니 몸을 뒤집 어 엎드렸다. 그러자 교주는 오른발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밟는 척 하며 손에는 칼 을 든 시늉을 하면서 그 칼을 그녀의 목에 갖다대는 척 하며 웃었다. "항복하시겠소?"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지경에 이르게 된 이상 무슨 방법이 있을려고 물론 큰소리로 항복 하겠지.) 별안간 부인의 머리가 그녀 자신의 가슴팍 쪽으로 꺾이면서 움츠려졌 다. 그렇게 되자 적이 그녀의 목에 겨누었던 칼은 자연 허공을 치게 되 었다. 그녀는 그 힘으로 땅바닥에서 재주를 한바탕 넘더니 교주의 사타 구니 아래로 기어나갔다. 그리고 비수를 쥐고 오른손에 주먹을 쥐고 가 볍게 한대의 주먹을 교주의 등에 내질렀다. 그러나 검의 끝은 윗쪽으로 향하도록 한 상태였다. 만약 정말 대적하게 된다면 이 일검은 자연히 적의 등을 찌르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위소보는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훌륭합니다." 교주는 그녀가 비수를 꽂기를 기다려서 그녀의 두 손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왼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오른손에는 무기를 든 양 하면서 그 무기를 그녀의 희고 고운 목에 겨누는 시늉을 하고서 웃으면서 말했 다. "이번에야말로 그대는 도망치지 못하겠지." 부인은 웃었다. "자세히 봐요." 곧이어 그녀는 오른발을 가볍게 찼다. 그러자 하얀 광채가 번쩍이는 가 운데 그 비수가 이미 그녀의 다리께에 묶여져 있는 손수건을 자르고서 빠져나왔다. 그녀가 오른쪽 다리를 그 기세로 꺾어 비틀 듯하면서 그 비수의 자루를 아래서 위로 눌러 주었다. 그러자 그 비수는 벼락같이 그녀의 목을 향 해 날아갔다. 위소보는 놀라 부르짖었다. "조심하십시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아래로 움츠렸다. 그러자 그 비수는 급격히 교주 의 가슴팍으로 쏘아져 갔다. 교주는 그녀의 손을 놓고 뒤로 몸을 젖혀 철판교(鐵板橋)라는 수법을 서서 피했다. 그러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비수는 그의 가슴팍을 스칠 듯 날아가서는 그의 등뒤에 있는 대나무 벽 에 자루가 있는 곳까지 푹 꽂히는 것이 아닌가. 홍부인이 발로 긁듯이 비수를 아래에서 위로 하는 순간 위소보는 그만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비수가 그녀의 목으로 날아가게 되었는 데 그녀가 일발의 차이로 피해 버리자 비수는 재차 교주의 가슴팍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반드시 적중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주마저도 다시 피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 몇 수는 지극히 아슬아 슬한 변화를 일으킨 셈이었다. 그와 같은 광경에 그만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졌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되자 목구멍에서 훌륭하다는 한마디마저 내 뱉을 수가 없었다. 홍부인은 웃으면서 물었다. "어때요?" 위소보는 손을 뻗쳐 의자의 등을 붙잡았다. 마치 스러질 것 같은 몸을 가누면서 말했다. "놀라 죽을 뻔 했습니다." 홍교주 홍안통과 부인은 그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보고 정말 무섭게 놀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그 같은 한마디를 듣고는 수천 수만 마디의 칭송하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욱더 기뻐했다. 그들 두 사람의 무공은 너무 고강하기 때문에 한 어린 사람에게 칭찬의 말을 듣는다고 해서 기뻐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위소보가 그토록 걱정 하는 것을 보면 그들 두 사람에 대한 충성심을 족히 내다볼 수 있기 때 문에 흐뭇하게 여긴 것이었다. 홍부인은 알면서도 일부러 질문을 던졌다. "그대에게 쏘아진 것도 아닌데 뭐가 두려워?" "저는..... 혹시 부인과..... 교주를 해칠까봐 두려웠습니다." 홍부인은 웃었다. "바보같이 그토록 쉽게 교주를 해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일초는 비 연회상(飛燕廻翔)이라고 하는데 지극히 연마하기가 어려워요. 교주의 신공은 절세적이라 사전에 몰랐다 하더라도 그 일초에 상처를 입을 분 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나 세상에서는 교주이외에 이 의표를 찌르는 일격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몇 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미인삼초의 연마법을 자세하게 그에게 들려 주었다. 삼 초라고 하지만 온 몸뚱아리와 사지 가운데 어느 한곳 관련되지 않은 곳 이 없었다. 어떻게 검을 뽑고 어떻게 고개를 숙이는 등 빠르고 늦게 움직이는 부위 를 정확히 해야 했고 힘의 안배도는 물론 겨냥하는 것도 반드시 꼭 알 맞아야 했다. 그 제이초는 땅바닥에 엎드려서 몸을 돌리는 것은 소련횡진(小憐橫陳) 이라고 했다. 홍부인은 다시 말했다. "이 미인삼초는 모두 다 옛날 미인들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니 남자 가 배우기에는 약간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대는 어린 사 람이니 상관이 없을 거예요." 위소보는 일초 일식을 따라서 배웠다. 홍부인은 세심하게 바로 잡아가 며 한 시진 남짓 가르쳤다. 그제서야 그는 겨우 배울 수 있었다. 그러 나 이 삼초를 참으로 능히 사용하려면 장기간 고된 연마를 쌓아야만 했 다. 더욱 제삼초 비연회상은 조금의 차질만 있어도 자기 자신을 죽이는 꼴이 되었다. 홍부인은 그에게 말이 둔한 납덩이로 만든 검을 한자루 주문하되 크기와 무게는 반드시 비수와 똑같이 해서 연습용으로 삼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홍안통은 교도들 앞에서는 매우 위엄이 있었으며 단정하여 웃거나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때만은 줄곧 부인이 초식을 가르치는 것을 지 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참을성 있게 지켜보더니 부 인이 가르치는 것을 끝내자 말했다. "부인들의 미인삼초는 물론 매섭기 이를 데 없지. 적중된 사람은 반드 시 죽어 살아남지 못해. 그러니 나는 그대에게 영웅삼초(英雄三招)를 가르치겠네. 