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조만간 새로운 고성능 무기를 투입하는 한편, 핵무기 시스템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군사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력한 새 무기를 투입하는 한편 내년에는 핵무기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각) 군 고위 장성 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고성능 포격 시스템을 사용하고 내년에는 핵무기 시스템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특별 군사 작전에 사용하게 될 무기 시스템의 현대화와 유력한 새 시스템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특별 군사 작전’은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을 뜻한다. 그는 새 고성능 무기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야포와 미사일 시스템 개선 방안을 군 장성들과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최근 토르나도 등 장거리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과 강력한 야포를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면서 포격 대응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쇼이구 장관은 또 내년에는 핵전력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특히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현재 약 6천기에 이르는 핵탄두를 확보한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와 헤르손, 자포리자 등 자국 영토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핵무기로 보호하겠다고 밝히고 러시아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동원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러시아는 지난 2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의 핵통제 협정(신전략무기감축협정) 협상을 28일 일방적으로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럅코프 외교차관은 연기 결정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이견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우리가 보내는 신호에 주목하고 우리의 우선 순위를 인정하기를 꺼릴 뿐 아니라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이 협정에 따른 사찰 재개에만 집중하면서, 보유 핵탄두 수 계산과 관련된 자국의 논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협상 일정을 새로 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사찰 재개는 이 협정 유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군이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상당한 지역을 점령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공격 작전을 전개해 안드리우카를 완전히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안드리우카는 도네츠크 중북부 주요 도시인 바흐무트 인근의 작은 마을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마을 인근의 보디아네를 해방시키기 위한 성공적인 공격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최근 바흐무트 점령을 위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 도시 주변 지역 포위에 나서고 있다.우크라이나 육군 작전참모도 이날 밤 성명을 내어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인근 지역을 집중 포격하면서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전참모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와 인근의 솔레다르, 오피트네 등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동부 도네츠크의 상황이 현재 가장 어렵다며 “우리는 점령군의 의도를 분석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남부 지역에서 뭔가 새로운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