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의 민속문화 4.세시풍속(歲時風俗)
정월(正月)
정월 초하루에 떡국이나 만둣국을 먹는다. 차례는 대개 메(밥)로 지낸다. 아이들은 설빔을 입고 세배를 다니는데 어른들은 덕담을 하고 세뱃돈, 또는 환세 돈을 준다. 이 날에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을 하면서 논다.
지금은 흔치 않으나 예전에는 정월 보름 전에 농악대가 집집이 다니면서 풍물을 치고 그 집의 지신을 밟아주면서 걸립을 하였다. 그러면 주인은 쌀 한 말,돈,북어,실,만두국 등으로 대접하였다. 북방면 성동2리에도 정월 보름 경에는 농악대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놀이를 하였는데, 그때 상무 잡이는 입담이 좋고 재주가 있어야 한다.
입춘(立春)에는 집안의 복을 비는 듯에서 입춘첩을 써 붙였다. 상가에서는 쓰지않느다.
14일은 까치보름이라 해서 오곡밥을 찐다. 오곡밥은 여러 집의 것을 먹으면 좋다고 해서
아이들이 밥을 얻으러 다녔다. 특히 이 날 아침에는 밖에 나가 새 쫒기를 하였는데 그렇게 하면 자기네 논밭에 새와 해충이 끼지 않는다고 믿었다. 또 밤에는 불을 밝히고 자지 않는 풍속인 배미석(白眉俗)이 있었다. 북방면 북방리(사랑말)에서는 대보름에 ‘식구불’이라 하여 솜을 심지로 만들어 들기름을 묻혀 식구 수대로 접시에 놓고 불을 붙인다. 먼저 타면 그 사람이 나쁘다.
보름달에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耳明酒) 마시기 등을 한다. 보름날에는 풍년을 기약하는 의미에서 소에게 오곡밥과 나물을 먹이어 우대한다. 그러나 보름에 잘 먹이면 털갈이를 제대로 모하고 물것이 많이 낀다고 해서 개에게는 밥을 주지 않고 굶겼다. 그래서 명정을 쓸쓸히 지낼 때를 풍자하는 “개 보름 쇠듯하다” 속담이 생겼다.
보름날 밤에는 달붓기(망우리,望月)를 하고 삼대 궁으로 쥐불놀이를 하거나 횃불싸움과 석전을 한다. 홍천의 석전으로는 동면의 속초리와 성수리 간의 싸움이 유명하였다. 패자는 성수천의 다리를 놓아야 하고, 또 여흥 민 씨의 집성촌인 속초리와 김해 허 씨의 집성촌인 성수리 간에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므로 부상자가 날정도로 크게 싸웠다.
정월 16일은 ‘귀신날’이다. 이 날엔 신발을 내놓지 않는다. 귀신이 와서 신을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그 신의 주인이 그 해에 불길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채를 문 앞에 걸어놓고 사방에 불을 켜 놓거나, 면화씨(면실유)와 고추씨 등을 태웠다. 여기서 채를 걸어 놓는 것은 귀신이 와서 챙의 구멍을 세다보면 구멍이 너무 많아 그걸 세다가 새벽의 닭울음소리에 도망가도록 유도하려는 장치이다.
이월(二月)
이월 초하루에는 ‘나이떡’이라 해서 가족의 나이 수대로 숟가락으로 쌀을 떠서
떡을 해 먹었다. 또 이 날은 머슴날(일꾼날)이므로 머슴에게 경단(말똥처럼 생겼
다고해서 말똥땡이라 함) 만들어 대접하고, 옷과 담배를 주어 위로하였다.
2월 6일은 ‘좀상날’이라 해서 달과 좀생이별의 거리를 측정하여 풍년과 흉년을 점쳤다.
삼월(三月)
이 달에는 제비가 돌아오고, 나비가 날아든다. 제비가 돌아오는 3월3일은 양기가 충만한 삼짓날이라 해서 아이들의 머리를 깎았다. 이 날에 머리를 깎으면 부스럼이 나지 않고 머리가 잘 자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보는 나비가 노랑나비이면 길하나 흰나비를 보게 되면 상을 당한다고 해서 꺼렸다.
한식날에는 성묘를 하는데, 예전에는 한식에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기도 하였다. 이 달에는 진달래로 화전을 만들어 먹거나 답청이라 해서 들놀이를 하였다.
사월(四月)
사월 팔일 초파일에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연등행사를 한다.
예전에 비료가 부족하던 때에는 모심기 전에 퇴비로 쓰기 위에 산에 가서 갈을 꺾는 행사인 영갈을 하였다. 갈을 꺾을 때는 아무 날에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사람들에게 평등의 기회를 주려는 의도에서 갈을 꺾어도 좋다는 영이 있어야 꺾기 때문에 영갈 이라 한다.