이것은 적에게 항복 받자는 것이고 죽이고 살리는 것을 마 음대로 하는 것일세." 그는 다른 사람이 없자 이러게 저러게 하는 말투로 바꾸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교주에게 감사드립니다." 홍부인은 웃었다. "저는 한번도 그대에게서 영웅삼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원래 그대는 훌륭한 제자에게 가르쳐 주려고 나에게도 가르치지 않고 남겨 두었군요." 홍안통은 웃었다. "이는 조금 전 그대의 미인삼초를 보고 일시적으로 떠올린 것이외다. 그러니까 금방 만들어서 금방 파는 것인데 제대로 될른지도 알 수 없는 일이외다. 그대는 옆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구려." 홍부인은 그를 곱게 한번 흘겨 보더니 간드러진 미소를 띠우고 말했다. "어마, 우리 대교주께서 사람을 놀리시네요." 홍안통은 말했다. "자고로 영웅은 미인관(美人關)을 뚫고 지나가기가 힘들다고 했소. 그 러니 영웅삼초는 물론 미인삼초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오." 홍부인은 다시 요염하게 웃으며 간드러지게 말했다. "어린 사람 앞에서 그런 저속한 말을 할거에요?" 홍안통은 자기네들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는지 기침을 한번 하더니 얼 굴빛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백룡사는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남과 손을 쓰게 되었을 때 남에 게 쉽게 뒷덜미를 잡혀서는 들어올려지기 마련이오. 부인, 그대가 나를 백룡사라고 생각하고 들어올려 보시오." 홍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허지만 그대는 저를 아프게 해서는 안 돼요." 홍안통은 말했다. "그거야 물론이지." 홍부인은 왼손을 뻗쳐서는 그의 몸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홍안통은 체 구가 우람해서 보기에 일백 칠팝십 근은 나갈 것 같았다. 홍부인은 간 드러진 몸매를 하고 있었으나 조금도 힘들지 않고 대뜸 그를 들어올렸 다. 홍안통은 말했다. "자세히 보게." 그리고 왼손을 천천히 뒤로 돌려 부인의 왼쪽 겨드랑이를 한번 간질렀 다. 홍부인은 깔깔거리고 웃더니 그만 몸에 맥이 빠지는 것처럼 보였 다. 홍안통은 왼쪽으로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를 붙잡고 오른손을 천천 히 돌리더니 그녀의 앞섶자락을 잡고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 다. 그리하여 그녀의 몸이 자기의 머리 위로 들어올려지자 가볍게 바깥 쪽으로 내던졌다. 홍부인은 몸이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슬쩍 몸을 날 렸다. 그 모습은 마치 물위로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것 같았다. 홍부인은 여전히 웃음소리를 멈추지 않았으며 몸을 멈춘 후에도 비스듬 히 땅바닥에 드러누워서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조금 전 홍안통이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손을 뒤로 돌려잡아서 는 머리 위로 쳐들어 던지는 동작은 지극히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위 소보는 낱낱이 볼 수가 있었는데 그의 자세가 우아하여 뭐라고 말할 수 없이 멋지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행동은 매우 느릿했으나 여전히 일정 한 간격이 있었고 또 시원시원해 보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긁는 것이 나 잡는 것이 정확하기 이를 데 없어 홍부인의 재빠른 손씀씀이와 비교 해 볼 때 몇배 더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이때 홍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남을 간지럽혔어요. 그래 가지고 무슨 영웅이라 할 수 있어 요?"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홍안통은 미소했다. "이 초식은 진정 영웅호걸의 손에서 펼쳐지게 된다면 물론 상대의 겨드 랑이를 간지럽히는 일은 없을 것이외다. 그러나 백룡사가 만약 적에게 붙잡혀 들어올려지게 된다면 목덜미 아래의 대추혈을 대뜸 움켜잡히게 될 것이 아니겠소. 그곳으로 말하면 손과 발에 있는 삼양독맥(三陽督 脈)이 모이는 곳이니 전신의 기운을 쓸 수가 없을 것이오. 따라서 부득 이 적의 겨드랑이 밑에 있는 극천혈(極泉穴)을 가볍게 간지럽히지 않을 수 없소. 이 혈도로 말하면 수소양신경(手少陽神經)에 속하는 만치 적 은 반드시 손을 놓게 될 것이오. 백룡사에게 기운이 있게 되면 즉시 적 을 머리 위로 들어올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내던질 때 동시에 적의 팔꿈 치에 있는 소해혈(小海穴)과 겨드랑이의 아래에 있는 극천혈을 짚어 봉 쇄하여서는 그를 땅바닥에다 내동댕이 치게 될 것이니 상대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오." 위소보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이 일초는 정말 절묘하군요." 홍안통은 말했다. "그대가 익숙하게 연마한 후에 손을 쓸 때는 될 수 있는 한 빠르면 빠 를수록 좋다네." 그리고 그는 땅바닥에 부복했다. 홍부인은 팔을 뻗쳐 그의 허리께를 힘 껏 밟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문가에 놓아둔 빗장을 들어서는 그의 목에 갖고대고는 간드러진 음성으로 웃으며 말했다. "항복하시겠어요. 못하시겠어요?" 홍안통은 웃었다. "나는 이미 항복을 했소. 내 그대에게 절을 하리다." 그리고 두 발을 움츠렸다. 마치 큰절이라도 올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오른팔이 천천히 옆으로 뻗쳐냈다. 그리고 빗장에 닿게 되었을때 우직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빗장은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그가 팔을 급히 뿌리쳐 냈더라면 그의 무공으로 써 빗장을 두동강 내는 것쯤 별로 놀라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토록 천천히 손을 뻗쳐 빗장과 부딪히는 순간 빗장에 충격을 주어 분질렀다는 데 대해서 천만뜻밖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안통은 말했다. "그대가 다리를 움츠리고 적에게 큰절을 하는 듯 가장을 하면서 비수를 뽑아드는 것이라네. 