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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은이와 책 소개
지은이 빌 브라이슨.
그를 소개한 활자를 보면
'『나를 부르는 숲』으로 잘 알려진 여행 작가'로 많이 나와있다.
그만큼 이 책이 그의 대표작이고, 유명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여행 작가로 불리는 이유도 이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기자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지은이로 기억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오랫동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그가 궁금한 점을 수년동안 공부한 후에 적은 과학교양서인데,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그런 빌 브라이슨이 쓴 <나를 부르는 숲>
많은 언론매체나 먼저 읽은 이들의 호평이 있었던 책.
기대를 갖고 펼쳐 들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는 등반코스를 다녀온후
(중도 포기했지만) 적은 기행문이다.
그는 유머라는 도구를 가지고,
자신이 애팔래치아를 등반하면서 한 경험과 생각과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쏟아부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피식 웃음을 자아내기고 하고,
그가 전해지는 지식이 순간적으로 나의 지식이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 수 있다.
유머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유머있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데,
이 지은이는 글을 참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내용이 결코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책 무게만큼 내용도 무직한 것이 내 스타일이다.
1. 애팔래치아와 백두대간
기자로 일하던 지은이는 오랜 영국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와 정착하였다.
그가 정착한 마을에서 그는 어느 표지판을 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표지판이었다.
이후 그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계획하게 된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우리에게(어쩌면 나에게만) 낯선 말이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우리나라에 견주어 보면 백두대간과 비슷하다.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등반코스로
남북한이 나뉘어진 오늘날은 절반만 갈 수 있다. 그럼 오십두대간인가?
암튼 백두대간처럼 미국 동부 지역에 북동-남서로 길게 이어진
유명한 등반코스가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고 한다.
책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코스가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주요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스프링어 마운틴(조지아 주) - 하이애와시 - 프랭클린 - 스모키 마운튼 국립공원
- 로노크 - 웨인스보로 - 락피시갭 - 셰넌도어 국립공원 - 스카이랜드
- 프런트 로열 - 하퍼스 페리 - 센트레일리아 - 델라웨어 워터갭
- 피츠필드 - 월리엄스 타운 - 맨체스터 - 마운트 킬링턴 - 하노버
- 마운트 워싱턴 - 몬손 - 마운트 캐터딘(메인 주)
...
백두대간 지리산부터 백두산까지 거리가 약 1600Km라고 하는데,
애팔래치아는 이것의 두배가 넘는다.
아직까지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다고 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이래저래 3200Km가 넘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1920년대에 등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점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백두대간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만큼 백두대간이 많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번에 일주하는 하는 사람들도 있고,(보통 40~6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대부분은 주말에 구간별로 완주한다.
이것은 애팔래치아 트레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번에 종주하는 사람들을 스루하이커라 하고,
구간별로 나누어서 하는 사람들을 색션하이커라고 한다.
스루하이커의 경우 최단시간에 돌파한 사람이 40여일이라 하고,
보통 6개월은 잡아야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도한 사람에 비해 완주한 사람은 극히 적다고 한다.
그리고 6개월씩 걸리는 등반이다보니,
기후때문에 겨울을 피하여 이른 봄에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불가능할 것 같고,
언젠가는 나도 백두대간을 거닐고 말리라.
2. 준비
빌 브라이슨은 본격적인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준비를 하였다.
각종 등산용품을 준비하고,
관련된 책들을 구입하여 읽었다.
겁이 많은 지은이는 애팔래치아의 위험성을 경고한
책들의 내용들을 보고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곰이 나타나 입은 피해들,
이름모를 각종 곤충한테서 얻은 질병으로 죽은 사람들,
갑작스러운 날씨의 변동으로 위험했었다는 이야기들은
그를 소심한 여행준비자로 만들고 만다.
이 또한 지은이가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서 과장이 있는 듯하다.
그가 여행준비를 마치고 겁에 떨고 있는 모습에 독자들은 걱정보다 웃음을 짓게 마련이다.
그런 그는 같이 여행할 사람을 지인들중에서 찾아본다.
