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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태고지(受胎告知, The Annunciation)
이 그림은 예전에는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jo, 1449~1494)가 그린 것으로 여겨졌다. 이것은 핍박 받았던 베네딕투스 수도회 성 베르톨로메오 교회의 성구실 벽에 있다가 1867년에 우피치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얼핏 보기에 이 그림의 원근법과 해부학적 표현은 결함이 있어 보인다. 레오나르도는 이 배경의 공간을 조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작품 속에 남아 있다. 막 내려앉아 아직 날개를 완전히 접지 않은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와 비대칭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모는 튼튼한 피렌체 건축양식의 웅장한 건물의 입구에 앉아 있으며, 의자의 팔걸이에 걸쳐진 망토 자락 때문에 성모의 다리가 세 개처럼 보인다.
성모는 아름답지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성모의 오른손은 책의 왼쪽 모서리에 쉽게 닿을 수가 없는데, 책이 놓인 성서대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그림의 구성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바닥에 표시된 선을 보라) 그리고 이 그림을 특정한 시점(視點), 즉 오른쪽 약간 아래에서 보면 이러한 원근법의 오류가 신기하게도 그 시선에 의해 바로 잡힘을 깨닫게 된다.(나탈리 2002)
첫눈에 모순되어 보이는 것이 구성상의 方便(방편)이 되고 있는 것인데, 뛰어난 레오나로도 연구자인 카를로 페드레티(Carlo Pedretti)는 레오나로드가 예술 경력의 다양한 시기에 이러한 일그러져 보이는 왜상(歪像 또는 屈像, anamorphic) 실험을 행했음을 보여주었다.(페드레티, 1957). 여기에 모순이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이 그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모순이 ‘대기로 가득 찬’ 풍경, 빛, 색채에서 유래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난간에서 마술적인 호수 주변 풍경을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다. 거기에는 작은 언덕과 험준한 산과 강한 역광을 받으며 줄줄이 서 있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있고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루차 아퀴노 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예경, 2008, pp.90~91)
* 이 그림이 처음 걸릴 장소가 바라보는 관람자로부터 왼쪽 위 높은 곳에 걸릴 것을 다 빈치가 미리 예상을 하고 정면상을 왜곡되게 그렸다는 것으로 레오나로드의 과학적 천재성을 500년이 지난 뒤에서야 밝히게 되었다. 왜상에 대해서는 지난 번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der Altere, 1497~1543)의 <대사들(The Ambassadors)>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