그대 손에는 나와 같은 내력이 없지만 그대의 비수 는 예리하기 이를 데 없으니 적의 어떠한 무기라도 단번에 잘라 두 동 강을 낼 수 있을 것이네." 그는 입으로 그와 같은 설명을 하면서 갑자기 재주를 넘었다. 그리고 홍부인의 사타구니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다. 교주라는 존귀한 몸으로서 어찌 여자의 사타 구니 밑을 기어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홍부인은 그의 처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보기에 좋지 않은 것 같 았다. 그런데 홍안통은 정말 저쪽으로 기어나가더니 단번에 왼손으로 부인의 오른쪽 발목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아랫배를 살짝 찍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그는 설명을 했다. "이것이 만약 무쇠를 무우 자르듯 하는 비수라면 적에게 하늘과 같은 큰 담이 있다 하더라도 감히 반항하지 못할 것일세." 그러면서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홍부인의 머리가 아래가 되고 발이 위로 올려져 거꾸로 매달린 꼴이 되었다. 홍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손을 놓아요. 무슨 체통 없는 짓이에요?" 홍안통은 껄껄 소리내어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껴안 더니 몸을 똑바로 하고서 내려놓고는 말했다. "백룡사, 그대의 몸매가 왜소하니 적을 거꾸로 들어올릴 수는 없을 것 이네. 그렇다면 그의 발목을 잡고 들어올리되 들어올릴 수 없을 때 비 수로 그의 아랫배를 겨눈다면 적은 부득이 투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네. 그대는 바로 그의 가슴팍에 있는 신장(神藏), 신봉(神封), 보랑(步廊) 등의 요혈에 몇번 발길질을 가해서는 그가 반격할 것에 방비하도록 하 는 것이네."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네네, 그 몇 번의 발길질은 반드시 걷어차야 하겠죠." 홍안통은 두 손을 뒤로 돌려서는 부인이 그의 손목을 잡도록 했다. 부 인은 반토막의 빗장을 들고서는 그의 목에 갖다댔다. 홍안통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적이 나의 두 손을 잡을 때 자연 나의 완맥을 움켜잡게 될 것이 아니 겠는가. 그리하여 나의 손이 힘을 쓰지 못해 반격을 하기 어렵도록 만 들 것이네. 이와 같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본래 다리를 쓸 수밖에 없 는데...... "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홍부인은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웃으 면서 손을 놓고 물러났다. 그리고 온 얼굴이 시뻘개져는 말했다. "어린 사람에게 그와 같이 저속한 초식을 가르칠 수 없어요." 홍안통은 웃으며 말했다. "요음퇴("요陰腿)가 어째서 저속한 초식이란 말이오?" 그리고 정색하고는 말했다. "사타구니는 사람 몸에 있는 급소이오. 이곳을 적중당하면 즉시 죽고 마오. 그렇기 때문에 명문대파의 권각법 가운데도 종종 요음퇴라는 일 초가 있소. 하지만 적이 그대의 등뒤에 있고 두손이 제압당했을 뿐만 아니라 목에 칼이 겨뉘어 있다면 부득이 반요음퇴(反요陰腿)를 쓸 수밖 에 없지......" 거기까지 말하더니 그는 잠시 이유를 두었다가 말했다. "그러나 적은 반드시 그대의 그 한 수를 미리 방비하고 있을 것일세. 그리하여 그대의 다리가 움직이면 십중팔구 한칼로 먼저 그대의 작은 머리통을 베어 내겠지.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뒤로 치는 일은 쓸모가 없게 되지." 그리고 그는 두 팔을 등뒤로 돌려 홍부인이 손목을 움켜잡도록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는 열 손가락을 구부려 일으켰다. 각기 두 손을 공 모 양으로 반쯤 일으킨 형태를 취하도록 한 이후 몸을 뒤로 가 부딪히는 동시에 열 손가락으로 홍부인의 가슴팍을 움켜잡으려 들었다. 홍부인은 뒤로 급히 몸을 움츠리며 그의 손을 놓고는 뾰로통한 음성으 로 말했다. "그게 또 무슨 영웅의 초식이란 말이에요?" 홍안통은 빙그레 웃었다. "사람의 몸 가슴팍에 있는 유중(乳中)과 유근(乳根)두 혈도는 남녀를 막론하고 치명적인 대혈이외다. 백룡사, 그 사람이 그대의 두 손을 뒤 로 돌려 움켜잡는 것을 보면 무공이 자연 낮지 않을 것이네. 더군다나 십중팔구 그대의 손목에 있는 혈도를 움켜잡았을 테니 설사 그대에게 잡힌다 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는 노릇이지. 그러나 그대가 그와 같은 손짓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자연히 뒤로 몸을 움츠리게 될 것일세. 그 리하여 그대의 손에 힘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때 늦은 감이 있지. 부인, 그대는 다시 나의 두 손을 잡아 보시오." 홍부인은 두 걸을 다가갔다. 그리고는 가볍게 그가 뒤로 돌린 손등을 서로 맞부딪히게 하고서는 왼손으로 그의 두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 고는 윗몸을 뒤로 젖혀 그의 손가락이 자기의 가슴팍에 닿지 않도록 했 다. 홍안통은 말했다. "자세히 보게." 그리고 그는 등으로 뒤로 부딪쳐 갔다. 동시에 열 손가락으로 부인이 가슴팍을 움켜잡으려는 시늉을 했다. 홍부인은 그가 움켜잡으려는 것이 그저 손짓만 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역시 몸을 움츠려 피했다. 홍안통은 돌연 뒤로 재주를 넘었다.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두다리를 벌 리면서 어느새 그녀의 어깻죽지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두 손 의 엄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태양혈을 짚고 식지로는 그녀의 눈썹을 눌 렀으며 중지로는 그녀의 눈을 누르고는 입을 열었다. "중지에 힘을 주게 된다면 적의 눈동자를 찔러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고 엄지 손가락에 힘을 쏟게 된다면 적으로 하여금 머리가 어지럽도록 하 는 것일세. 그러나 반드시 상대방의 반격을 조심해야 할 것이네." 그리고 그는 다시 허공에서 재주를 넘더니 저만치 몸을 날려 일장 밖으 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다리를 한번 만지며 비수를 뽑아 드 는 척 했다. 