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누가복음 4:1-13/ 사순절에 할 일
사순절이란 초대교회 때에 부활절 전 40일을 그의 고난을 기억하며 금식하는 절기로 정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올해 부활절이 3월 31일이어서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사순절은 지난 주 성회수요일(2월 14일)에 시작하였고, 오늘이 사순절 첫째주일입니다. 전통에 따르면 성회수요일은 말 그대로 작년 종려주일의 종려가지를 태운 재를 사용해서 이마에 십자가를 그으며 사순절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 기간이 40일인 것은 예수께서 광야로 나가 40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하였던 것을 상징합니다.
초대교회는 사순절에 금식을 하도록 하였고, 이것은 중세교회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육식을 금지한 결과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소에서 나온 우유, 치즈, 버터뿐만 아니라 달걀도 금지하는 바람에 영양불균형이 심했다고 합니다. 이슬람이 라마단 기간(3월 10일-4월 8일)에 해가 있는 동안 금식하는 규정 때문에, 해 진 후에 폭식을 약 한 달 간 하는 일이 지금도 계속되는 것을 보면, 중세교회에서는 주일에 고기를 폭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종교적인 규율이 삶을 뒤틀어 버려서 억지경건으로 자신을 망치는 결과는 낳는 셈입니다. 어쨌든 현대 그리스도교에서는 더 이상 사순절을 금욕기간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우리의 고민은 사순절의 정신을 어떻게 다시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겪은 세 가지 시험은 돌로 빵을 만들어 굶주림을 해결하라는 것과 악마에게 무릎을 꿇고서라도 세상의 통치권을 차지하여 백성들의 해방을 이끌어 내라는 것, 그리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도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니, 마음대로 하고픈 대로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령께서 이런 시험을 당하도록 광야로 예수를 이끌어 가신 것이라고 누가복음이 기록한 것은 이 시험이 예수님 사역의 출발점인 동시에, 예수의 답변과 처신이 복음서가 기록되던 당시 그리스도인 제자들의 모범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시험은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묵상을 하도록 하는 시험입니다.
예수는 이 시험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생애를 그 답변대로 살았습니다. 그러니 오늘 사순절 묵상주제는 그 시험에 대한 예수의 답변에서 찾아야합니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물질이든, 세상을 통치할 권력이든, 모두가 인간이라면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갖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다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예배하는 것은 다른 세력에게 굴복하지 않는 것이며, 내가 바라는 것을 하나님이 들어주도록 하나님을 시험하거나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사순절의 묵상주제가 분명해졌습니다. 곁에서 속삭이며 유혹하는 악마의 소리는 절대로 하나님의 인도가 아님을 묵상해야합니다. 깊이 묵상하자는 이유는, 내게 좋아 보이는 소리에 대하여 우리는 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것이 악마의 소리가 아닌지 묵상해야합니다. 그리고 악마의 강한 압박과 요구에 대해서도 저항할 줄 알아야합니다. 하지만 그 싸움은 힘듭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기에게 절하라는 악마의 요구를 물리친 예수의 삶을 묵상해야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순절에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얼마나 예수의 시험문제 풀이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지 깊이 묵상하게 되시기를 빕니다.
2024.2.18
홍지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