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병봉
토요일부터 시작된 독감으로 버스만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순천 산행을 포기하고 밤새 앓다가 새벽에 일어나 대체 등산지인 양자산 지도를 챙겨 난방도 전혀 않되는 전철을 타고 양평으로 간다.
택시 기사가 내려준 도로에서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가 식당으로 막혀 내려오고 힐하우스 앞에서 헤메이다 양자산 등산 안내판이 서있는 임도를 20 여분 만에 찾아 산으로 들어간다.
임도에서 산으로 붙어 일본이깔나무와 덤불들이 어우러진 지저분한 능선을 지나 참호들이 파여있는 둔덕으로 올라서면 양평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백운봉에서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가깝게 펼쳐진다.
흉물스러운 벙커와 송전탑을 지나고 냉랭한 한기에 방한복으로 보강을 해서 난간 밧줄들을 잡고 백병봉(423.7m)으로 올라가니 정상석과 삼각점(이천304)이 반겨주고 마당바위 안내판이 서있다.
급경사로 떨어져 내려가 같은 자리에서도 들쑥날쑥 거리가 틀리는 양자산 이정표들을 보며 점점 많아지는 눈을 헤치고 MTB 이정표들을 만나서 양쪽으로 길이 뚜렷한 길마재를 넘는다.
감기 기운으로 힘들어하며 삼각점(이천421)이 놓여있는 394.3봉을 넘고 사륜오토바이의 바퀴 자국을 만나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한 양자산을 바라보며 점차 적설이 많아지는 능선을 이리저리 피해서 올라간다.
▲ 전수1리의 들머리
▲ 참호지대에서 바라본 용문산과 백운봉
▲ 백병봉 정상
▲ 백병봉에서 바라본 남한강과 용문산
▲ 백병봉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추읍산
▲ 당겨본 추읍산
▲ 길마재
- 양자산
가벼운 옷 차림으로 뛰어 내려오는 주민 한 분과 지나쳐 신화리 갈림길을 지나 점차 따뜻해지는 대기를 느끼며 눈길을 올라가다 졸음기가 깜박깜박 찾아와 머리를 흔든다.
지나온 백병봉이 잘 보이는 전망대들을 지나서 눈에 파묻힌 709.5봉의 삼각점을 찾다 포기하고 정상석과 벤치들이 놓여있는 양자산(x710.2m)으로 올라 앵자봉을 바라보며 독한 잣방울주 한 컵으로 몸을 달랜다.
한동안 쉬다가 갈림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밧줄 난간들이 줄줄이 쳐져있는 급사면을 떨어져 내려가며 큰 박 배낭을 지고 힘겹게 올라오는 등산객 한 분을 만난다.
이상한 기계 음을 내며 몸을 떠는 송전탑들을 보면서 둔덕에 삼각점(이천418)이 놓여있는 354.7봉을 지나고 양쪽으로 홈통 길이 갈라지는 주어재를 건넌다.
점점 많아지는 눈에 빠지며 전과는 달리 곳곳에 서있는 이정표들을 지나서 여주군에서 나무마다 달아놓은 이름판들을 보면 더운 지방에서나 자랄 것 같은 '쪽동백나무'들이 제법 많아 의아해진다.
▲ 양자산 정상
▲ 양자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과 맨뒤의 백병봉
▲ 양자산에서 바라본 앵자봉
▲ 당겨본 백병봉
▲ 주어재
▲ 앵자봉 오르며 바라본 양자산
- 앵자봉
힘겹게 전위 봉을 지나 얼어붙은 암릉 지대들을 조심해서 지맥 하냐고 물어보는 등산 객들과 지나쳐 앵자봉(x670.2m)으로 올라가니 앵자지맥의 자작봉 너머로 천덕봉이 시야에 들어오고,마치 은실비처럼 가느다란 눈방울이 떨어져 얼굴에 묻는다.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막걸리 한 컵 마시고 아이젠을 착용해 빙판 길을 통과해서 이정표들이 서있는 박석고개를 건너 삼각점(이천439/1987재설)이 놓여있는 612.2봉을 넘는다.