그리고 비수의 끝을 바깥 쪽으로 돌리는 척 하면서 왼손을 비스듬히 쳐 들고는 말했다. "적의 눈동자가 만약에 그대의 그와 같은 한 수에 찔려 멀게 되면 다시 덮쳐드는 기세는 무섭기 이를 데 없을 것이네. 그러니 그에게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게." 위소보는 이 초식의 무척 복잡한 것이 곡마단의 어릿광대가 노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적의 칼날을 피하고 적의 요소를 제압하 는데 있어서는 확실히 탁월한 효과를 나타낼 것 같아 탄식했다. "그 일초는 정말 훌륭하군요. 그러나 연마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홍안통은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가르치는 것은 삼초에 지나지 않으나 그 가운데 금라수 법과 타혈수법, 그리고 경신법 세 가지의 무공이 포함되어 있어 한가지 라도 제대로 연마하지 않으면 이 삼초를 사용할 수가 없다네. 금라수법 이나 타혈수법, 그리고 경신법 등은 매가지 수법마다 반드시 팔년이나 십년의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일세. 그러나 그대는 이 삼초와 상관있는 것만 배우게 될 것이니 그것은 한결 수월한 일일세." 그리고 그는 혈도 부위와 금라수법, 그리고 몸을 가볍게 하면서 발에 힘주는 법 등을 가르쳤다. 그리고는 그를 몇 번이나 상대해서 연마하게 했으며 잘못되면 일일이 바로잡아 주었다. 하지만 위소보는 감히 그의 머리 위로 올라탈 수는 없었다. 홍안통 역 시 시험해 보라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이때 홍부인이 말했다. "교주, 나의 이 미인삼초는 사부님이 가르친 것이고 과거 고치고 고쳐 서 이루어진 것이에요. 그런데 그대의 영웅삼초는 일시적인 흥취에 따 라 마음내키는 대로 창안한 것이니 정말 나의 미인삼초에 비하면 무섭 기 짝이 없어요. 앞이라고 해서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종사의 무학 깊이는 실로 남으로 하여금 탄복케 하는군요." 홍안통이 포권을 하고 웃었다. "부인의 과찬은 감당할 수가 없소이다." 어제 위소보는 대청에서 홍안통이 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웃지도 않는 것이 꼭 목석같다고 여겼으며 마음속으로 약간 업수이 여기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의 진짜 실력을 보고 나니 그야말로 진심으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어서 입을 열었다. "사부님이 가르친 무공을 익숙하게 연마한다는 것은 별로 대수로울 것 이 없습니다. 그러나 교주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초식을 만들어내야겠다 고 생각하고 손을 휘두르는 대로 펼쳐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진정 천하 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부인은 물었다. "어째서 천하무적이라고 하지?" 위소보는 말했다. "적의 재간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교주가 몇 수 새로운 초식을 펼쳐 낸다면 그는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니 자연 큰소리로 투항이라고 부르짖지 않겠습니까." 홍안통과 부인은 소리내어 웃었다. 한 사람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 고 한 사람은 말했다. "옳은 말씀이에요." 홍부인은 다시 말했다. "교주, 나의 이 미인삼초에는 세 미녀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대 의 영웅삼초가 그토록 무서우니 역시 세 분 대영웅의 이름이 있어야만 하겠어요." 홍안통은 미소했다. "좋소. 어디 생각해 봅시다. 제일초는 적을 들어올리는 것인데 그것은 임동(臨동)에서 오자서(伍子胥)가 커다란 향로는 들어올리는 형상과 비 교할 수 있으니 이를 자서거정(子胥擧鼎)이라고 합시다." 홍부인은 말했다. "좋아요. 오자서는 대영웅임에 틀림없어요." 홍안통은 다시 말했다. "제이초는 적을 거꾸로 들어올리는 것인데 이는 노지심(魯智深)이 수양 버드나무를 거꾸로 뽑아올리는 것과 비교될 수 있겠소. 그렇기 때문에 노달발류(魯達拔柳)라고 해야겠소." 홍부인은 말했다. "매우 좋아요. 노지심 역시 대영웅이에요. 그런데 그대의 이 삼초는 교 묘하기는 하나 약간 무뢰한의 기운이 뻗친다고 할 수 있어서 대영웅과 비교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것 같아요......" 거기까지 말하더니 그녀는 깔깔거리고 웃었다. 홍안통은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여웅답지 못하다는 것이오? 그러면 어떤 초식으로 불러야 좋겠 소? 흠, 내가 두 개의 식지로 그대의 눈썹을 꾹 눌러 주었으니 이를 장 창화미(張敞畵眉)라고 해야겠소." 홍부인은 웃었다. "장창은 영웅이 아니에요. 거기다가 부인의 눈썹을 그려주는것도 설마 하니 영웅적인 초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홍안통은 웃었다. "규방의 낙은 눈썹을 그려 주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아니겠소. 그대는 부인에게 눈썹을 그려 준다고 해서 영웅이 아니란 말이오?" 홍부인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소보는 장창이 옛날의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속으로 여 편네에게 눈썹을 그려 주는 것은 비단 영웅이 아닐 뿐아니라 그야말로 마누라를 두려워하는 졸장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홍안통이 문자 를 써서 자기의 처와 희롱하고 있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입을 열었다. "교주, 교주의 일초는 적의 목에 말 타듯 타는 것이지 않습니까? 말 타 는 대영웅은 많습니다. 관운장은 적토마를 탔구요. 진숙보(秦叔寶)는 황표마(黃驃馬)를 타지 않았습니까?" 홍안통은 웃었다. "맞았네. 하지만 관운장의 적토마는 본래 여포의 것이야. 그리고 진경 은 그 황표마를 팔았으니까 모두 적절하지 못해. 됐어. 이 일초는 적청 (狄靑)이 용구보마(龍구寶馬)를 항복받는 것이니까 적청항룡(狄靑降龍) 이라고 해야겠군. 본래 그가 항복받은 그 한필의 보마로 말하면 본래는 용이 변한 것이라네." 홍부인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정말 좋아요. 적청이 싸움터에 나갈 때 청동으로 만든 귀신과 같은 얼 굴의 탈을 쓰는 바람에 오랑캐의 장수들과 병졸들은 그만 놀라 크게 비 명을 내지르며 도망을 쳤으니 그야말로 대영웅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 만 우리들은 신룡교라고 하는데......" 