아무도 그의 여행에 동참하는 이가 없었는데,
여행을 얼마 앞두고 20년 넘게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 카츠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여행에 동참하겠다고.
혼자 여행하면서 느껴야 하는 두려움에서 해방됨에 크게 기뻐하였다.
그 여행에 동참했던 친구가 20년 전에 안좋게 틀어진 친구라고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카츠와 빌은 젊은시절 같이 유럽여행에 갔다가 틀어져서
연락이 끊긴 친구였다.
그리고 카츠는 각종 약물을 복용하는 등 타락한 생활을 하기도 한 친구였다.
지금은 술까지 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이다.
카츠역시 빌만큼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만난 카츠는 빌이 생각하기에 등산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날 정도로
배도 많이 나온 상태였다.
그래도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빌과 카츠의 좌충우돌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3. 위기
그들의 철저한 준비에 비해 시작부터 위기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종주코스로 선택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을 택하였다.
남쪽의 조지아주 스프링어 마운틴에서 시작한 그들은 20kg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한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몸으로 산을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은 빌과 카츠 뿐만이 아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래서 시작한지 3일 이내에 포기한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겠지...
하며 쉽게 시작한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들도 시작은 그렇게 어려웠다.
그래도 고집이 있어서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비록 하루 걷는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발한발 내딛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온 많은 짐을 버려야했다.
빌과 카츠와 각자 상대방을 믿고 먹을 것을 많이 버려 식량부족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루 하루 지나면서 그들은 점점 산악인이 되어갔다.
오랜 도시생활에 나온 배도 제법 들어가고,
그들은 이 여행을 잘 했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란 생각을 들게 한 일이 생겼는데..
그것은 폭설을 동반한 강추위였다.
이른 봄에 시작한 산행인 덕이기도 하지만,
산의 날씨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갑자기 몰아닥친 혹한과 폭설은 그들은 고립시켰지만,
다행히 대피소를 발견하여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도중에
등반 시작 전에 그렇게 우려했던
곰과 조우하게 되었다.
다행히 곰들은 자신들의 일만 마치고, 조용히 돌아갔다.
사전에 곰들에 대한 피해 사례에 모르고 있는 카츠는 코를 골며 잔 반면에
사전에 곰들에 대한 피해 사례를 읽고 온 빌에게는 십년감수했던 상황이었다.
나도 작년에 지리산 종주 중에 곰을 만난 적이 있다.
지리산에 곰들을 풀어주어 방생하게 한 적이 있는데,
이 곰들 중에 두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전에도 뉴스를 통해 곰들이 가끔 등산로에 출현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심박수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혼자 가고 있을 때 나타났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읽은 동화책을 보면 나무위로 올라가거나 죽은 척하는 것 이외에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주위에 나무는 없었고, 있었다 해도 나무에 오를 힘이 남아있지 않은
녹초가 되어 있던 몸이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1~2분 뒤 곰은 서서히 뒷걸음치며 사라졌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또 다시 곰이 나타날때 잰걸음 또는 뜀박질로 하산하였다.
아마 시간을 재었으면 나의 하산 최단기록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암튼...
빌과 카츠는 불가능해보였던 등반을 꾸준히 하여
1차 코스인 프런트 로열까지 도착하였다.
한달을 넘긴 이 코스를 마친 그들은 산사람이 되었고,
걷기예찬가가 다 되었다.
빌과 카츠는 4달 뒤에 다시 만나 다시 애팔래치아를 걷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4. 산에서 만난 사람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그 거리도 길고 험준하여
등반하는 내내 사람 만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며칠동안 사람을 못보다가 만난 사람은 낯선 사람들도 반갑기 마련이다.
빌과 카츠도 등반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 애팔래치아를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다르고, 연령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그들의 목표는 모두 동일한 것이다.
애팔래치아 정복이 그것이다.
간혹 자기 잘난 척을 하는 사람들이 맘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
애팔래치아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등 도움을 받게 된다.
