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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운에세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으로부터 수 년 전의 일이다. 어느날 신문을 보다 우연히 내 눈에 번쩍 들어온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지방 어느 도시에서 조그마한 중소기업형 공장을 운영한다는 한 사장님 이야기다. 그 사장님의 생활신조가 내 맘에 와 닿았다. 사훈으로도 다음의 세 마디 말을 적어작업장 요소요소에 붙여 두고 자신은 물론 사원들로 하여금 평소 마음을 다지게 하는 금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돈이 최고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 " 란 세 가지 표현이 그것이다.
이 얼마나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표현인가! 동일한 내용의 말이라도 말로 뱉어 낼 때와 글로 적어 게시할 때는 다르다. 하필이면 이런 점잖치 못한 내용의 말을 그것도 뭇사람이 늘 볼 수 있는 장소에 거리낌없이 붙여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주인공이 어떤 배짱을 지닌 사람일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 돈밖에 모르는 무지막지한 구두쇠 같은 사람이라 속단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정작 그 사장님 장본인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몸소 매우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소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도 소리없이 솔선수범하는 독지가라고 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그 반응과 비중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거죽만 보고 속단할 수 없는 세상사가 얼마나 많은가! 매사 졸속과 속단은 금물이다. 목하 대한민국은 문창극 새 총리 후보자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부정적인 단면만 보고 성급한 판단을 하는 게 아니다.장점도 찾아보고 총체적인 판단을 저울질 할 일이다. 세상에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런 전대미문의 국민적 소란을 초래케한 원인 제공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방송과 신문 등 우리 언론에는 문제가 없는가. 우리 언론을 믿어도 되는가. 덩달아 맞장구를 치는 정치인들은 과연 어떤 위인들인가. 그들은 과연 청렴결백한가? 하늘을 우러러 봐도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자들인가. "가마가 솥더러 검정아 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참으로 가관이다. 한심하다.
우리 언론이 지향하는 바 목표가 과연 무엇인가. 지난 날 광우병이라는 허무맹랑한 괴소문으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던 악당들의 한심한 작태를 벌써 망각했는가. 그 파동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며 국민의 정신적 피해는 무엇으로 보상 받았던가. 한 번 실수는 병가상사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듭 되는 허위사실 유포에도 속아 넘어가는 국민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렇게 될 때는 국가 장래가 암담하다. 국기가 흔들리고 국가 안위가 위태롭고 국민이 혼란에 빠져든다.
언론의 책임은 막중하다. 정론직필이 무엇인가. 왜곡보도에는 엄중한 응징과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아니면 말고 병을 뿌리 뽑아야 한다. 시와 비도 구분 못하는 사람도 언론인이 될 수 있는가. 하늘이 무섭지 않는가. 그런 저속한 악질들은 천벌로 응징을 받으리라.
위 사장님의 신조는 곱씹어볼수록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이 말이 전하는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표현이 다소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짤막한 세 마디 말이 담고 있는 해학적이면서도 예리한 지적은 이 땅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따끔한 일침인 동시에 어지러운 우리 세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경구라 아니할 수 없다. "아! 그렇고 말고지. " 보는 순간 나로서는 수긍이 가고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부터 나는 그 말을 가끔 떠올리며 우스갯소리 삼아 더러 인용을 하곤 한다. 농담 속에도 진실은 숨어 있는 법이다.
이 세 마디의 짧은 문장에는 공통점 또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강조할 때 흔히 쓰는 말, "세상에" 라는 감탄사로 시작된다는 것이고, 둘째 세 문장이 각각 세 마디의 짧은 말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각 문장은 글자 수가 공히 여덟 개라는 사실이다. 운문조로 소리 내어 읽어도 음조 또한 동일하다 하겠다. 우리가 즐겨 쓰는 말, 사자성어 중에 사물의 급소를 찾아 정곡을 찌른다는 의미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은 이런 표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2014-06-21 仁松齋/草雲 ---------
* 지난 5월 2일 자로 카페에 올렀던 글인데 오늘 다시 가필 정정을 해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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