홍교주는 미소했다. "상관없소. 설사 용이라고 하더라도 때에 따라 남에게 제압당해 고분고 분할 때가 있는 것이오." 홍부인은 쳇 하고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온 얼굴이 시뻘개졌 으며 두 눈에는 물기가 그윽하게 감도는 것이 매우 요염했다. 그 즉시 위소보는 다시 영웅삼초와 미인삼초를 일일이 펼쳐 보였다. 수 법과 신법이 잘못된 데 대해서는 홍안통과 부인이 다시 지도를 했다. 이 육초의 무공은 무척 교묘한 것이라 위소보는 일시에 제대로 배울 수 가 없었다. 홍교주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며 그저 연습의 요령을 알기 만 하고 시일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익숙해진다고 했다. 그리하여 가르침이 끝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정오 무렵이 되었다. 홍부인은 한사코 비수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위소보에게 되돌려 주며 말했다. "그대가 무공을 제대로 연마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교주를 위해 일을 처리하러 가니 이와 같은 예리한 무기로 몸을 보호해야 해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말했다. "백룡사, 본교에서 교주에게 친히 무공을 가르침 받은 사람은 나 외에 는 그대 한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이야말로 속하는 언제 갈고 닦아서 얻은 복인지 모르겠습니다." 홍부인은 말했다. "그대는 충심으로 교주를 위해서 일을 처리하니 교주의 은덕에 보답하 도록 하세요."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홍부인은 말했다. "이제 그대는 가 보시구려. 내일 이른 아침 반두타와 육고헌 등과 함께 배를 타고 출발하도록 해요. 다시 와서 작별을 고할 필요는 없어요." 위소보는 명령대로 응했다. 그리고는 두 사람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 몸 을 돌려 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가에 이르러 그는 고개를 돌 리고 물었다. "부인, 만약 제가 팔십 세까지 살게 되었을 때 교주와 부인께서 다시 저에게 삼초의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홍부인은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오래오래 살라고 칭 송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위소보는 열 네다섯 살에 불과하지 않는가. 팔십 세까지는 육십여 년이란 세월이 남아 있었 다. 그러나 교주와 자기의 수명은 하늘처럼 높으니 다시 육십여 년을 더 산 다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내 약속하리다. 그대가 팔십 세 생일을 맞게 되는 날 교주와 나는 다 시 그대에 삼초를 전수하지요. 그리하여 그대가 백세 되는 날에 우리가 다시 각기 삼초를 전수하겠어요. 그때 전수되는 삼초는 노수삼초(老壽 三招)와 노파파삼초(老婆婆三招)가 될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아닙니다. 부인은 그때도 여전히 오늘처럼 젊고 아름다우실 것입니다. 아니 십중팔구 부인과 교주께서는 더욱더 젊어지실 것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전수해 주시는 것은......금동삼초(金童三招), 옥녀삼초(玉女三 招)가 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홍안통과 부인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은 대청 밖 산바위 위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 다. 그래도 시종 위소보가 대청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없자 놀람과 의 혹에 쌓여 있었다. 어떤 변고가 생겼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한껏 웃으며 나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안심을 했다. 그 러나 두 사람은 그 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감히 묻지 를 못하였다. 그런데 위소보가 먼저 말했다. "교주와 부인께서는 나에게 적지 않은 중요한 무공을 가르쳐 주셨답니 다." 반두타와 육고헌은 일제히 말했다. "백룡사, 축하합니다. 본교에서는 부인 이외에 그 어느 누구도 교주에 게 일초 반식을 전수받은 적이 없습니다." 위소보는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교주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소이다." 육고헌은 말했다 "백룡사가 교주의 총애를 받은 일은 실로 본교가 창립된 이래 일찌기 없었던 일이외다." 그리고 그는 반두타를 한번 쳐다보더니 위소보에게 물었다. "교주와 부인께서는 언제쯤 우리에게 표태역근환의 해약을 내려 주시겠 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소이까?" 위소보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표태역근환에도 해약이 있는 것인가요? 설마하니......설마하니 이것 이 독약이란 말씀입니까?" 육고헌은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그는 대청이 있는 쪽으로 눈길을 몇 번 던졌다. 얼굴에는 크게 경계하고 조심해 하며 두려워하는 빛이 완연했다. 세사람이 육씨 집에 도달할 때까지 위소보는 반두타와 육고헌의 얼굴 표정이 우울한 것을 보고 더럭 의심이 나서는 다시 물었다. "표태역근환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도대체 독약이오, 아니면 영 단이오?" 반두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독약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영단이 될 것인지 그것은 두고 봐야 할 것이 오. 우리 세 사람의 목숨은 모두 백룡사의 손에 쥐어져 있다 하겠소." 위소보는 깜짝 놀라 말했다. "그것은 또 어째서인가요?" 반두타는 육고헌을 바라보았다. 육고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두타는 말했다. "백룡사, 남이 깍듯하게 예의를 차려 부를 때는 나를 반존자라고 부르 고 별로 깍듯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두타라고 불렀소이다. 