나도 가끔 산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낯선 그들에게 말을 걸어 사귈 정도로 내가 사교적이지는 않지만,
분면 도시를 지나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반갑습니다." "힘내십시요"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 자연스럽니다.
간혼 혼자 여행을 하면서 궁상맞을 정도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으면,
남는 찬거리를 건네받는 경우도 종종있다.
산에 가면 메말랐던 인정에 비가 내리는 듯하다.
산의 풍경 뿐만 아니라 이란 산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등반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5. 마이더스의 손 ? 죽음의 손?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자연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자연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희귀한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런데, 그런 자연을 보호하려고 세운 이후,
오히려 수백만년동안 이어진 그들이 멸종한 경우가 한두종이 아니다.
마이더스의 손이 아닌 사자(使者)의 손인 듯 싶다.
인류에 의한 여러 생물종들의 멸종은
그의 또다른 책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란 책에서도 언급하였다.
그렇다고 자신들끼리는 잘 화합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전쟁은 그칠날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이라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를 망가뜨리는데도 앞장선다.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
인류에게는 지금만이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북극의 여름 최고 온도가 무려 22℃까지 올라가서 북극곰이 이사를 가야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그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치는 온실가스 규제를
지구온난화에 가장 많이 공헌한 미국이 안하고 있다는 현실이
온실가스 만큼 답답하게 만든다.
언제쯤 인류는 정신을 차릴까.
6. 포기
지은이 빌 브라이슨은 4월에 1차 코스를 마치고,
자신의 일상적인 일은 하고,
5월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다시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것은 아니고,
차를 가지고 가면서 구간별로 걸어가는 것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카츠와 약속을 했던 8월,
드디어 본격적인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다시 뛰어들었다.
지점은 애팔래치아의 후반부인 메인주 코스이다.
그곳은 거리상으로는 짧지만,
등반 강도는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코스이다.
그리고 그들은 4개월 전 1차 코스의 마지막의 산악인이 아니었다.
처음 등반을 시작할 때와 같은 힘든 산행이었다.
그들은 또다시 들고 갔던 많은 짐들을 버리고, 굶주림을 선택하여 힘겹게 발을 내딛었다.
그거에 또하나의 적이 있으니 더위였다.
더위 속의 산행은 그들을 더이상 산사람으로 남게 하지 못하였다.
거기에다가 무거운 짐을 버린다면서, 카츠가 물병마저 버렸기 때문에
물부족으로도 고생해야했다.
또다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종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 애팔래치아 트레일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왔다.
물론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숙소의 여주인이 이야기했듯이
산은 언제가 그자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다시 준비만 되어 있으면, 산은 언제가 그들을 다시 반겨 줄 것이다.
지은이가 비록 애팔래치아를 중도에 포기했지만,
그가 걸은 거리는 1392km나 된다.
적지 않은 거리다.
그는 비록 애팔래치아를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시도했다는 것에도 큰 의의를 두었다.
그리고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정복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7. 산의 매력
이 책을 보면서 줄곧 내가 다녔던 산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비하면 내가 거닐었던 산들은 미약했지만,
그 산들도 나에게는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또한 온몸이 젖도록 땀을 흘리면서,
'내가 지금 뭐하는 있는 거지?'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정작 정상에 올라서 장관을 보게 되면
그때까지 힘들었던 것은 씻은듯 잊게 된다.
그래서 난 정상에 올라가면 한참을 머무르다가 내려온다.
요즘에는 우리나라 삶의 질도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특히 단풍이 깃든 가을의 주말에 산을 가면,
그곳이 강남인지 산속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이다.
그래도 산은 매력이 있다.
나도 산을 사랑한다.
가을인데, 가을갖지 않게 연일 비가 오고 흐린 날씨를 보이고 있다.
하늘도 뿌연 하늘이다. 가을의 시퍼런 하늘은 어디갔는가?
이또한 지구 온난화가 훔쳐갔는가?
젠장일세.
책제목 : 나를 부르는 숲
지은이 : 빌 브라이슨
펴낸곳 : 동아일보사
펴낸날 : 2002 년 3 월 5 일
독서기간: 2007.9.28 - 200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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