소리봉 이정표가 서있는 x609.1봉을 넘고 벤치들이 놓여있는 갈림 길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북쪽으로 꺾어 1.6km 떨어진 관산으로 향하면 왼쪽으로 무갑산이 박무속에 험한 모습을 보인다.
예전에 도토리를 많이 줏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뾰족 솟은 관산(x559.6m)으로 올라가니 공터에서 낯 익은 오석이 반겨주지만 날이 흐려지며 싸라기눈이 떨어져 주위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서둘러 갈림 길로 돌아와 다시 술을 벌컥이다가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낡은 삼각점(이천443)이 놓여있는, 뒷골산이라고도 하는 489.2봉을 넘어 거센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눈다발을 맞는다.
▲ 앵자봉 정상
▲ 앵자봉에서 바라본 천덕산
▲ 박석고개
▲ 612.2봉 정상
▲ 소리봉 정상
▲ 전망대에서 바라본 관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관산 정상
▲ 489.2봉 정상
- 무갑산
웃고개 안부에서 밧줄 난간들이 쳐져있는 가파른 능선을 지나 검은 케이블 선이 지나가는 급사면을 힘겹게 치고 암릉을 휘돌아 감로사에서 오는 길과 만나 무갑산(580.8m)으로 올라가면 석축 공터에 삼각점(이천25)이 반겨주고 이런저런 안내판들이 서있다.
정상에서는 눈을 뜨기 힘들게 거센 눈발이 몰아치고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어 남은 막걸리도 다 따라 마시고 여유있게 내려가리라던 처음의 계획을 바꿔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전망대 벤치가 놓여있는 노송들을 지나고 잘 나있는 눈길 따라 헬기장들을 지나서 점점 굵어지는 눈발을 맞으며 암릉 지대에서 고도를 낮춰 뚝 떨어져 내려간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꺾어 밧줄 난간들이 쳐져있는 급경사 계곡 길을 한동안 내려가 랜턴까지 켜고 주민들의 취수원 철조망이 쳐져있는 널찍한 길을 옅은 기침을 해가며 따라간다.
가정집 같은 무갑사를 보며 흰눈이 곱게 덮혀있는 시멘트 도로를 내려가 펜션들을 지나고 무갑리 버스승강장 안에서 쏱아지는 눈을 피하며 몸 단장을 하고 시내버스는(18:15, 20:00)는 시간이 안 맞아 광주 택시를 부른다.
첫댓글 몸두 안좋으심 관산까지 댕기오시궁...ㅠ 그러니 아픈게 아니쥬
맞아요. 좀 무리...그리고 찬눈과 진눈깨비를 많이 맞았고...
아니나 다를까 관산까지. 안 아픈 사람도 아프게 되겠습니다.
오늘이 감기 피크 갔네요. 열이 엄청 나다가 좀 갈아앉고 있습니다.^^
아니 아프시다면서 26키로에 11시간?? 어휴~~
저두 한 10년전에 무앵양백했는데 거꾸로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근교의 종주코스지요...
킬문님 무리하지 마시고 원기회복이 우선인 듯 합니다^^ 정개산 천덕봉 앵자봉 양자산 백병산 / 앵자봉 무갑산 기억도 없슴다...
동원대학
코스는 저희 집에서 교통편이 좋아서 두번 했는데
정말 추억 어린 코스입니다. 무갑산이 제일 험하네요.
지도와 산경표를 보니 ,가신 길을 알아보겠습니다.다음 달에 용문산에 오르면,가신 길도 잘 보이겠네요.건너다 보이는 백운봉과 용문산,그리고 멀리 우측으로 추읍산 조망도 멋지고요.덕분에 근처 산줄기도 한 눈에 다 보입니다.
많이 알려진 길이지요.전에는 저기를 구석구석 쑤시고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