그 러나 나는 이와 같이 비쩍 말라 전혀 명실상부하지 않으니 그대는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요. 나는 이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저 남들이 그대와 장난을 하느라고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소이다. 그러나 교주께서도 그 대를 반두타라고 불렀소이다. 그 어르신께서는 그대를 조롱할 리 없지 않겠소이까." 반두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표태역근환을 복용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오. 그것이야말로 정 말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난 셈이라 할 수 있소. 지금도 종종 악몽을 꾸 곤 한다오. 본래 나는 키가 작고 매우 뚱뚱했소. 반두타라는 석 자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소." 위소보는 그제서야 알아차린 듯 탄성을 내질렀다. "아, 표태역근환을 복용하고 나서 그대는 키가 크고 비쩍 마르게 변했 구려. 그것 참 잘되었소. 그대는 지금 모습이 당당하고 매우 위엄이 있 어 보여요. 옛날에 땅딸보였다면 지금만큼 멋져 보이지 않을 것입니 다." 반두타는 쓰디쓰게 웃었다. "말은 그렇지만 그대는 생각해 보시오. 한 땅딸보가 삼 개월 안으로 몸 이 갑자기 석 자나 커지게 되고 전신의 살갗이 피로 물들게 되었을 때 의 그 고통이 견딜 만 하겠는지 말이오. 다행히 운수 대통하여 끝내 신 룡도로 돌아올 수 있었고 또 교주께서 크게 자비를 베푸시어 해약을 주 시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도 두 자나 더 키가 커졌을 것이오." 위소보는 그만 아연해지고 말았다. "우리 세 사람도 그 알약을 먹었는데 내가 다시 두 자 정도 커지는 것 은 상관이 없지만 그대가 다시 두 자나 더 커진다면 그거야말로...... 그거야말로 너무나 키가 커지는 것이 아니겠소?" 반두타는 말했다. "이 표태역근환의 약은 효과가 무척 영묘하외다. 먹은 지 일년안으로는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오. 그러나 만약 일년을 꼬박 채우고도 해약을 먹 지 않으면 그 맹렬하기 이를 데 없는 독이 퍼지게 된다오. 그리고 반드 시 사람의 키를 커지게 하지는 않는다오. 나의 사형 수두타는 본래 키 가 매우 컸으나 갑자기 키가 적어지고 말았으며 본래 비쩍 말라 있었으 나 뚱뚱하기 이를 데 없는 몰골로 변해 그야말로 땅딸보가 되고 말았소 이다." 위소보는 웃었다. "반존자가 수존자가 되고 수존자는 반존자가 되었으니 두 사람끼리 서 로 이름만 바꾸면 아무 일도 없이 좋게 끝나는 것이 아니겠소?" 반두타는 얼굴에 약간 노기를 띠우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될 수 없다오." 위소보는 재빨리 사과했다. "미안하오. 반존자, 내가 또 말을 잘못했구려. 양해하시오." 반두타는 말했다. "그대가 오룡령을 지니고 있으니 나는 바로 부하이오. 설사 나를 때리 고 욕을 한다 하더라도 나는 반항할 수가 없소이다. 더군다나 그 말에 는 결코 사람을 놀리려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소. 나와 사형 두 사람의 성격과 모습, 음성은 전혀 달랐소. 단지 한 사람이 뚱뚱하고 한 사람이 비쩍 말랐다고 해서 이름을 바꾼다고 하여 반존자로 하여금 수 존자가 되게 하고 수존자로 하여금 반존자로 되게 할 수는 없다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보니 그랬구려." 반두타는 계속해서 말했다. "오년 전에 교주는 나와 사형을 내보내 한가지 일을 처리하도록 했소이 다. 그런데 이 일은 매우 어려웠소. 그리하여 일을 처리하게 되었을 때 는 일년이란 기한 가운데 사흘을 넘기게 되었소. 즉시 배를 타고 섬으 로 돌아왔으나 배안에서 약기운이 퍼져 고통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소. 사형은 성질이 매우 열화와 같아서 미칠 듯한 성질이 크게 솟구쳐서는 배의 돛대를 발로 차서 분질러 버렸소. 그리하여 그 배는 바다에서 표 류를 하게 되었고 하루 하루 세월은 흘러가게 되었는데 나는 점점 더 커지면서 마르게 되었소. 그런데 사형은 점점 더 갈수록 키가 작아졌으 며 뚱뚱해지는 것이었소. 이 표태역근환은 땅딸한 사람을 비쩍 마르고 키가 크게 늘여 놓을 뿐만 아니라 키가 큰 사람을 땅딸하게 압축시킬 수 있었으니 홍교주께서야 그야말로 신통력이 지극히 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그와 같이 이 개월 동안을 표류하게 되었는데 이때 우 리 두 사람은 또다시 더 살수 없으리라 생각했소. 그리고 배에는 양식 이 떨어져 우리들은 사공을 하나하나 죽여서 먹게 되었소. 천만다행하 게도 그러다가 다른 배를 만나게 되어 구원을 받게 되었는데 우리는 그 배의 사공을 핍박하여서는 신룡도로 방향을 잡도록 만들었소. 교주는 일을 우리가 적절히 처리한 것을 보고 또 우리가 일부러 지체한 것이 아님을 알고는 해약을 내렸소. 그리하여 우리 두 목숨을 겨우 건진 셈 이 되었소." 위소보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고 육고 헌을 바라보았더니 그의 얼굴빛은 진지했다. 반두타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년 안으로 반드시 여덟 권의 사십이장경을 손에 넣 어서는 신룡도로 되돌아와야겠구려." 육고헌은 말했다. "여덟 권의 경서를 모두 취득하게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지만 그게 어디 수월한 일이겠소? 그저 한두 권 때 늦지 않게 손에 넣 어서는 되돌아 오면 교주께서는 해약을 내려 주실 것이외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수중에 이미 여섯 권이 있으니 정말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는 한두 권을 교주에게 나누어 주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 가.) 그리고 그는 즉시 안심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만약 교주께서 해약을 내려 주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가운데 젊 은 사람은 늙게 변할 것이고 늙은 사람은 젊어질지도 모르죠. 내가 칠 팔십 세나 되는 할아버지가 되고 그대들 두 분은 나이 어린 꼬마가 된 다면 그것 정말 재미있겠군요." 육고헌은 몸을 흠칫했다. "그것도....... 그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외다." 