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추위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를 청취한 후 산막을 떠올렸습니다. 아무래도 내려 가 강 추위가 수그러들 때까지 머물다 귀경해야겠다고 계획을 잡았습니다. 몇 가지 반찬과 식재료를 챙기고 보온성이 좋은 여벌옷도 챙긴 후 전부 모아 차량으로 옮긴 후 다시 올라와 노트북과 기타 개인전자용품을 배낭에 담아 걸머지고 반려견을 앞세운 후 지하주차장으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차량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 예열을 하여 차량 주행이 부드럽게 되도록 조치를 하면서 산막으로 가는 동선을 구상해 보았습니다. 마침 새로운 고속도로를 개통한 후라 그 길을 이용하면 5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는 결론을 시물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바가 있어 오늘은 그 길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집 근처 IC로 접근 진입하여 지하 차도로 다시 진입하자 터널 시설이 무척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우선 조명 밝고 지하터널인데도 전혀 매연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노면상태도 얼마나 정교한지 타이어나 핸들에 전혀 부담이 없이 정숙 운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도로는 안성을 지나는 평택- 충주고속도로까지 연결해 놓은 상태입니다. 금년 하반기 안성 IC를 완성하여 개통할 예정이라 합니다. 종전처럼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지만 신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니 50분이 걸리는군요. 고속도로 이용요금은 중부를 이용할 때 4,300원이었지만 신 고속도로는 5,000원입니다. 편안하게 산막까지 도착할 수 있고 단축된 시간 덕분에 운전에 다른 부담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도착하여 시설을 점검해 보니 모든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도착하여 점심을 챙긴 후 산책을 하기 위하여 반려견을 앞세우고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복하여 여섯 번을 돌고 나면 10,000보의 거리입니다. 산책 후 기온이 급강하하여 서둘러 실내로 들어와 샤워를 끝낸 후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노트북을 꺼내 멈춘 글을 이어서 써 내려가다 자정이 다가오자 잠을 청해 깊은 수면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기계톱 소리가 요란하여 이웃집에서 땔감용 나무를 자르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산에서 나무를 벌목하며 벌목공들이 내는 기계톱소리였습니다. 산막이 있는 지역은 예로부터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곳입니다. 내포지방에서 천주교를 믿다 포졸들에게 쫓긴 신자들은 동진하여 깊은 산중에 거처를 마련하고 공동체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신자들은 성거산 깊은 골에 공동체 생활을 하다 극심한 박해가 찾아오자 성거산 능선을 타고 서운산 동쪽 계곡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배티성지 부근 여러 계곡이었습니다. 신자들이 생계를 목적으로 숯을 굽고 내다 팔았던 이후 지금도 이 지역은 숯가마가 많은 지역입니다. 숯을 만들기 좋은 나무를 식목 후 성목이 되면 순환하며 벌목한 나무로 숯을 굽고 있는 중입니다. 금년 상반기에 벌목 위치가 산막에서 서쪽 방향 산자락으로 정해져 벌목톱소리가 들린 것입니다. 오전 내내 들리는 벌목기계톱소리와 함께 오후 들어 사람의 외침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냥 일정하게 말하는 소리가 아닌 무슨 구호 같은 소리처럼 들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간절한 외침으로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리를 처음 듣었을 때는 기계톱 소리도 지속적으로 들리고 외침소리는 다르게 들려 산에 함께 오르다 일행을 놓쳐 찾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흐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고라는 직감이~~~ 결국 119 구조대가 도착하고 다시 또 지원 인력과 장비가 도착한 후 사고자를 수습하여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습니다.
산비탈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벌목공이 작업 중 미끄러지면서 발목이 돌아 가 그 고통에 구조요청 고함을 친 것인데 같은 작업자는 기계톱소리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아무튼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어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추운 날 산비탈까지 오르내리며 응급치료와 함께 장비를 동원하여 안전하게 환자를 후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119 구조대의 열성적인 활동에 감탄했습니다. 대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환자분도 하루속히 쾌유하셔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산막 주변에 소요도 가라안고 다시 고요가 깃든 속에서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불안전한 지대에서 위험한 공구를 들고 작업을 할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안전을 지키며 작업에 임해야 소중한 인명 피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월동기 야외 작업자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작업에 임해야 합니다.
다시 어두움이 내린 후 깊은 정적에 빠진 산 마을, 몇 채 되지 않는 산막부근에도 전등이 켜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만월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 빛이 참 은은합니다. 낙엽 지고 열매마저 다 떨어진 감나무 빈가지에 달이 걸터앉아 있는 듯 한 달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창백한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하의 찬 날씨 영향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도시공간에 익숙한 저에 감각이 빗는 생각의 감정인 것 같기도 하고... 문명의 소음에서 벗어난 지금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자연의 질서와 자연의 소리가 인성을 감싸고 다듬어 주는 순간을 경험할 기회가 오면 자신의 내면도 투명하게 바랄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산막에 머물며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갖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