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산박물관, '제주 비양도'
화산 생성물인 호니토, 초대형 화산탄 등 볼 수 있어
비양봉 등산 및 해안트레킹 약 2시간 소요
비양도는 제주도 한림항으로부터 북서쪽으로 5km, 협재리로부터는 북쪽으로 1.5km 정도 떨어져 있는 섬이다. 동서 길이 1.02km, 남북 길이 1.13km 정도의 타원형 모양을 보이고 있는 예쁜 섬이다. 해안선 연장길이 3.5km, 면적은 0.59㎢이다. 비양도는 제주도 본섬의 부속도서중 우도, 가파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유인도이다.
제주도에는 비양도라는 이름의 섬이 두 개가 있다.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비양도는 ‘큰 비양도’로서 ‘양’자가 ‘揚(날아오를 양)’을 쓴다. 반면, 우도 옆에도 비양도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 이 섬은 지금은 우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이제는 섬이라고 보기가 어렵지만 아뭇튼 예전에는 분명 섬이었다. 우도의 비양도는 ‘작은 비양도’로, ‘陽(볕 양)’자를 쓴다. 우도에서 120m 떨어져 있으며, 섬에서 해 뜨는 광경을 보면 수평선 속에서 해가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옛 선인들은 제주도를 음(陰)과 양(陽) 균형에 맞게 양쪽 날개가 있는 섬으로 생각하였다. 서쪽 날개는 한림읍 비양도로, 동쪽 날개는 우도면 비양도로 나누어 불렀다. 동비양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서비양은 해가 지는 곳으로 동서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림읍 비양도는 불과 1,000여 년 전에 화산이 솟아올라 생성된 섬이다. 즉, 고려시대인 1002년(목종 5년) 6월, 제주 서쪽 해역에서 산이 솟아 나왔는데, 산꼭대기에서 4개의 구멍이 뚤리고 닷새 동안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키어 기와가 되었다는 기록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에 나와 있다. 이 시기에 비양봉에서 화산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다. 섬 중앙에는 해발 114m의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가 있다. 다른 제주 부속섬과는 다르게 비양도 자체가 하나의 ‘오름’인 셈이다. 비양봉에는 제주 기념물 제 48호(1985.8.26)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비양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여객선으로 갈 수 있다. 천년호가 매일 4회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5분 정도. 필자는 오후 2시 배로 비양도로 건너갔다. 한림항에서 바라보면 비양도가 지척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비양도 선착장 광장에는 ‘비양도천년기념비’와 함께, SBS드라마 ‘봄날’ 촬영 기념 조형물도 보인다.
드라마 ‘봄날’은 고현정, 지진희, 조인성 주연의 20부 작으로 2005년에 방영된 드라마다.
이제부터 비양도 트레킹 출발이다. 비양도 트레킹 코스는 비양봉 정상을 오르는 등산코스와 해안길을 도는 3.5km의 해안코스가 있는데 섬 자체가 작기 때문에 두 코스를 모두 돌아도 2시간 정도면 된다. 필자는 선착장-비양봉 정상-비양나무군락지-분화구능선-하산-해안도로-초대형 화산탄분포지-코키리바위 해안-화산석 소공원-호니토(애기 업은 돌)-펄랑못 습지-비양초교-선착장 코스로 돌아봤다.
비양봉 등산코스는 선착장 좌측 보말이야기식당 코너에서 우측 골목이 들머리이다.
8분 쯤 평지길을 가면 우측으로 등산로 입구 팻말이 있는 목재데크계단을 만난다. 이곳에서 비양봉 정상까지는 불과 500m 거리. 등산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이다.
7분 정도 데크계단과 숲 터널을 지나면 삼거리 안부에 이른다. 좌측은 분화구능선 방향, 우측은 비양봉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정상에 이르지만, 우측으로 올라가서 정상을 거쳐 비양나무군락지-분화구 능선-안부삼거리-등산로 입구로 원점 회귀하는 편이 좋다.