그러는 그의 어조에는 무척 공포스러운 빛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말했다. "내가 깊이 생각해 본 결과 그 표태역근환의 태반이 표태(豹胎), 녹태 (鹿胎), 자하거(紫河車), 해구신(海狗腎) 등등 크게 몸을 보호하는 진 기한 약재를 모아 만든 것이고 약의 성질은 원래 신체의 어떤 특징을 되돌려 놓는 것이 틀림없소이다. 그리고 짐작이지만 교주께서 당초 이 약을 만드실 때는 반로환동(返老還童)하기 위해서인데 남에게 시험을 해본 결과 약효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외다. 그래서... ... 그래 서......"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그래서 교주는 자기가 먹지 않고 시험삼아 부하들 몸에 썼구려." 육고헌은 재빨리 말했다. 이것은 나의 짐작이니 절대 틀림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소이다. 백룡 사는 금후에 절대 들먹이지 않도록 하시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두 분은 안심하시오. 내 책임을 지리다. 교주께서는 반드시 해약을 주 실 것이외다. 두 분은 잠깐 앉아 계시지요. 나는 방소저에게 몇 마디 말을 해야겠소이다." 그는 어제 목검병을 만났다는 사실을 급히 방이에게 이야기하려는 것이 었다. 육고헌은 말했다. "홍부인은 이미 방소저를 불러갔읍니다. 그러면서 백룡사께 안심하라고 했습니다. 그저 그대가 진심으로 교주를 위해 일을 처리한다면 방소저 는 섬에서 좋은 일만 하게 되리라고 했소이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물었다. "방...... 방소저는 우리와 같이 가는 것이 아니오?" 육고헌은 말했다. "홍부인은 하인을 시켜 그녀를 불러갔는데 우리 안사람에게 그와 같은 말을 했다는 구려. 그리고 그 적룡문의 목소저 역시 마찬가지이외다." 위소보는 속으로 정말 난처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얼마전 무근 도인에게 적룡문에서 몇 사람을 뽑아 데려가겠다고 했지 않은가. 그 뜻 은 물론 목검병에 있었다. 그런데 홍부인은 이미 짐작한 모양이 아닌 가. 그리하여 위소보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부인..... 부인은 아직도 나에 대해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양이죠?" 육고헌은 말했다. "그것은 본교의 규칙이외다.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가 교주를 위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가족을 데려가지 못하게 되어 있소이다." 위소보는 쓰디쓰게 웃었다. "그 두 소저는 나의 가족이 아니외다." 육고헌은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슷하지 않소." 위소보는 본래 내일쯤 방이와 목검병 두 소녀를 데리고 섬에서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는 마음속으로 여간 흐뭇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삽시간에 그만 맥이 빠져 속으로 생각했다. (교주와 부인은 정말 무섭구나. 표태역근환으로 손오공처럼 나의 머리 에 테를 두르게 한 것도 부족하여서는 나의 크고 작은 마누라를 인질로 삼았구나.) 이튿날 아침 위소보가 막 몸을 일으킬 때 호각 소리가 울려 퍼졌고 적 지 않은 사람들이 문밖에서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백룡문 좌하의 제자들이 삼가 장문사께서 출정하시어 교주를 위해 충 성심으로 일을 처리하러 가시는 것을 공손하게 전송하는 바입니다." 곧이어 풍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소보는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보니 문밖에는 삼사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하나 같이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늙은이도 있었고 젊은이도 있었다. 뭇사 람들은 소리 높여 외쳤다. "장문사께서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기를 바라며 도달하는 즉시 성공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수십 명의 청의를 입은 교도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 마도 대리 장문사인 반두타를 전송하러 나온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그만 의기양양해지면서 아울러 정신이 맑아졌다. 드디어 반두 타와 육고헌 두 사람을 데리고 배위로 올랐다. 그리고 전송차 나온 무 근도인과 장담월(張淡月), 은금 등과 작별을 고할 때 갑자기 말발굽 소 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두 필의 말이 달려왔다. 마상의 두 사람은 모두 다 백의를 걸쳤는데 바로 방이와 목검병 두 소 녀가 아닌가. 위소보는 크게 기뻐 가슴을 두근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부인께서 마음을 돌리시어 그녀들을 나와 함께 보내려는 것이 아 닐까?) 방이와 목검병 두 소녀는 훌쩍 말에서 내리더니 앞으로 다가왔다. 방이는 낭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교주와 부인의 명을 받고 백룡사의 출정을 전송하러 나왔습니다." 위소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저 전송 나온 것에 불과하구나.) 방이는 다시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속하 방이와 목검병은 부인의 명으로 적룡문에서 백룡문으로 옮기게 되었으며 이후 백룡사의 명을 받들게 되었습니다."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으나 곧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원래 너는..... 너는 이미 신룡교 적룡문의 속하였구나. 길을 오면서 시치미를 떼고 수작을 부린 것은 교주의 명을 받고 나를 꼬여 신룡도로 오도록 하기 위해서였구나. 반존자가 억지로 청해서 되지 않으니까 네 가 나서서 나를 꼬신 게로구나.)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그야말로 마음속이 여간 거북해지지 않았다. 본 래 그는 그녀들 두 사람과 다정한 말을 나누려고 했으나 그만 흥미를 잃고 말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그는 육고헌에게 말했다. "육선생, 나의 시중을 들던 그 쌍아를 사람을 시켜 석방하도록 하시오.