오월(五月)
오월 오일을 단오 중양절 천중절 단양(端陽) 등으로 부르는 절일(節日)이다. 단오에는 쑥떡이나 취떡을 만들어 먹고 그네를 뛴다. 옛날에는 단오에도 차례를 지냈으나 지금은 지내는 집이 없다.
단옷날 아침에는 이슬 맞은 약쑥을 뜯어다 응달에서 말린다. 그것은 여름철에 배탈이 날 때, 혹은 약쑥을 다린 물로 산모의 몸을 씻기 위함이다. 죽은 사람의 몸을 씻는 염습을 할 때도 쓴다. 또 소가 난산을 할 때 소 등에 약쑥을 놓고 가래로 문지르면 순산을 한다고 한다. 쑥을 말릴 때는 약효가 좋아지라고 막걸리를 뿌린다. 여름철에 파리나 모기 등 벌레를 구충할 때도 쑥을 태우면 효과가 좋다.
유월(六月)
6월 보름은 유두(流頭)라 해서 동류 수에 머리를 감으면 좋다고 하는 습속이 있으나 현재 마을 풍속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복날에는 개장국을 먹는다. 개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은 삼계탕을 먹어 몸을 보신한다. 개장을 먹는 풍속은 중국에서 농신을 제사하기 위해 개를 바치고 그것을 먹던 관습이 유래한 것이다.
칠월(七月)
견우직녀가 만난다는 칠석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옷이나 책을 말린다.
칠월 보름은 백종일(百種日) 또는 백중(伯仲)이라한다. 이 날에는 백과를 조상에게 바치는 천신(薦新)을 하는데, 오늘날 이 풍속은 사찰에만 남아있다.
7월은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농촌의 속담에서 보듯이 어정어정 보내는 농한기이다. 이때에는 ‘호미씻이’라 해서 농기구를 씻어서 보관하고, 각 가구에서 공동으로 추렴한 음식을 먹고서 하루를 즐긴다.
팔월(八月)
8월 보름은 추석 중추 한가위 가위라고 부르는 명절로서 모든 식구들이 모여 햇곡식으로 송편과 밥을 짓고 햇과일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 성묘를 간다. 속담에“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 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연중 가장 잘 먹는 명절이라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추석 때 3일간을 공휴일로 정하여 쉰다.(공장 같은 곳에서는 5일을 쉬기도 한다.)
구월(九月)
9월은 추수 곧 거듬 이가 시작되는 달이어서 농촌에서는 매우 바쁘다.
9월9일은 중구일(重九日)이라 하는데,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옛날에는 이 날에 등고 곧 산에 오르는 풍속이 있었으나 지금은 행하지 않는다.
시월(十月)
상달인 10월에는 안택을 위한 가신제(家神祭)를 지낸다. 대개 시루떡을 만들어 성주 신에게 바친다. 북방리에서는 대개 가을에 집안고사를 지내나 내촌면의 답풍리에는 봄에 지내는 집도 있다. 예전에는 이 달에 굴뚝 뒤에다 보존하던 신막단지또는 터주항아리라고 하는 신체(神體)를 가져와 햇곡식으로 갈아 넣고, 꺼낸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이 달에는 종손들이 모여 문중의 시제를 모신다.
동짓달(十一月)
일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예전에는 팥죽으로 동지차례를 지내고 그것을 뿌려 액막이를 하였으나 지금은 그냥 절식으로 쑤어 먹을 뿐이다. 동지는 초순에 들면 애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하는데, 애동지 때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
섣달(十二月)
12월은 납항(臘享)하는 달로서 제사는 지내지 않으나 털 가진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무병하다 하여 참새를 잡아먹는 풍속이 있다. (납향은 동지 지난 뒤 세 번째의 말일정도로 일정치 않다.)
섣달 그믐날에는 구세배 혹은 묵은 세배라 하여 어른을 찾아다니며 절을 하였다. 이때에는 세뱃돈을 주지 않았다.
섣달 그믐날 밤은 제석(除夕)이라고 하는데, 이때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해서 잠을 자지 않는 백미속(百眉俗) 이 있다. 이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관장하는 부엌신인 조왕신이 일주일 전에 하늘로 올라가 그 집의 자세한 내막을 하늘에 보고하고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에 신을 맞이하는 뜻에서 불을 밝히고 밤을 새운다 하는 것이다.
* 강원대학교 강원문화연구소 발행 홍천군의 역사와 문화유적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