안부삼거리에서 다시 데크계단과 대나무숲터널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 서면 한림항 주변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가깝게 등대가 서 있는 비양봉 정상도 보인다.
전망데크에서 다시 6분 정도 더 오르면 비양봉 정상(114m)이다.
비양봉 정상에 서면 비양봉 앞바다 4면이 일망무제로 펼쳐지고, 발 아래 분화구도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서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하산길에는 다행히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미끄럽지는 않다.
비양나무군락지와 분화구 능선을 지나면 다시 올라올 때 지나쳤던 안부삼거리에 이른다. 이곳 안부삼거리에서 전망데크-비양봉 정상-비자나무군락지-분화구능선-안부삼거리로 도는 순환코스 거리는 1km 정도. 여유있게 걸어서 약 40분 정도 걸렸다.
안부삼거리에서 다시 등산로 입구로 내려가 우측 길로 4분 정도 더 가면 정자가 있는 해안도로를 만난다.
이제부터는 해안도로를 걷는 트레킹이다. 해안은 온통 검은 돌로 덮여 있다. 화산섬의 흔적이 아직도 생생하다.
몇 분 더 가면 둥근 바위 모양의 거대한 화산탄이 보이고, 곧 바닷가에 우뚝 선 코키리바위도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섬의 한 쪽이 코키리 코 모양으로 뚫려 있다.
코키리바위해안 및 화산석을 전시해놓은 소공원을 지나면, 비양도의 명물인 ‘애기 업은 돌’을 만난다. 일명 ‘호니토(Hornito)’라고도 부르는 이 돌은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로, 보통 내부가 빈 굴뚝 모양이다. 비양도에는 40여 개의 호니토가 분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들 중 이곳 호니토는 유일하게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형태이다. 높이 4.5m, 직경 1.5m로, 애기업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애기 업은 돌’이라고 불린다. 천연기념물 제 439호로 지정되어 있다.
호니토 분포지인 비양도 서쪽해안은 제주도 최대의 화산탄 산지로, 직경 4m, 무게 10톤에 달하는 초대형 화산탄들이 바닷물에 잠겨 발견되고 있다. 화산탄은 화산활동 중에 터져 나와 화구 주변에 쌓이는 것이므로 화산탄 부근에 화구가 존재해야 한다. 화산탄 주변에 남아 있는 일부 분석구와 층리의 경사방향을 통해 비양봉이 아닌 바다 쪽에도 다른 분석구가 존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분석구(噴石丘)는 화산 쇄설물, 즉 화산의 폭발적 분화에 의해 파쇄, 방출된 바위 파편들이 분화구 둘레에 퇴적되어 이루어진 원뿔 모양의 작은 언덕을 뜻한다.
호니토에서 다시 몇 분 만 더 가면 ‘펄랑(렁)못’을 만난다. 비양도 동남쪽에 위치한 펄랑못은 염습지로서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생긴 연못이다. 이곳에는 야생식물로 지적된 황근, 해녀콩, 갯질경이, 갯하늘지기, 갯잔디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청둥오리, 바다갈매기 등의 철새가 서식한다. 2003년도에 목재데크를 비롯한 산책로 964m를 조성하여 생태 관찰 등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
약 2시간 내외의 비양도 트레킹도 이제 끝나는 순간이다.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를 지나면 바로 선착장 마을로 이어진다. 비양분교는 학생이 없어 2019년 3월부터 휴교 중이다. 선착장 광장에 위치한 ‘호돌이식당’에서 보말죽을 먹으면서 비양도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보말죽은 제주도 토속음식으로, 고동을 넣어 만든 죽이다. 전복죽처럼 색이 노란데 맛이 별미이다.(글,사진/임윤식)
*비양도 가는 방법은...
제주 서쪽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여객선으로 갈 수 있다. 천년호(98명 정원, 064-796-7522)가 매일 4회(09시, 12시, 14시, 16시)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5분 정도. 요금은 왕복 9천원이다. 성수기에는 증편운항하므로 사전 운항시간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