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야겠소이다." 육고헌은 망설였다. "그건....." 위소보는 대노해 호통을 내질렀다. "뭐가 이것저것이오? 빨리 석방하시오!" 그가 날카로운 호통을 내지르자 육고헌은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대답하 였다. "네네." 그리고 그는 배위의 시종에게 몇 마디 분부를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언덕 위로 오르더니 나는 듯 달려 나갔다. 얼마 후 두 필의 말이 신속하게 달려왔다. 앞장을 선 한 필의 말을 탄 사람은 몸매가 작았는데 바로 쌍아였다. 그녀는 말이 서기를 기다리지 않고 부르짖었다. "공자!" 그리고 안장에서 몸을 날리더니 날렵하게 뱃머리에 내려섰다. 무근도인 등 대고수들의 눈에 그 한수의 경신법은 대단한 것이 못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나이가 어린 데다가 자색 또한 아름다운지라 모두 갈채를 보냈 다. 처음 위소보는 자기가 타고 온 배가 떠나게 되었을 때 쌍아가 간악한 자의 손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다. 그녀의 무공이 고강 하기는 하지만 역시 나이 어리고 인품이 부드러운 데다가 세상일을 잘 모르는지라 바다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반드시 고생을 하리라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방이가 신룡교의 제자인 것을 보고는 갑자기 자기가 타고 온 그 배가 신룡교의 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는 쌍아를 보자 매우 기뻐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안색은 초췌했으며 두 눈은 붉게 부어 있었다. 아마도 적잖게 눈물을 흘린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물었다. "누가 그대를 괴롭혔소?" 쌍아는 말했다. "아.....아니오. 아니에요. 저는 그저 상공을 염려했더랬어요. 그들 은..... 그들은 또 저를 가두어 두었고요." 위소보는 말했다. "이제 되었소. 우리는 돌아갑시다." 쌍아는 말했다. "이곳에는..... 독사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러더니 와앙 하며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위소보는 방이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녀가 자기를 숲속으로 인도 하여 독사들에게 물리게 한 모든 일들과 배에서 한 여러 가지 달콤한 말들이 전부 거짓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불현듯 크게 울화가 치밀 었다. 그는 그녀를 매섭게 한번 노려보고는 말했다. "배를 띄우시오." 배위의 사공들은 닻을 올렸다. 뭍에서는 축하의 폭죽 소리가 크게 일었 다. 전송 나온 뭇사람들은 일제히 소리 높여 외쳤다. "백룡사의 이번 길이 순조로우며 도착하는 즉시 성공하기를 빕니다. 그 리고 교주를 위해 큰공을 세우기를 바래요." 배는 천천히 돛을 올리고는 섬에서 떠나갔다. 뭍에서 뭇사람들은 큰소 리로 부르짖었다. "교주의 보배와 같은 가르침을 시시각각 마음속에 새겨 두고서......"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만약 방소저가 이미 신룡교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시 시각각 그녀를 염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니 오히려 걱정거리 가 없어지게 되었구나.) 그러나 올 때 방이의 그 알뜰하던 정을 생각하게 되자 그만 마음이 허 전해졌다. 그는 다시 생각을 굴렸다. (그녀들 두 사람은 어떻하다 신룡교에 가입하게 되었을까? 정말 이상한 노릇이로구나. 그렇다 그녀들은 장노삼이라는 한 패거리의 사람들에게 잡혀갔다. 장씨집 작은 마나님은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구원하겠다고 했으나 구원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핍박을 바다 신룡 교에 가입한 모양이로구나. 소군주가 교주의 독약을 먹었다면 방소저 역시 먹었을 것이다. 음, 방소저가 명령을 듣지 않고 나를 신룡도로 꼬 여들이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독약이 퍼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것이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일로서 그녀를 탓할 수가 없구나. 그러나 계집애가 그런 척 하면서 이 지아비를 밑천도 들이지 않고 속인 점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빌어먹을 신룡교가 도 대체 뭐하는 것인지, 나는 백룡사가 되었지만서도 전혀 아리송하기만 하구나.) 그런데 그와 같은 일들이 모두 다 장노삼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 늙은이가 어느 문에 속하는가 모르겠다. 내가 장래에 신룡도로 돌 아오게 된다면 그를 백룡문으로 옮겨서는 그 늙은이에게 매일같이 삼백 대의 곤장을 안겨 줘야지.)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장노삼은 섬에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는 십중팔구 교주에게 내가 바로 소계자라는 사실을 보고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 교주 가 그로부터 나와 같은 대인물을 잡았다가 금시 놓쳤다는 말을 듣게 된 다면 반드시 그의 목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늙은이이고 또 나이 젊고 준수한 얼굴을 한 소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주와 부인은 본래 그를 죽이려고 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실수를 하였다면 어떻게 배 겨날 수 있겠는가. 맞았다. 반두타 역시 감히 그와 같은 사실을 들추어 내지 못했고 장노삼 역시 들추어 내지 못했다. 그런데 한가지 모를 일 은 부인이 나이 젊고 멀끔한 소년들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상한 노릇이 아니지만 교주는 어째서 좋아할까?) 위소보는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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